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zen]대중음악계의 이상기후,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15호)

2013년 4월 11일culturalaction

대중음악계의 이상기후,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박선영 / 문화연대

서울에서 20년만에 4월중에 눈이 내렸다고 한다. 흔히들 이런 경우를 ‘이상기후’라고 이야기 하는데 대중음악계에도 ‘이상기후’와 같은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5주가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듣기에는 뭐가 특별한 일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벚꽃엔딩>은 작년 이맘때쯤에 발매된 노래로 그 당시 이미 음원순위 1위까지 오르며 인기를 누렸던 곡이다. 그 곡이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부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버스커버스커가 특별한 마케팅이나 홍보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최근 몇 년간의 음원사이트의 1위를 차지한 곡은 대부분 앨범발매하고 1~2주 내에 1위를 차지하고, 1~3주간 정도 1위를 차지한 다음에 금방 인기가 떨어지는 짧은 주기의 싸이클을 보여주고 있다. 음반 중심이 아닌 음원 중심의 소비방식으로 재편되면서 음악은 공을 들여 감상을 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커피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처럼 BGM(background music)이 되어버렸다. 예전처럼 CD를 사서 듣던 시대와 비교하면 음악은 가볍게 듣고 소비해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전락한 것이다.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만 하면 가격 부담없이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을 무한 반복으로 틀어놓고, 사람들은 다른 일들을 한다. 음악들이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히 상품으로서 소비되자, 제작자 입장에서도 만드는데 크게 공을 들이지 않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후크송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후렴구를 만들어 내 목소리를 제발 들어달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벚꽃엔딩>의 인기는 대중음악계와 현 대중음악 소비시스템의 모든 상식을 파괴해버렸다. 음원이 발매된 후에 집중적인 마케팅으로 홍보도 하지 않았고, 음악스타일도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후크송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벚꽃엔딩> 다시 인기를 누리는 원인은 뭘까? 봄에 어울리는 계절송이라서… 그러기에는 너무 이유가 빈약하다. 계절송은 예전에도 있어왔지만 이정도의 인기를 누린 적은 없다. 크리스마스 캐롤송도 크리스마스 당일 정도만 반짝 인기를 끌 정도였다. 사람들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획일화되고 소모적인 음악에 질려서라고 진단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반대급부가 하필이면 <벚꽃엔딩>에만 가는가라고 하면 이 부분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음원차트 1위곡들이 1~2주면 바뀌어버리는 요즘시대에 음원차트에서 5주 동안이나 1위를 차지하고 그것도 발매된지 일년이 지난 앨범의 곡이라는 것은 다른 뭔가 큰 이유가 있지 않을까? <벚꽃엔딩>의 인기에 대한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음악이 좋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맥빠진 답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것보다 명확한 이유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주의의 시스템에 포섭된 대중음악에 너무 익숙해져왔다. 아무리 실력이 띄어나고 재능이 있어도 우수한 기획사를 만나지 못하면 좋은 가수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각종 서바이벌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력은 있으나 좋은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이 치열한 경쟁 끝에 그 기회를 잡는 스토리를 보고 감동을 받는다. 물론 버스커버스커도 그 서바이벌 공개 오디션의 대표적인 수혜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기회를 얻고 주류시스템에 들어가자마자, 거기서 뛰쳐나와 자신들의 방식을 택했고 그 방식으로 오히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버스커버스커가 상식을 깬 행동을 한 것 같지만 그들은 가장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승부를 걸고 성공한 것이다.
대형기획사와 거대음악자본이 수년간 만들어온 가수 육성 시스템과 마케팅, 홍보 전략의 효과는 여전히 우수하다. 그래서 제2의 <벚꽃엔딩>이 나올 것이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 이번 현상이 작은 균열이 되어 현재의 대중음악계의 커다란 벽을 무너뜨리는 출발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근거없는 기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번 현상으로 우리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음악은 상품이기 이전에 작품이고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좋은 음악을 들으면 사람들이 감동하게 되고 찾게 된다는 것이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