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금상의 다문화사회 읽기] 다문화 없는 ‘한국적(的) 다문화사회’ (16호)

2013년 4월 23일culturalaction

다문화 없는 ‘한국적(的) 다문화사회’

권금상/ 사람숲다문화사회연구소 대표

(인터넷신문 ‘우리아이뉴스’ 편집인)

2013년 3월 21일 65년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의 재판과정이 중계되었다. 베트남여성을 배우자로 맞은 한국남성에 의해 소송이 이루어졌는데 결혼이주 여성이 남편의 동의 없이 생후 13개월 된 자녀를 베트남 친정에 맡겨 유괴 혐의에 대한 재판 판결 과정이 TV와 대법원홈페이지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된 것이다. 남편의 아내에 대한 자녀유괴혐의 처벌 요구와 달리 모성이 발현된 자연스런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부장문화의 강제수여와 일방적 동화를 요구하는 한국 결혼문화는 결혼이민자와 배우자의 갈등이 비일비재하게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므로 대법원의 미디어를 통한 다문화가정의 공개재판은 타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다문화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대한 법률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재판 과정을 지켜본 언론은 고답적이며 폐쇄적인 사법부가 전 과정을 생방송으로 중계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어 머리위의 달을 쳐다보라는 손가락만 쳐다본 일부 언론도 있었지만 가부장적이며 매매성으로 인해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이 훼손되고 있는 한국의 다문화사회 지형에서 결혼 이주여성의 모성권에 손들어 주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 크다.
사진 3월 21일 대법정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공개변론
65년 사법부 사상 처음으로 재판과정이 TV 채널과 법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우리사회에서 결혼하는 아홉 쌍 중에 한 쌍은 국제결혼(총 혼인 329,087건 중 9.0% 수준)이며, 2012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다문화가족은 26만 6천547가구로 추정됐다. 결혼이민자나 귀화자 등 이민자는 여성 22만 6천84명, 남성 5만 7천140명 등 28만 3천224명, 만 9-24세의 다문화 가족자녀는 6만 6천536명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의해 지원을 받는 다문화 가족의 범위는 출생 때부터 한국인인 순수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구성된 가족에서 2011년 귀화자와 외국인으로 이뤄진 이민자 가족까지 변경 확대되었는데 바로 이점이 한국의 차상위계층 지원과의 역차별이라는 쟁점으로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의 “시집와서 1년 만에 애를 낳고, 그래 봤자 우리나라 대학생 정도밖에 안 되는데 늘 남편이 나가라고 하고 평소에 사왔다는 모욕적인 얘기를 들으면서 어디도 기댈 곳이 없는 사람이다”. 이같은 이주여성에 대한 변론 내용은 다문화사회라는 명색이 초라하게 다문화주의 철학으로부터 대척점에 있거나 취약한 다문화인권문제를 함의한다고 볼 수 있다.
해마다 열리는 UN차별위원회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한국의 인종적 차별의식에 대해 지적한다. 외국인을 차별하는 한국인들은 유엔 인권사회나 국제 언론을 통해 배타적이며 폐쇄적인 민족주의적인 집단으로 논의되기도 한다. 그들이 지적하는바와 같이 한국사회의 국제결혼에 대한 시선은 절대적 타자화한다. 그러나 혼종에 대한 배타성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살펴보면 개개인들의 포비아적인 취향이 아니라 역사를 통한 집단적인 사회교육과 전승의 결과일 수 있다. 즉, 타문화· 타인종 혹은 혼혈이라는 혼종적 정체성에 대한 한국문화의 폐쇄성은 개개인의 속성보다는 국가가 만들어온 상징적인 공동체 의식에 깊이 물들여진 결과일 것이다.
과거를 통해 국가가 가장 쉽게 국민들을 동원하고 모으는 기재는 ‘단군신화’와 ‘백의민족’이라는 단일민족담론이었다. 근대역사에서는 외세저항으로서 단일민족 강조와 쇄국정책을 폈고, 18년간의 박정희 군부독재 정권을 통해 민족담론이 재개념화 되었다. 아울러 국가가 요구하는 국민상도 만들어져 이시기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생명 그자체로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목적적 인간상을 체득화 했다. 한국 땅에 태어난 우리는 단군의 자손으로 단일민족임이 강조되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화교집단에게는 배제정책을 고수하였고, 심지어 6,25 한국전쟁 시기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병사와 한국여성들 사이에 태어난 혼혈자녀들에 대해 차별적이었다. 해외입양을 구휼사업처럼 미화하고 화교집단에 대한 배제정책으로 타인종 혹은 타국가의 집단이 이 땅에 뿌리내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1990년 이후 다문화구성원들이 증가하면서 한국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국계 미국인 미식축구선수 하인즈워드의 방한으로 국내 혼혈인들의 문제가 공식적으로 언론에서 논의되었고, 2012년에는 다문화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출신국가와 인종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자, 북한이탈주민에게 비하발언이나 차별적 행위에 대한 법적 제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주류에 의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이주민을 수용하는 성숙한 문화가 뒷받침 되어야 하며 사회적 갈등비용 감소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 생존을 위한 차원에서 출발하였다.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같이 제도화하자는 것으로 지금 한국사회는 다인종 다민족의 확산을 넓혀가면서 경계를 허무는 유동적인 지형을 만들고 있다. 긴 세월에 걸쳐 단일민족 정신을 체득화 한 국민에게 이제는 변화한 다문화사회에 맞게 ‘다름을 수용할 줄 아는 국민 만들기’로 선회 중이다. 그러나 정작 적용대상이 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반응은 기본취지에 동감하면서도 “우리가 왜 다문화인인가? 우리는 외국인이 아니고 같은 민족이다” 라고 외국인들과 같은 범주화에 속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들이 갖는 다문화 인에 대한 인식이 무리는 아니다. 주류에 의한 소수문화의 문화적 권리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이의 정치를 요하는 다문화주의는 한국 땅에서 결혼이주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혜적 다문화정책’으로 왜곡되고 축소되어 왔기 때문이다. ‘다문화 없는 한국적 다문화사회’에 대한 성찰과 숙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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