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대안영상, 그 공간의 확장-제13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을 다녀와서(29호)

2013년 11월 12일culturalaction

대안영상, 그 공간의 확장

 

ㅡ 제13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을 다녀와서

최혁규 / 문화연대

요즘은 PC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영상이나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상영이나 이색 영화제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그렇게 영화를 접하는 것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국제실험영화제와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일 것이다. 언뜻 보면 이 둘 페스티벌에서 상영하는 혹은 전시하는 영화들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다 서울국제실험영화제는 영화에 대한 새로운 형식적 실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뉴미디어아트나 대안영상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국제실험영화제는 영화 자체를 실험하고 탐구하며 영화의 길을 모색하는 성격이라면, 뉴미디어페스티벌은 새롭게 탄생한 뉴미디어에 있어서 진정 무엇이 대안이고 새로움인지에 대해 질문하려 한다. 이 두 페스티벌은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고유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올해로 서울국제실험영화제는 10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13회를 맞았다.
10월 16일부터 25일까지, 대략 10일에 걸쳐서 열렸던 올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마포구청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미디어극장 아이공, 서울아트시네마, 서교예술실험센터, 갤리러 숲, 영화다방 와 등 다양한 공간에서 영상들을 상영 및 전시하고, 포럼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뉴미디어대안영화제’, ‘뉴미디어아트전시제’, 마스터클래스 / 포럼’ 및 ‘대안영상문화네트워크 맵핑 프로젝트’와 같이 크게 세 개로 분류됐다. 대안영화제로는 로라 멀비라는 굵직한 이론가가 만든 영화의 특별전과, 쑨쉰과 전승일이라는 독특한 동시대 감독들의 작품들을 상영했고, 전시로는 몇 편의 흥미로운 인스톨레이션 작업들을 걸어놨다. 무엇보다 아이공이 올해 초에 작업했던 “홍대앞 대안 영상예술 공간 프로젝트” 책자에 이어 대안영상문화공간들을 지속적으로 네트워킹 하려는 실질적인 프로그램인 ‘대안영상문화네트워크 맵핑 프로젝트’도 있었다. 이는 뉴미디어나 대안영상들이 무엇인지 기술적으로 규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뉴미디어페스티벌을 통해 다양한 영역의 활동들끼리 상호 교류하면서 ‘대안’의 판을 짜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였다.
미디어아트가 많은 대중들에게 인식되고 <미디어시티서울> 같은 미디어아트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전시회가 매년 열리고 있긴 하지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는 영화관에서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과 영화관 밖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함께 진행한다는 면에서 관람이 즐거움이 있다. 이런 경험은 시각예술의 공간적 확장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런 기회를 통해 영화관 밖으로 나온 영화, 앉아서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영화가 아니라 자신의 걸음을 옮겨가면서 영상을 산책하는 과정으로서의 영화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더 이상 영화는 영화관에만 있지 않고 미술관에도, 박물관에도, 회사 건물에도, 집에도, 길거리에도 있다. 이렇듯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영화를 규정지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영화를 규정하고자 한다면 대체 무엇이 영화인지, 무엇이 대안영상인지에 대한 물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을 산책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여전히 답을 낼 수가 없다. 2014년에는 미처 풀지 못한 미해결의 질문을 풀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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