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깡총] 양털폭탄연구실에 대한 늦은 후일담(29호)

2013년 11월 12일culturalaction

양털폭탄연구실에 대한 늦은 후일담 

청개구리 제작소 (www.fabcoop.org) 

청개구리 제작소에서 운영한 양털폭탄연구실은 일시적인 제작 랩이다. 뜨개를 중심으로    전술 방법을 탐색하고 실험하는 연구실로 운영되었다. 한 달 동안 제작을 위한 공간과 도구들을 만들고, 뜨개를 위한 다양한 워크숍이 열렸다. ‘크라프트 액티비즘’, ‘부드러운 제작’, ‘여성성의 제작공간’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는 환담의 시간도 있었다.
이번 제작과 공간에 ‘양털폭탄(얀밤잉)’이라는 주제를 접속시킨 것은 현재 진행 중인 강정 코행동과의 연대를 고려한 것이었다. 12월 9일부터 강정에 건설 중인 해군미군기지에 대한 대항으로 얀밤잉(yarn bombing)이라는 평화행동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준비 중이다. (얀밤잉yarn bombing에 대한 소개는 지난 19호 청개구리 깡총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강정 코행동을 위해 각자의 공간과 동네에서 대한문 앞에서 평화를 위한 뜨개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함께 할 수 있는 뜨개 도구와 전술을 연결하며 뜨개에 대한 다양한 화두를 던져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양털폭탄연구실을 마칠 무렵 우리는 3가지 베틀 도구를 키트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키트를 강정 코행동과 연결해서 어떻게 사용 및 활용할까를 고민 중이다.
   양털폭탄연구실 공간 사진
 
   워크숍 사진 (스풀 베틀 만들기)
이번 연구실은 무엇보다도 기존 제작공간(make space)과는 다른 다양한 모델과 가능성에 대한 생각들을 시도해 보는 일시적인 제작 실험실이라는 의미가 컸다. 청개구리 제작소가 고민하는 다른 제작공간의 가능성은 현재 메이커 활동에서 하드웨어 중심으로 표준화되고 유행하는 제작공간이 아닌 다른 상상과 제작을 의미한다. 또한 물질적 제작 외에도 비물질적인 것을 함께 다룰 수 있는 가능성과 실험을 계속한다면 제작과 제작공간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의 삶을 복원할 수 있는 성찰과 성찰적인 공간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양털폭탄 연구실에서는 부드러운 제작이라는 것이 어떻게 접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화두도 함께 연결시켜 보았다. 제작과 기술이라는 것은 한편에서는 남성 중심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아직 우리도 여전히 고민 중인 문제이지만 부드러운 제작이라는 것은 물성 중심의 제작 외에도 제작 속 태도라는 부분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과 과정을 통해 여성성의 제작 공간에 대한 가능성을 함께 질문할 수 있을까? 아직 방향을 찾고 있다.
최근 제작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음이 감지된다. 그것이 행정에서 말하는 창의와 융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다른 제작의 관점을 가지려고 한다. 청개구리 제작소는 제작을 통한 다른 접속면의 설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양털폭탄연구실 또한 이런 설계와 실험의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사회와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이질감들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념 또는 이념보다 강하다. 그래서 그것은 어떤 점을 통과하거나 닿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사회적, 문화적 사안을 두고 이념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낯설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그것을 통과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또는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다르게 이야기 해주는 것에 대한 가능성이다. (이 접점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예술이었을까?) 그것의 또 다른 가능성은 사람의 언어나 행위보다는 다른 매체(사물)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집중하고자 하는 제작이라는 화두에는 인간 중심보다는 공간과 사물 그것을 연결해서 드러내 보여주는 기획적인 면이 접속면의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투박한 고민과 실험은 청개구리 제작소의 제작과 그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양털폭탄 연구실은 작은 규모의 일시적인 운영이었지만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의 방문도 우리에게는 기쁜 일이었다. 많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고 간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워크숍 풍경
어느덧 문래동에서 1달 동안 일시적으로 운영한 양털폭탄 연구실을 정리해야 했을 때 주변에서 아쉽지 않냐 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공간을 정리했다. 청개구리 제작소는 유령 제작소이고 유목이 즐거우니까(?) 그래서 문래동에서 일시적으로 운영한 양털폭탄 연구실의 실험은 또 다른 형태로 변주되어 다른 공간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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