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깡총] Fab Lab – 낯선 예감 (15호)

2013년 4월 11일culturalaction

<제작 문화의 이해 위한 몇 가지 단서 5>

Fab Lab – 낯선 예감

청개구리 제작소 (www.fabcoop.org)

2006년 닐 거센필드가 발간한 책 『FAB』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개인용 컴퓨터(PC)의 시대를 지나 개인용 제작기(PF)의 시대가 온다” 이는 비트(정보)를 아톰(물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 생산의 개인화, 가정 기반 제조의 도래를 예측한 것으로 이는 디지털문화의 새로운 이행을 의미한다. 팹랩의 실험들을 담은 이 책은 한국에서도 발간되었다. 출간 당시 일부 사람들은 미래까지 보기는 어렵하고 평가 했지만 예측은 조금씩 우리 눈앞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개인 제조의 가능성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투명할 뿐이다.

조만간 어느 기사의 타이틀처럼 팹랩이 뜰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서는 스타트업 시대와 더불어 팹랩(Fab Lab)의 부상과 확장성에 주목하지만 낯선 예감 또한 감지된다. 팹랩은 정부의 일자리 지원 정책과 함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시제품 개발을 위한 주요 기지로, 제도나 행정에서는 공공의 자원을 통해 창의적 기술문화와의 접속이 가능한 공공공간으로 기획하기에 충분히 글로벌한 매력을 갖고 있다. 한국적 상황에서 본다면 앞서 소개한 해커스페이스는 공유와 개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율적 개인들이 선호할 것이고, 관이나 기업은 팹랩을 선택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맥락에서 팹랩에 대한 선호는 어떤 경향으로 드러날지 예측 불가능하다.

해외의 경우, 알려진 제작공간으로는 팹랩, 해커스페이스, 메이커스페이스, 테크샵이 있다. 조금씩 차이를 가지고 운영된다. 테크샵이 프랜차이즈 형태라면 해커스페이스는 풀뿌리적인 접근 방식으로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면 편리한 시간에 방문 가능한 공동작업실로 기술문화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확장시킨다. 팹랩은 해커스페이스에 비해 대중에 대한 공공성은 약하다. 팹랩의 된다는 것은 세계적인 팹랩 네트워크의 연결점이 되는 것으로 이러한 네트워크성은 팹랩에서 중요시 되는 부분이고 해커스페이스나 메이커 스페이스, 테크숍에 비해 발달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네트워크성을 이용해 서로의 질문과 프로젝트들이 공유되고 협업을 모색하는 비디오 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팹랩이 각 지역적 특색에 맞는 실험들을 환영하면서도, 서로의 프로젝트들이 어떤 팹랩에서라도 동일하게 따라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툴과 프로세스를 공통적으로 공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팹랩 에너지 하우스 (Fab Lab solar house) / 사진출처 : Barcelona Fab Lab

MIT 미디어 랩에서 시작된 팹랩(Fab Lab/Fabrication Laboratory)은 디지털 제작 장비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공작소이자 소형 공장이다. 1998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닐 거센필드 교수는 교육 차원에서 “무엇이든지 (거의) 제작하는 법 (How to make (almost) anything)”이라는 제목의 수업을 개설했다. 기술을 이용해 수공업이 가능한 방식으로 2002년에 팹랩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MIT와 풀뿌리 발명 그룹의 공동 실험 모델로 시작된 팹랩은 미 국립 과학재단(NSF)와 국방부의 후원을 받아 제 3세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실험 모델을 확장해 왔다. 팹랩의 원래 목적은 디지털 제조 기술의 접근 및 교육을 민주화하는 것이었다. 국제적인 확산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추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설계되었다. 2012년 팹랩 국제 컨퍼런스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36개국에 120여개의 팹랩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고, 25개의 팹랩이 계획 중이다. 기재되지 않았거나 최근 문을 연 팹랩의 수까지 포함한다면 디지털 제작문화의 담론, 활동들과 함께 팹랩의 생성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Amsterdam Fab Lab

팹랩에 대한 지원과 네트워크는 MIT 비트와 아톰 센터 (The MIT Center for Bits and Atoms)에서 한다. 이 팹랩이라는 국제적 네트워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개인이 갖추기 어려운 디지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물리적 공간을 갖추고 일정 시간을 공공에 오픈해야 하며 제작에 필요한 지식과 프로젝트는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팹랩은 지역과 상황, 운영주체와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성화되고 있다. 주로 대학 부설이나 민간 기관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교육과 비즈니스, 소셜 프로젝트 실행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드러난다.

최근 고가의 장비들에 대한 접근 문턱 또한 낮아져서 일정 자본과 물리적 공간이 있다면 팹랩을 열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이제 팹랩은 저예산 실험실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 무엇이든 제작이 가능한 공동의 제작소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2개의 팹랩이 문을 열었다. 지난 3월에는 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타이드인스티튜트’가 세운상가에 공공제작 공간을 표방하는 ‘팹랩 서울’을 열었고, 광주에도 팹랩이 3D프린터기, 레이저 커터, CNC(컴퓨터 수치제어) 장비 등을 갖추고 다양한 워크샵을 통해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광주의 운영 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인 아시아문화개발원이다. 단체 모두 팹랩이라는 이름의 공동의 멤버십을 공유하지만 목적과 형태에 따라 다른 영역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타이드는 기술문화의 장소성과 생산성을 가진 세운상가라는 지역적 입지와 서울시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와 소셜 펀딩을 연계해서 팹랩 서울을 오픈 했고,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 업을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기반에 두고 문화콘텐츠 연구 개발을 특성화하고 있는 광주에 팹랩은 또 어떤 방향으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낼지 궁금하다. 외국의 어느 민간 보고서에 의하면 해커스페이스와 같은 제작 활동이 지자체가 추구하는 지역의 창조산업에 기여하고 있고 그것은 영화, 음악, 공연 등의 창조성을 위한 창조성, 메타 창조성을 갖는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광주에서의 팹랩 모델에 대한 접근과 상상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팹랩 로고

매년 비전 공유와 네트워크 차원에서 열리는 팹랩 국제포럼은 올해의 개최지로 일본 도쿄를 선택했다. 아시아 지역은 처음이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번 포럼의 비전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Vision Sharing for future learning”, “Vision Sharing for future making”, “vision Sharing for future sharing” 배우고, 만들고, 나누는 것이 팹랩에서는 중요한 키워드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팹랩이라는 공간과 콘텐츠는 사회의 새로운 솔루션과 공동의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런 공간의 생성은 디지털 공유문화의 확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가로 팹랩을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지만 또한 자본의 개입을 더 자극하거나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 또한 크다. 최근 일본 시부야에 팹카페 (Fab Cafe)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본의 팹랩과 관련 있는 이 공간은 크리에이티브와 관련한 컨설팅과 프로젝트를 벌이는 기업 ‘로프트 워크(Lofework)’가 운영한다. 이 팹카페의 사업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물건 만들기를 체험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서 사람간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커뮤니티 장의 형성이다. 아시아쪽 진출도 고려중이다. 팹랩의 운영에는 특별한 라이선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몇가지 운영 원칙만 따르면 자유롭게 접근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의 팹랩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변이를 통해 만들어 진 팹카페는 프랜차이즈처럼 확장될 전망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곧 우리 생활 권역에서도 영향을 받고 유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팹랩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개인을 위한 공장은 이미 학자들의 실험대를 떠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분석과 예측은 디지털문화를 상품화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이미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기획되고 있음을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이다.

자본과 시장은 공장에서 제조된 상품의 선택을 넘어 개인 제작이 가능한 디지털 제조기술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화된 디지털 제조기술을 어떤 식으로든 유연하게 자본 안으로 포섭해 갈 것이다. 이는 디지털 문화, 제작과 관련해 자유와 자율을 통해 형성되었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공유지(commons)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민간과 행정에서 추진되고 있는 팹랩의 모델은 우리의 상황에 맞는 공공성의 영역과 의미를 다시 재구성해야 한다. 더 많은 대중에게 개방하기 위해 무엇이 의미 있는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그것은 지역과 동네에서 자율 제작을 통해 작은 흐름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활동 주체들과 공간에 주목하며 지원하고 매개하는 것이다. 또한 자율적으로 시작된 문화의 지형이 자본이나 브랜드를 단 이름들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공간 생성을 위한 실험 또한 우리 안에서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율적 제작문화의 지평과 지층은 넓어짐과 동시에 더 단단하고 깊어 질 것이다.

참고 자료

닐 거센필드의 팹랩들 http://www.ted.com/talks/lang/ko/neil_gershenfeld_on_fab_lab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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