[인터뷰]심광현 맑스코뮤날레 2013 부집행위원장(17호)

2013년 5월 8일culturalaction

맑스코뮤날레 2013, 

‘이론의 소비’가 아닌 ‘이론적 실천’을 위해

               – 심광현 맑스코뮤날레 2013 부집행위원장

이원재 / 문화연구자

맑스주의… 맑스가 사망한지 130년이 되었다. 낡고 올드한 느낌이 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동안 회자되면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삶을 변화시킨 이론도 드물다. 사람들은 언제나 새롭고 섹시하며 쿨한 느낌의 이론들에 환호하지만 한 번 쯤은 더 고민해볼 일이다. “무엇을 위해 이론을 탐하는지”, “이론조차 과잉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삽입한 이론들을 일상에서 얼마나 소화하고 있는지”…
‘맑스코뮤날레 2013’이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3개의 전체회의와 33개의 분과회의에 모두 107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는 아직도 맑스주의로부터 배우고 고민하고 성찰하고 비판하고 조롱하고 뒤틀어볼 것들이 많이 있는 듯하다. 맑스코뮤날레를 제안하고, 지난 6회 동안 맑스코뮤날레를 변함없이 지켜 온 심광현 맑스코뮤날레 부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이원재 : 맑스코뮤날레가 어느새 6회째입니다. 2년에 한 번 꼴이니 대략 1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셈인데요… 맑스코뮤날레의 초기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심광현 : 맑스코뮤날레가 “맑스+코뮤니스트+비엔날레”의 합성어라는 점에 초기 기획의도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학문 분야와 현장에서 연구하며 활동하는 한국의 맑스주의자와 코뮌주의자들이 정파를 초월하여 모두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격년으로 학술문화축제를 개최해보자는 것이 처음의 마음이었습니다. 당시는 “IMF 위기”가 진정되는 대신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전면화 되기 시작하고 시애틀 투쟁을 계기로 반세계화, 대안세계화 운동이 알려지면서, 90년대 운동의 후퇴와 침체를 딛고 새로운 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요청이 커져가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부시 정부의 적극적인 군사적 행보와 맞물린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의 확산 물결에 적극적으로 맞서기 위한 다각적인 국제 연대의 노력도 요청되던 시기였지요.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맑스코뮤날레의 출범은 그동안 다방면으로 분산되고 흩어졌던 좌파 운동의 흐름들을 새롭게 결집해 보자는 요구에 적절히 부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맑스코뮤날레는 2002년 7월에 첫 논의를 시작해서 준비 기간이 매우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2003년 5월에 이화여대 교육문화관 대강당이 꽉 찬 가운데 제1회 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였고, 총 55명의 발표자들의 글을 모두 모아 행사당일 <지구화 시대 맑스의 현재성 1, 2>(문화과학사)를 출간했어요. 이후 격년으로 대회가 개최되어 왔고, 금년 2013년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서강대 다산관에서 제6회 대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원재 : 맑스코뮤날레에 대한 홍보를 빼먹지 않으시는군요(웃음). 지난 5번의 맑스코뮤날레를 주도적으로 진행하시면서 많은 어려움과 고민들이 있으셨을 텐데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맑스주의라는 것이 낡고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고요. 맑스코뮤날레가 지금까지 이루어 온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심광현 : 맑스코뮤날레의 기본 취지는 “이론적 연구와 현장 실천의 유기적 결합”과 “학술행사와 문화행사의 유기적 결합”이라는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1회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 이 두 가지 취지가 계속 해서 잘 구현되지는 못했습니다. 2회 대회에서부터 사실상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래 동안 다양한 이론적, 정치적 갈등을 포함하고 있는 맑스주의 내부의 이견들이 격년에 한 번 열리는 코뮤날레라는 느슨한 행사를 통해서 그간 분기되었던 이견들을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서로 동선이 다른 연구자들과 현장 활동가들의 만남 역시 대회 슬로건의 구성이나 발표자의 배치 등 여러 면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또 보통 때는 만날 일이 없던 연구자들과 액티비스트 예술가들 사이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학술문화축제의 개최는 예산 부족 등의 현실적 어려움과 맞물려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그 결과 문화행사는 일종의 장식이나 보조행사 정도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았고, 예술가들 역시 적극적 관심을 갖고 참여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코뮤날레는 점점 특정 정파들 사이의 치열한, 그러나 서로를 수용하지 않는 추상적인 이론 논쟁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게 되면서 현장 활동가들의 결합도 역시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면서 각 정파들 간의 이론적 성과와 한계를 서로 확인하면서 간극을 좁히고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필요한 후속 연구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고, 2007년 이후에는 대회와 대회 사이에 워크샵을 열어 시사적인 정치토론을 열어가면서 이론연구와 현장 활동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새로운 노력을 전개해 왔던 것도 대회를 지속시킬 수 있게 한 성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원재 : 제6회 맑스코뮤날레가 5월 10일부터 서강대학교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맑스코뮤날레의 슬로건이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입니다. 이번 맑스코뮤날레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심광현 : 이번 대회는 최근 유럽 금융공황의 심화에 따른 세계자본주의 위기의 확산과 보수정부의 재집권이라는 정세적 절박성을 배경으로 집행위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특히 정성진 집행위원장과 총무팀의 초인적인 노력에 힘입어 대회 개최 사상 처음으로 100여명이 넘는 발표자와 토론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로 준비되었다는 점에 우선 두드러진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행사는 맑스코뮤날레의 지난 5번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단일 주제로 열리는 국내 학술행사들 중에서는 아마도 유례가 없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과 세션이 아닌 전체 행사도 매일 오후 3시부터 저녁 7시까지 대강당에서 3회에 걸쳐 3개의 주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원재 : 최근에 선생님께서 “적, 녹, 보 연대”에 대해서 많은 관심과 이론은 제시하고 계신데요, 그 배경과 내용에 대해서 간략하게 듣고 싶습니다. 이번 맑스코뮤날레의 전체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심광현 : “적녹보라”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여러 차례 계간지 지면이나 소규모 세미나 등을 통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지만, 이 주제가 맑스코뮤날레에서 전체행사의 두 번째 주제로 설정된 것은 그 중요성이 맑스주의 내에서도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적녹보라”는 맑스주의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대안사회로의 이행을 현실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중운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의한 여성의 이중착취와 자연에 대한 수탈을 중단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녹과 보라가 추구해온 새로운 삶의 가치를 체화하여 새로운 주체양식을 창안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꼭 소개해주세요(웃음).
이원재 : 마지막으로 맑스코뮤날레가 지나치게 학술적이라는, 과거 강단철학과 같이 현장 운동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언제나 현실 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이론적 실천을 주도하셨던 분으로서 맑스코뮤날레의 미래와 과제에 대해서 어떻게 고민하고 계신지요?
심광현 : 그동안 맑스코뮤날레가 지나치게 학술적인 논의 중심으로 치우쳐 왔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달리 보면 맑스주의 역사에 미결의 문제들로 남겨져 온, 그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한 다양한 현실적 변화들과 관련된 수많은 이론적 쟁점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중적 실천을 위한 힘 있는 결집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학술적 논쟁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학술연구와 현장 실천의 유기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임은 물론이구요… 이번 대회가 향후 학술연구와 현장 실천의 경험들이 선순환 되고 대중적 관심과 참여가 활성화된 미래의 코뮤날레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어린 관심들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출발을 위해 그동안 격년 단위로 개최되던 본 행사를 연간 단위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민중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점점 빠르게 요동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산적해 있는 이론적, 실천적 과제들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는 10년 전처럼 격년이라는 형식이 너무 느슨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를 개최한 후 총회에서 이런 변화를 위한 안건이 제시되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코뮤날레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이번 행사를 통해서 “적녹보라” 패러다임 구성의 필요성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공감이 널리 확대되기를 기대하구요… 이후 관련된 이론적, 실천적 쟁점들이 해결되면서 자본주의 극복과 대안사회 건설을 위한 새로운 대중적 주체형성의 과정이 널리 확산될 때까지 이 주제가 맑스코뮤날레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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