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로운 덕후의 우울] 인터넷 커뮤니티 파헤치기 2 -일베의 ‘산업화’에 맞선다 (16호)

2013년 4월 23일culturalaction

인터넷 커뮤니티 파헤치기 2

일베의 ‘산업화’에 맞선다

최지용

인터넷 커뮤니티 파헤치기1-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베’ 같은 곳만 있는 것이 아니다.(http://culturalaction.jinbo.net/xe/index.php?mid=newsletter&page=2&document_srl=139141)에서 이어짐
지난 연재분에서 여성들이 주가 되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남성이 주가 되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1. 오늘의 유머

오늘의 유머(줄여서 ‘오유’)는 역사가 꽤 오래 된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1999년 매일 유머를 이메일로 보내주는 메일링 유머사이트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점차 게시판이 추가 되고 커뮤니티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2004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리뉴얼되었다. 남성의 비율이 높지만 여성 유저도 꽤 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며, 비속어나 폭력적인 언어 사용에 대해서는 서로 지적하여 교정해주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오유 유저들이 존댓말을 사용하고 잘못된 언행을 견제하는 것에 대해 일베충은 ‘씹선비’라며 비꼰다. 오유가 유머사이트 중 가장 인지도가 높고 규모가 크다보니, 역사가 짧은 일베에서는 ‘오유 대 일베’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일베를 ‘병신’(병신이라는 말이 장애인 차별적인 비속어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지만, 네티즌들이 일베를 일컬을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기하기로 함) 집단으로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베충들은 ‘오유도 자기네들과 다를 바 없는 이상한 놈들’이라는 식의 물타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이나 다른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오유나 일베나ㅉㅉ” 같은 글을 남기는가 하면, “오유에서 왔습니다”하며 오유 코스프레를 한다. 일베충들이 자신들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커뮤니티에 가서, 이상한 게시글로 네티즌들을 선동하여 극우화시키려는 것을 ‘산업화’라고 한다. 일베충들이 오유에 가서 ‘산업화’하려는 시도를 꽤나 여러 차례 하였고, 그 때문에 오유와 일베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일베충의 기대와는 다르게 ‘산업화’의 반작용으로 오유는 진보적인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오유와 일베 간의 갈등이 가장 극에 달했던 것이 지난 대선 정국 당시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다. 국정원 여직원이 11개의 아이디로 오유에 총 91건의 글을 올려 대선에 개입하고 평범한 네티즌들의 글을 감시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오유인들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 적반하장 격으로 국정원에서 11개의 아이디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오늘의 유머’ 운영자를 고소하였으며, 일베충들은 오유 운영자의 계정을 해킹하는가 하면          보안규정을 위반했다며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맞서 오유 운영자들은 일베충들이 사이버 상에서 벌이는 이상한 행동들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오유에서는 일베충의 영화 <지슬> 평점테러에 맞서, 사이트 내에 없던 광고 자리를 만들어 영화 <지슬>을 무료로 광고하고 있다.
 ‘오늘의 유머’ 캡쳐, 영화 <지슬> 무료 광고

2. 아이러브사커(I Love Soccer)

아이러브싸커(줄여서 ‘알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다. 남성 회원들이 많지만 여성 회원도 어느 정도 된다. 외국축구팬들과 국내축구팬으로 나뉘며 서로간의 다툼이 잦은 편이다. 알싸 회원들은 박지성을 신으로 모신다. 남성들이 주가 되어 활동하는 만큼 어느 정도 마초적인 모습들을 보이기도 한다. 여성 연예인들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여성들에 대한 열등감을 표출하는 글들이 가끔 올라오곤 한다. 하지만 이런 글들이 올라오면 비판하는 글들도 꽤 되는 편이어서, 어느 정도 자정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나름 회원들 간에 배려하며 매너를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시 글들이 카페 주요 주제인 ‘축구’를 잘 지키고 있는 편이어서, 시사, 정치 관련 대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야권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일베를 몹시 싫어하며,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알싸 회원과 여성시대 회원은 서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가끔 티격태격하는 경우도 있어 애증관계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대선 정국 당시, 일베에서 조직적으로 알싸를 ‘산업화’하려 시도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알싸를 비롯한 다른 커뮤니티 회원들이 충격에 빠졌다.(관련 자료: http://blog.daum.net/cromcha/490) 이후 커뮤니티 내부의 일베충 스파이에 대한 경계태세가 높아졌다.
*농업화: 일베의 알싸 ‘산업화’ 시도에 대한 반격으로, 알싸가 선두가 되고 여성시대,  오늘의 유머, 쭉빵카페, 소울드레서, 엠엘비파크, 이종격투기, 82쿡, 뽐뿌, 보배드림, 베스티즈, 중고나라 등의 커뮤니티들이 참전하여 일베 서버를 마비시켰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일베 덕분에 우리가 대통합을 이루어냈다’고 한다.

3. 이종격투기

인터넷 커뮤니티 중 회원들의 연령대가 가장 높다. 쭉빵카페의 회원들이 대부분 90년대생이라면, 이종격투기(줄여서 ‘이종’)의 회원들은 대부분 90년대 군번을 달고 있다. 3, 40대 남성들이 대부분이며 여성들은 매우 드물다. 운영자가 잠적해버려서 회원들의 대부분이 준회원이다. 준회원이라도 카페 활동하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 이종격투기는 매우 마초적인 성향을 지녔다. 여성연예인, 레이싱 모델, 성인 비디오 배우를 성적 대상화하는 게시 글들이 매우 자주 올라온다. 그 까닭에 여성시대, 쭉빵카페 등 여초 커뮤니티와는 대립 관계에 있다. 정치적으로는 새누리당에 반대하며 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일베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일베충들이 타 커뮤니티들을 ‘산업화’하려고 한다는 것이 밝혀진 뒤, 일베충을 견제하기위한 자정기능이 강화되었다. 운영자 없이 게시판 지기를 중심으로 운영되다 자치성이 강한 편으로, 이종 화원들 스스로 일베충을 견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상으로 남성이 주가 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남초 커뮤니티는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여초 커뮤니티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일베의 ‘산업화’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거기에 대해 개별 커뮤니티들은 나름대로의 대응을 해 나가고 있다. 다음 연재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의의와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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