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작자의 목소리가 소외되는 음원가격 논쟁의 문제점 (16호)

2013년 4월 24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2012년 7월 뮤지션, 작곡자, 작사가, 제작자들을 포함한 음악산업 종사자들이 뭉쳤다. 그들은 멜론을 비롯한 음원 제공 사이트의 무제한 스트리밍서비스와 염가 정액제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스탑뮤직덤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그간 정부는 음악시장 환경의 변화와 소리바다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원 불법 유통으로 붕괴된 음악시장을 합법화시킨다는 이유로 초저가 정책을 취해왔다. 실제로 음악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를 하던 창작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고, 창작자들은 음원 사용료, 분배율과 같은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왔다. 이번 <문화빵>(16호) 특집은 그 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음악 저작권 문제를 창작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해보았다. 음악 창작자들의 생존권의 문제부터 건전한 음악 생태계를 통해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아래 원고는 국회의원 김윤덕, 최민희 의원이 주최하고 예술인소셜유니온(준)이 주관한 “음악생태계 정상화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의 발제문을 인용한 것입니다.

창작자의 목소리가 소외되는 음원가격 논쟁의 문제점

 
 

 

정문식 / 뮤지션유니온 준비위원

 
 
1. 작년부터 음원 가격에 관한 많은 토론과 논쟁이 있어왔다. 이 논쟁에 있어 창작자나 제작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음원 가격 결정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의 거의 일방적인 개입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본인이 만드는 상품(음원)의 가격을 스스로 매기지 못하고 판매방식 조차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현 음원시장 문제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논쟁의 핵심은 이후 언론에 보도되거나 공론화되면서 결국 음원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로 오도되는 결과들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는 가격결정권 및 판매 방식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표피적인 가격 논란으로 논쟁의 핵심을 가리게 되어 창작자와 소비자 간 대립으로 변질되는 현실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음원 가격 논쟁이 창작자와 소비자 간 대립구도라는 상황으로 진행되게 한 원인 중 하나는 수시로 있어 왔던 논의 테이블의 구성원들의 문제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지금껏 진행되어 온 많은 논의 테이블에서 권리자들의 입장을 대변한 인물들은 1차 생산자라 할 수 있는 창작자들이 아닌 제작자 내지 사업자들이 다수였다. 물론, 이미 조직이 꾸려져 있고 복잡한 음악시장 내에서 일정 부분 대표성을 가진 단체들 중심으로 논의 테이블이 꾸려지는 현실적 한계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이나, 한편으로는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여러 논의 테이블에 창작자들을 참여시키려는 노력은 얼마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당사자인 창작자들의 입장이 배제되고 제작자, 사업자들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음원 가격 논쟁은 결과적으로 창작자 보호의 측면보다는 요율과 가격의 문제로 귀결되면서 소비자와 창작자 간 대립을 본의 아니게 유도해 온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이제껏 진행되어 온 음원 가격 논쟁에 있어 근본적인 목표는 창작자들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으나 이러한 목표가 논의 구조의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2. 한국의 문화산업에서 1차 생산자들이 가장 약자의 위치에 존재하고 경제적 보상 또한 가장 미약하다는 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공통적인 현상이고, 이런 현상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다. 음악 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음원 가격 논란 또한 사실 창작자들의 현실적 사례들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크다. 그러하기에 현재 음원 가격 논의 구조의 구성원들은 언제나 창작자들의 현실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함이란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정작 이런 논의 구조에서 당사자인 창작자들의 적은 비중은 현실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걸까?
 
 먼저, 한국 음악 산업 역사에서 창작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로 본인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본 전례가 없었다. 이는, 음악가는 예술가라는 전통적 명제의 영향과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음악가들의 성향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상당히 복잡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구성된 음악 저작권 관련 법안들과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음악 시장의 상황은 음악가 본인들이 정확히 파악하기엔 본인들의 기본적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 면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이런 산업적인 부분에 대한 쉽고 체계적인 교육이나 홍보 등이 시행되지 못했던 것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개인 작업에 익숙한 음악가들이 함께 모여 본인들의 이해관계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았던 현실도 존재한다. 그러하기에, 창작자 본인들의 이해관계를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공식적 단체나 조직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 음악 저작권 협회, 한국 음악 실연자 협회 등의 음악 저작권 신탁 단체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이 바로 창작자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한다. 이런 음악저작권 신탁 단체들에 대한 불신은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던 이들 단체의 활동 현실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볼 수 있다. 소수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 불투명한 예산 재정 집행, 세력 간 내부적 갈등, 권리를 신탁한 회원들에 대한 미비한 서비스 등 이미 이들 단체에 대한 불신의 근거는 충분히 존재한다. 음악저작권 신탁 단체들이 진정 권리자를 대변하는 단체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앞으로 현재와 같은 저작권 신탁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 본다. 또한, 현재의 신탁 단체들과는 별도로 창작자 당사자들의 조직이 분명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음악가 노동조합 등의 형태) 물론, 기존의 음악가 단체들이 존재하지만 창작자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다 볼 수 있는 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창작자들의 창작 행위를 ‘예술 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당한 ‘노동의 가치’ 회복을 추구하는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현재의 음원 가격 논의 구조에서 창작자가 소외 내지 배제되게 된 데에는 음악 산업 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조직이나 단체가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음악저작권 신탁단체들의 개혁과 동시에 창작자들의 당사자 조직이라 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3. 어찌 보면 늦었다 할 수 있겠지만, 지금에서라도 음원 가격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며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현실을 바꾸기 위한 시도들이 진행되는 것은 창작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음악을 만들어내는 1차 생산자인 창작자이자 음악가의 입장에서 현재의 가격 내지 요율 논쟁보다 더 중요하다 여기는 것은 바로 체계적인 음원 관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축을 통한 보다 더 과학적이고 투명한 저작권 관리 시스템 실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해외 사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일종의 음원 등록제를 시행하여 온라인상에서 제작되고 발표되는 음원들의 사용, 판매 경로 및 사례 등을 권리자들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본인들의 창작물이 어떠한 경로로, 누구에게 얼마나 판매되거나 사용되었는지를 파악하게 되므로 현재의 저작권 관리보다 훨씬 더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게 되어 사용료 배분에 대해서도 신뢰를 얻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본다.
 
 그리고, 음원 가격이나 분배요율 결정에 관련한 논란은 ‘음악’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라 볼 수도 있다. 즉, 현실적 가격 액수나 분배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사회가 ‘음악’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매기고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보다 더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창작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며, 음악을 비롯한 예술 창작물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제고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합의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현재의 논의 구조는 창작자들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대변하기에, 또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음악’의 가치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기에도 상당 부분 부족하다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논의는 보다 더 긴 호흡으로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논의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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