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박근혜정부 문화정책 분석 그리고 문화정책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 (15호)

2013년 4월 11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문화”를 19번이나 언급하며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라고 강조했고, 나아가 “문화융성(文化隆盛)”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융성이라고 표현한 새 정부 문화정책의 핵심은 무엇일까? <문화빵> 15호의 특집은 박근혜정부의 문화정책, 그리고 대안적 문화정책에 대한 이야기다. 박근혜정부의 문화정책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문화정책의 가능성과 준거점을 제시해보았다.

[특집]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대안적 문화정책의 구상

① 문화정책의 새로운 철학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하여 /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② 박근혜정부 문화정책 분석 그리고 문화정책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 / 이원재(문화연대)

박근혜정부 문화정책 분석 

그리고 문화정책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

이원재 / 문화연대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주요 내용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원회)는 2013년 2월 21일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과 함께 비전 달성을 위한 5대 국정목표와 21개 실행 전략, 140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먼저 인수위원회는 국정비전과 국정목표 마련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우리나라는 건국이래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며 국가 경제규모는 선진국 수준으로 커지고 국격도 높아졌으나 상대적으로 개인의 삶의 질은 경시되어 ‘국민의 행복수준’은 낮은 상황임. 이제는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이 선순환하고 모든 사회공동체 구성원이 화합하여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함을 물론, 국민행복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개막하고 나아가 지구촌의 행복시대에 기여하는 모범국가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하겠음.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담아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국정비전을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로 설정하게 되었음”

당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비전과 국정목표 등을 발표하며 “여러 부처가 협력해 추진해야 할 융합적 성격의 국정과제를 다수 발굴했다”며 “불요불급한 조직신설, 인력증원, 부처 기능 확대 등은 제외,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했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경시되었던 안전과 통합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인수위원회는 현 시기 한국 사회의 국가발전 패러다임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국가에서 개인으로”, 경제성장 모델에 있어서는 “선진국 추격형에서 세계시장 선도형으로”, 사회발전 패러다임의 측면에서는 “성장과 복지의 이분법이 아닌 성장과 복지의 순환관계로”, “물리적 자본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을 중시하는 사회로”, 정부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정부 주도에서 민관 협치․소통으로 ” 전환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국가발전 패러다임의 전환>

인수위원회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박근혜정부 국정비전 및 국정목표>를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 기반구축”의 5개 국정목표와 21개 추진전략, 그리고 이와 관련된 140개 국정과제로 구성하여 제시하였다.

기본적으로 <박근혜정부 국정비전 및 국정목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정책공약인 ‘국민행복 10대 공약’의 핵심적인 구성요소였던 생활경제 및 복지, 일자리, 안전 등에 “교육과 문화”, “안보와 통일․외교” 영역이 추가된 모양새를 갖추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 구조에 비해 국정비전에서는 교육과 문화의 비중이 많이 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표] 박근혜정부 국정 비전, 5대 국정목표, 21개 실행전략

[국정비전] “국민 행복, 희망의 새시대”
5대 국정목표 21개 추진전략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강화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질서 확립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 운영

맞춤형 고용․복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제공

자립을 지원하는 복지체계 구축

서민생활 및 고용안정 지원

저출산 극복과 여성 경제활동 확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전문인재 양성 및 평생학습체계 구축

나를 찾는 문화, 모두가 누리는 문화구현

안전과 통합의 사회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

재난재해 예방 및 체계적 관리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조성

통합과 화합의 공동체 구현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촉진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튼튼한 안보와 지속가능한 평화실현

행복한 통일로 가는 새로운 한반도 구현

국민과 함께 하는 신뢰외교 전개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와 문화정책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박근혜정부는 <박근혜정부 국정비전 및 국정목표>를 발표하면서 문화정책에 해당하는 국정목표를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으로 설정하였고, 이에 해당하는 추진전략으로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전문인재 양성 및 평생학습체계 구축”, “나를 찾는 문화, 모두가 누리는 문화구현”을 제시하였다.

인수위원회는 해당 국정목표 및 추진전략과 관련하여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을 구현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입시준비 교육 위주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키우고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국민들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여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표] 박근혜정부 국정목표 중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박근혜정부의 국정목표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에서 앞의 두 가지 추진전략이 주로 교육정책과 관련된 것이라면, 실질적으로 문화정책에 해당하는 추진전략은 “나를 찾는 문화, 모두가 누리는 문화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를 찾는 문화, 모두가 누리는 문화구현”은 앞의 표와 같이 다시 7개의 국정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현재 박근혜정부가 구체적으로, 실질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전통적인 문화정책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박근혜정부는 선거 정책공약에 이어 가장 우선적인 문화정책 과제로 <문화재정 2% 달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비전을 발표하기 이전 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도 “2017년까지 문화재정을 정부재정의 2%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수위원회는 이와 관련하여 “문화재정 2%를 달성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일반회계 등 예산과 별도 세입이 있는 기금 재원을 균형 있게 확충 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문화부의 2013년 예산은 역대 최대인 4조1천723억 원이며, 이는 지난해보다 12.2% 증액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정부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2%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박근혜정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문화 진흥을 위해 <문화기본법 제정>을 제시하였다. <문화기본법 제정> 역시 박근혜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에 이어 또 다시 핵심 문화정책으로 강조되었으며, 국정과제에서는 문화기본법 제정을 여가활성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다양성보호증진법 등과 연계법안으로 2013년 내에 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예술인들에 대한 창작지원 정책에 해당하는 <예술인 창작 안전망 구축 및 지원 강화>는 먼저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요건 완화”를 통해 예술인 창작 안전망을 구축하고,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 기반 조성을 위해 “예술인 패스 도입”,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 “문화예술진흥기금과 문화재보호기금의 기부금 조세지원 강화” 등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순수기초예술 및 독립, 인디, 다양성 장르 등”, “비영리 문화법인 제도 도입”, “장애인 문화예술 창작활동” 등에 대한 지원 강화를 언급하고 있으며, “CT 5대 핵심기술 개발 및 문화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에 포함되어 있다.

박근혜정부는 국민들의 보편적인 문화 향유권 및 접근권 등에 대해서는 “문화향유 기회 확대와 문화격차 해소”를 국정과제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들로는 “주민센터와 문예회관 등에 대한 리모델링, 복합문화 커뮤니티센터 조성”, “생애주기별 문화향유 지원체계 구축 및 여가모델 개발 및 보급”, “예술강사 장애인시설 파견 확대 등 장애인 문화향유 권리 보장”,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도시, 문화마을 조성 및 문화격차 해소” 등을 포함하였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사와 관련하여 “어린이집, 유치원 파견”(2014년 1,300개소), “전국 모든 학교(11,532개교) 문화예술교육사 배치”, “직장동호회 문화예술교육사 파견” 등의 정책과제를 제시하였다.

문화유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무형문화유산 법률 제정 및 문화재 보호기금 확충”, “권역별 국립 수장고 건립”,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국립 승격”, “한민족문화아카이브 구축” 등이 국정과제로 제시되었다. 스포츠 정책의 경우 “100세까지 건강하게, 생애주기별 스포츠 활동 지원시스템 구축”, “시․군․구(227개)에 문화법인형 공공스포츠클럽 설립”, “학교 스포츠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 언급되었다. 이외에도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중에서 문화정책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전략 13. 나를 찾는 문화, 모두가 누리는 문화 구현> 주요 내용

국정과제 주요 내용
문화재정 2% 달성 및 문화기본법 제정 ▪ 문화재정 2.0%’를 달성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 완화를 위해, 일반회계 등 예산과 별도 세입이 있는 기금 재원을 균형 있게 확충
▪ 국민행복, 사회통합, 갈등치유와 소통을 위한 문화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국민의 문화기본권 보장과 문화 진흥을 위한 국가적 책무를 규정한 「문화기본법」제정(‘13 제정안 발의)

▪ 여가활성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다양성보호증진법, 문화예술후원활성화법(메세나법) 등 연계법안 제정 추진(‘13)

▪ 국민 문화행복지수를 개발하고(‘13), 정기적인 문화센서스 실시(‘14~)
예술인 창작 안전망 구축 및 지원 강화 ▪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요건 완화 등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축
▪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 기반 조성 : 예술인 패스 도입 및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제정, 문화예술진흥기금과 문화재보호기금 기부금 조세지원 강화, 미술품 감정평가제 도입 및 기업 미술품 구입시 손비인정 범위 확대
▪ 순수기초예술 및 독립․인디․다양성 장르 등 지원 강화
▪ 문화예술단체의 안정적 활동을 위한 비영리 문화법인 제도 도입
▪ 예술창작지원센터 조성 등 장애인 문화예술 창작활동 지원
▪ CT 5대 핵심기술 개발 및 문화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 : 음악 창작자의 권익 강화를 위해 음원전송사용료제 개선
문화향유 기회 확대와 문화격차 해소 ▪ 주민센터, 문예회관 등을 리모델링, 복합문화 커뮤니티센터 조성 : 지역사회 문화동호회 활동의 거점 공간으로 조성
▪ 생애주기별 문화향유 지원체계 구축 및 여가모델 개발․보급

– 어린이집·유치원 문화예술교육사 파견(‘14, 1,300개)

– 전국 모든 학교(11,532개교) 문화예술교육사 배치,

– 공연장․박물관․경기장 등 할인․면제 청소년 패스 도입

– 여가친화기업 인증제 운영 및 직장동호회 문화예술교육사 파견

– 문화114 콜센터 운영 및 문화복지사 지역별 배치

– 은퇴계층을 위한 골든에이지 캠페인과 자원봉사 기회 제공

▪ 예술강사 장애인시설 파견 확대 등 장애인 문화향유 권리 보장
▪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도시·문화마을 조성 및 지역 문화격차 해소 :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및 지역문화재단을 지역 거점으로 육성, 지역 상주단체 육성 및 문예진흥기금 지역협력형 사업 대폭 확대
▪ 문화·관광·체육시설 투자금액에 세액공제 혜택 제공
문화유산 보존활용 및 한국문화 진흥 ▪ 무형문화유산 법률 제정 및 문화재 보호기금 확충
▪ 권역별 국립 수장고 건립 및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국립 승격 등
▪ 한국학, 한국어, 전통문화, 문화유산을 연계하여 정신문화 진작 : 한민족 문화아카이브 구축 및 도서관의 인문학 부흥 거점화, 재외 한국문화원․세종학당을 해외한국문화보급의 거점기관으로 활용
▪ 남북한 동질성 회복과 협력기반 조성 및 문화다양성 증진
▪ 국제문화교류진흥 법률 제정 및 국제문화교류진흥원 설립
▪ 재외 한국문화원 확대, 뉴욕·파리 코리아센터 전환
▪ 한국문화원장 문화 전문성 강화 및 근거 법령 제정 추진
▪ 세종학당 확대․전문성 강화 및 한국어 교육 총괄 조정기능 수행
스포츠 활성화로 건강한 삶 구현 ▪ 100세까지 건강하게, 생애주기별 스포츠 활동 지원시스템 구축

– 생애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 보급, 통합콜센터(#7330)

– 전 국민 스포츠․체력 인증제 도입(2013/국민체육진흥법 개정)

▪ 시·군·구(227개)에 문화법인형 공공스포츠클럽 설립
▪ 국가대표 체육지도자 자격 부여, 진로 지원 등 체육인복지 강화
▪ 태릉선수촌 기능 유지, 국가대표훈련장 단계적 기능 분담
▪ 올림픽공원내 체육인 명예의 전당·호텔·컨벤션을 갖춘 올림픽 스포츠 콤플렉스를 조성
▪ 학교 스포츠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 : 스포츠강사 법제화(‘13)를 통한 제도적 정착 및 근무기간 연장(10개월→1년) 및 보수 현실화, 전문성 강화로 스포츠 일자리 창출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 MICE, 의료, 한류, 크루즈, 역사․전통문화 체험, 레저․스포츠 등 고부가가치 6대 관광ㆍ레저산업 육성
▪ 관광을 통한 국민 행복, 관광복지 실현
▪ 관광 일자리 창출과 근로조건 개선
▪ 지역 관광업체, 문화계, 상공인, 지역주민,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지역관광협의회(CVB: Convention & Visitor’s Bureau) 설립을 지원하여 지역관광 활성화 추진
▪ 저가관광을 탈피하여 고품격 관광으로 근본적 체질 개선
▪ 소외계층 여행바우처 지원 및 무장애환경(barrier free) 인프라 확충
▪ 고부가가치 창출 관광객에 대한 고품격 출입국행정서비스 제공
생태휴식 공간 확대 등 행복한 생활문화공간 조성 ▪ (생태휴식공간 확충) 국가도시공원, 동네쉼터, 도시농업 공간, 생활권 마을숲, 생태놀이터 등 도심 생태휴식공간 확충
▪ (품격 있는 도시공간 조성) 높아진 국가 위상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품격이 흐르는 도시·건축문화 형성 및 국토경관축 조성
▪ (생활환경 개선) 작지만 국민의 일상 속 영향이 큰 불편사항 해소

박근혜정부 문화정책 구상의 특징 및 한계

박근혜정부가 국정비전과 과제를 발표하면서 직면한 첫 번째 문제는 선거 정책공약과 국정과제 사이의 간극이다. “경제 민주화” 공약을 둘러 싼 논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박근혜정부는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제시했던 정책들과 선거 이후 (집권세력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기반한) 정책 선호도 사이에서 커다란 간극을 드러냈다. 또한 당선인 시기에 언론을 통해 제기되었던 집권 초기 공약 재조정 문제, 다시 말해 선거 국면의 선심성, 과잉된 정책공약들에 대한 정리 작업을 둘러 싼 진정성(약속)의 문제가 부상하였다.

예를 들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경제·사회·부동산·통일 분야 주요 대선공약 150개의 국정과제 반영 여부를 조사한 결과 29개 공약이 ‘후퇴’했고 41개가 ‘삭제’되는 등 총 70개(47%)가 수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분야별로는 “부동산 분야가 공약 5개 중 1개가 후퇴하고 4개가 삭제되는 등 수정 비율이 가장 높았고 경제(62%), 정치(47%), 사회(36%), 통일(24%) 순으로 뒤를 이었다.”

문화 분야의 경우에도 이러한 문제가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선거 정책공약에서 국정과제로 넘어가면서 이미 상당한 공약들을 정리하거나 변형하여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문화권과 관련된 공약들, 지역문화전달체계의 확립 및 분권과 관련된 공약들, 예술인 노동 및 안전망과 관련된 공약들, 문화 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 공약, 남북문화교류 확대 등의 영역에서 박근혜정부 문화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책공약 조정 작업이 진행되었다.

[표] 박근혜정부 국정과제에서 실종된 정책공약들

정책공약 주요 내용
장애인 문화권 관련 – (장애인 문화권리 국가 보장) 장애인 문화예술창작아트페어 개최

– (장애인 문화권리 국가 보장) 문화예술체육시설에 장애인 특별 프로그램 운영 지원

– (장애인 문화권리 국가 보장) 공공 문화예술체육시설에 장애인 접근성 확보를 위한 개보수 지원

지역문화 분권 및 전달체계 관련 – (문화기반 조성) 문화복지 전문인력 양성 및 지역문화재단 배치

– (지방을 지역특화된 문화예술도시로 개발) 문예진흥기금의 지역 문화예술지원 확대

– (지방을 지역특화된 문화예술도시로 개발) 문화기반시설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문화 균형발전 도모

– (지방을 지역특화된 문화예술도시로 개발) 지역 소외계층 대상 문화순회사업 강화

– (문화유산 관리 체계 강화) 시․도 지정 문화재 보수․정비 강화

예술노동

및 예술인 안전망 관련

– (예술인 창작 안전망 구축) 예술인복지법 개정을 통한 사회보장 확대

– (예술인 창작 안전망 구축) 공연․영상분야 스탭 처우 개선

– (예술인 창작 안전망 구축) 시․도립 문화예술단체 최저임금보장

문화 콘텐츠

공정거래 관련

– (문화 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 우수 학술․교양도서 선정․지원 확대, 전자책 전환 제작 강화

– (문화 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 독립․예술․다양성 영화 제작지원 및 전용관 확대

남북문화교류 관련 – (남북문화교류 확대) 남북예술작품 교류전시 및 남북예술가 공동창작 활동 지원

– (남북문화교류 확대) 북한 문화유산 복원․보수 및 문화예술작품 발굴, 디지털 DB 구축

– (남북문화교류 확대) 민족대통합 남북 스포츠 교류 확대(경평축구 부활, 태권도 교류전, 국제대회 단일팀 구성 등)

기타 – (문화유산 관리 체계 강화) 문화재 환수활동 강화

– (세계문화 다양성 증진) 개도국에 대한 문화분야 공적개발원조 확대

 

 

 

다음으로 박근혜정부의 국정비전과 국정과제들은 선거 정책공약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물론 문화에 대한 국정목표가 교육과 더불어 세 번째에 언급되면서, 문화정책의 위상과 기대는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정비전과 국정과제들은 문화와 문화정책을 둘러 싼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듯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비전과 국정과제들은 “문화에 대한 철학과 개념의 부재”,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화정책 패러다임의 제시 부재”, “기존 문화정책의 범주별로 사업을 나열하는 구조 반복”, “새 정부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 부재”, “문화정책의 목표와 우선 순위에 대한 모호함”, “정책, 사업 사이의 통합성과 연계성 부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화정책의 구체성과 적극성 부족”, “지역분권과 민관거버넌스를 위한 새로운 문화정책 전달체계에 대한 고민 부재”, “사회변동과 호흡하는 새로운 문화정책 의제 발굴 실패(과거지향적이고 관습화된 문화정책 의제들)”, “문화적 가치와 충돌하는 대규모 문화 이벤트와 막개발 사업들 반복”, “교육과 문화, 경제/산업과 문화 등 융합적이지 못한 정책구조” 등의 문제점과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대안적인 문화정책의 출발점

대안적인 문화정책의 출발점은 아마도 “정책”이 지배권력, 중앙정부, 공공기관 등의 업무가 아니라 개인들의 자율적인 삶의 영역을 다양하게 기획하고 구체화하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문화정책은 국가기관에서부터 개인까지, 지구적인 네트워크에서 마을의 이웃까지, 예술가에서부터 주민들까지, 놀이에서 소비까지, 과거에서 미래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작동한다. 이제 문화정책은 5년이라는 권력의 시간, 지배권력의 교체 사이클에서 벗어나 좀 더 본질적이고 지속적이며 다양한 시공간 속에서 형성되고 관계돼야 한다.

그렇다면 대안적인 문화정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 속에서, 노동 착취는 물론이고 감수성과 상상력까지도 상품화하고 거래하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우리는 어떠한 문화정책을 상상하고,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 모든 과정들이 지원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공급되고 있는 정책구조 아래서, 철저하게 “하청계열화” 되어 있는 전달체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아마도 이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상상력과 실천 그리고 시행착오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화정책을 상상하고, 공유하고, 실험하고, 공진화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대안적인 문화정책의 수립을 위한 몇 가지 출발점을 제안해 본다.

먼저 대안적인 문화정책은 허위적인 문화예술이 아니라 생존의 영역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현대 사회, 구조화된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생존의 문제를 전면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박근혜정부를 비롯하여 보수주의자들마저 복지정책에 목소리를 높여할 정도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하루, 하루의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표면적으로는 성장하였으나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삶을 둘러 싼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그리고 그 위기의 강도만큼이나 사람들은 생존을 둘러 싼 다양한 문제들을 강요받고 있다. 출산에서부터 시작하여 육아, 교육, 취업, 주거, 연애, 결혼, 건강, 노후 등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를 둘러 싼 불안한 생존 경쟁이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정책은 삶의 위기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생존할 수 있는 방법, 자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철학에서부터 인문학, 사회과학, 경제학 그리고 정신분석학에 이르기까지 현실 사회를 분석하고 비판하지만 정작 개별 주체가 생존하는 법에 대해서는 언제나 침묵한다. 대안적으로 생존하는 법을 모색하지 않는데 대안적인 문화정책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참으로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대안적인 문화, 문화정책에 대한 고민은 바로 생존이라는 문제설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둘째, 대안적인 문화정책은 자본주의의 “공급된 삶”을 경계하고 자율적인 문화의 형성을 모색해야 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인간의 삶을 둘러 싼 모든 것이 상품의 형태로 공급될 수 있는 생활 체계를 지향해 왔다. 인류가 기술 발전과 산업화를 통해 먹고, 자고, 입는 것의 대량생산을 성취하였다면, 현대 자본주의는 이제 탄생의 순간에서부터 사랑, 우울증, 죽음, 기억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것을 상품으로 공급한다. 자본주의는 다양한 언어와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공급형(공급받는) 삶의 구조를 일상적으로 강요하는 사회”다.

기존의 문화정책은 많은 측면에서 자본주의의 공급형 삶의 구조를 답습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문화정책의 본질적인 역할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문제에서부터 개인의 창작과 향유에 이르기까지, 중앙정부에서부터 마을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문화정책은 과잉공급의 질서를 구축하고, 공급형 삶의 재생산하는데 기여해 왔다. 대안적인 문화정책은 그 목적과 과정 자체가 공급된 삶이 아닌 자율적이고 자기 조직(자신의 일상을 자율적으로 조직)하는 원리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셋쩨, 대안적인 문화정책의 중요한 전략 중에 하나는 바로 프로그램 공급에서 벗어나 “자율시간의 확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공급된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율시간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율시간이 확장된다는 것은 임금노동 중심의 노동사회로부터 탈피하여 스스로의 시공간을 기획하고 조직하는 문화사회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대안적인 문화정책은 바로 자율시간의 확장을 통한 문화사회로의 이행을 도모하는 것이다. 수많은 문화 프로그램과 문화적 관계가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시간이 없는, 과밀과 과잉의 노동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의 공급형 문화정책으로는 삶의 질을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의 특징 중에 하나인 “공급받는 삶”은 일상의 대부분을 상품을 통한 공급체계로 유지하며, 개개인은 공급된 삶을 통해 확보된 시공간을 임금노동에 재투입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결국 일상의 절대 시간은 가장 전문화되고 효율화된 공급형 노동(임금노동)에 집적돼야 하고, 잔여적인 일상들 역시 또 다른 공급(타인의 임금노동을 통한 공급)을 통해 유지되는 것일 뿐이다. 현대 도시인들이 취미, 놀이, 여가 등의 시공간조차 대량화, 표준화된 상품소비를 통해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공급형 삶의 축적, 임금노동으로 꽉 채워진 일상은 현대 도시인으로부터 삶의 기본적인 행위들조차 제거하는(상품 서비스로 대체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현대 도시인들이 “노는 법”, “요리하는 법”, “대화하는 법”, “연애하는 법” 등 삶의 기초적인 구성 요소들과 방법들조차 상품화된 서비스를 통해 채워가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은 바로 공급형 삶의 축적, 과잉된 노동사회(에 의한 삶의 파편화)의 결과물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율시간을 확장하기 위한 실천은 단순히 개인적인 시간, 쉴 시간을 확보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율시간의 확장은 공급형 삶의 궤도에 적극적으로 균열을 내는 행위이며, 노동사회로부터 문화사회로 이행하는 소중한 첫 걸음이다. 이제 문화정책은 국가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공급되는 것이 아닌 자율적인 시간을 확장하고 자기 문화를 조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안적인 문화정책은 “지역화” 전략과 문화적 관계의 복원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에서 커뮤니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위기는 결국 문화적 관계의 소멸, 일상의 문화적 질감의 실종 등과 연결되어 있다. 사회변동과 시대변화 속에서 커뮤니티의 구성과 운영을 둘러 싼 많은 조건들, 가치들이 달라졌으며,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해체는 현대인으로부터 많은 것을 잃게 만들었다.

대안적인 문화정책을 기획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략 중에 하나는 ‘지역화’다. 지역화에 기반한 문화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향후 다양한 사회적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문화적 관계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지역화’는 단순하게 물리적 공간을 의미하는 1차원적인 개념이 아니다.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서의 분절된, 파편화된 지역을 의미하는 것은 더욱 더 아니다. 지역화는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생태계와 기후 및 문화를 보호하고, 문화적 관계를 통한 커뮤니티의 복원을 모색하며, 자기 실천적인 생활문화를 지향한다. 따라서 지역화의 원리에 기반한 커뮤니티 전략은 삶의 주체를 형성하고, 주체 사이의 문화적 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경로를 제시한다. 지역화와 커뮤니티에 기반한 문화정책은 공급형 삶, 공급형 문화와는 다르게 자신의 삶의 구체성에 기반한 정책, 관계, 질서 등을 상상하게 한다.

* 본 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안적 문화정책의 구상 토론회>(문화연대, 2013년 3월 27일 개최) 발제문을 발췌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전문은 아래 주소에서 다운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culturalaction.jinbo.net/xe/center_01/139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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