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를 이해하기 위하여]그래비티 예고편만 59번 째 보고 쓰는 글(28호)

2013년 10월 17일culturalaction

그래비티 예고편만 59번 째 보고 쓰는 글

임효진
파스칼은 인간의 불행이 자기 방에 혼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학부논문쓰던 때에 잔뜩 다운받아 컴퓨터에 짱박아둔 무료 논문 더미에서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의 글을 발견했다. 오제는 파스칼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오래전에, (정확히는 1987년에)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사계절을 보내고 온(326일) 우주비행사 유리 로마넨코(Yuri V. Romanenko)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 세기의 그 어떤 사람 보다 불행하지 않은 사람은 소련의 우주 항공 비행사인 로마넨코일 것이다. 로마넨코에게는 인류는 너무나 멀어서 하나의 추상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유리로마넨코 기념우표>
마르크 오제가 자신의 논문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20세기 말, 더이상 역사적 주체라 부를 수 없는, 사회과학의 대상으로 전락한 인간과 거시구조 속에 통합되어 회복될 수 없는 시간의 영역에서 영상적 공간만을 소비하며 새로운 차원의 고독을 맞이한.. 그리고 전례없는 외로움만이 우리의 미래라는………….아..참 좋은 얘긴데 설명을 못하겠…네……….
아무튼 알바하면서 짬짬히 읽어내린 논문에서 나는 다른 것보다도 326일을 우주 정거장 미르에서 지내다 돌아왔다는 유리 로마넨코라는 러시아 비행사이야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착륙하는 우주인 Astronaut Chris Hadfield >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 중에 또래보다 지나치게 아는 것이 많은 애가 하나 있었다.청소년기에 잘난애들을 만나면 관계의 양상이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질투와 시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접점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케이스, 다른 하나는 그의 재능을 인정하고 한명이 팬이 되어 참된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그 친구와는 후자의 관계였다. 우리가 가까워진 것은 팔할이 나의 노력이었고 그 애의 강도높은 경계심을 허무는데 한 학기라는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우리는 해를 넘어가서도 같이 반이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
그 친구가 심도깊은 지식을 전수해준 분야는 바로 ‘우주’와 ‘외계인’이었다. 2학년 때 문,이과가 나뉜 이후로 나는 수학 뿐 아니라 과학과도 철저히 담을 쌓고 살았는데 그 애가 사이언스지며 월간뉴턴에서 보고 해주는 얘기들은 재미가 있었다. 이 넓은 우주에 지구인만이 유일한 생명체일거라는 오만을 버리고 언제나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말것, (사실은 일요일 아침 서프라이즈에서 한번씩 들은적있는 미국 NASA의 음모론 류였는데 화자의 화려한 언변과 귀가 나노밀리미터로 얇은 청자가 만나자 시너지가 뻥! 하고 우주대폭발ㅇㅇ) 우주로의 여행이 가능해지는 시대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체를 단련하여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남는 것이 중요해 라던지, 영화 패컬티(1998),인베이젼(2007) 얘기로 고3교실에서 상상가능한 모든 지옥도를 마음껏 주고받으며, 수능 영단어 대신 라이카와 가가린같은 대명사를 가슴에 새기다 나는 성인이 되었다.
<미르호 전경>
“이 영화는 미쳤다”
지하철에 붙은 광고를 보고 에그머니나 이 촌스러운 카피는 뭐야 고개를 저었던 나인데 2분짜리 예고편에서 그 카피는 꽤 설득력을 갖더라. 왜냐면 나도 앉은 자리에서 그 영상을 10번 넘게 돌려봤거든. 영화 장르는 SF 재난.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간 산드라블록이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우주에 홀로 남아 사투를 벌인다는 얘기.
실제로 1993년에 쏘아진 허블망원경이 2008년 경 고장이 나자 2009년 5월, 수리를 위해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STS-125가 7인의 비행사들을 태우고 출발한다. 아틀란티스에는 370kg이 넘는 아이맥스 3D카메라도 실렸다. 우주에 머무는 6일동안 촬영된 영상을 바탕으로 ‘허블 3D’라는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었고 2011년 우리나라에서도 개봉을 했다.(당시, 뉴스 영상을 보면  http://www.ytn.co.kr/_ln/0104_200905191855104042  우주 현장의 영상이랑 음성이 나오는데 영화 예고편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는 우주정거장과 인공위성이 충돌할 때 무중력상태에서의 스펙타클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과 고요함으로 가득찬, 끔찍하게 아름다워서 절망적인 순간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텅빈 거대함, 그 안에서 유리 로마넨코는 어떻게 1년가까이 되는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을까. 유리 로마넨코가 그 시간들로 증명한건 우주 거주의 가능성이나 미국과 소련의 경쟁구도에서 소련이 양키의 문워커를 누를 만한 성과를 냈다, 뭐 그런 종류의 것들은 결코 아닐 것이다.  사실상 로마넨코는 우주의 미아였고 그가 우주에 머무는 동안 소비에트 연합이나 미소 냉전은 서서히 다른 식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지구의 상황 뿐 아니라 그 자신의 신체 역시 오랜시간 중력없는 시간을 견디느라 신장은 약 5cm정도가 늘어났으며, 혈액량은 25퍼센트 정도 감소했으며, 근육과 뼈는 약해졌다.
로마넨코에 대해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그 자신의 입을 통해 직접 이야기하고 있는 자료는 찾을 수 가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그의 326일을 나는 ‘상상만’ 하고 있지만 진정 혼자만의 방에 남겨진 초인류로써 그 만은 유일하게 불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도 믿고 싶다.
쓰고 나니 사진얘기가 별로 없는 거 같긴 하지만 이 모든 영감의 출처는 2001년 장렬하게 남태평양으로 추락하는 미르호 사진에서 시작된 것임을 밝히면서..
R.I.P Mir..
 <추락하는 미르호>
* 미르(Mir)는 1986년 살류트에 이어 발사된 러시아 2세대 우주정거장으로
(총길이 13m에 지름 4.2m, 총무게 21t) 유리 로마넨코가 326일간을 체류하는 기록을
남겼으며 2001년 3월 남태평양으로 폐기처리 되었다.
* 추천의 영상 : http://youtu.be/ONaPq2L-MRg (From NASA johnson Space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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