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다방]<부채전쟁>, 이 빚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28호)

2013년 10월 17일culturalaction

<부채전쟁>, 이 빚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박선영/문화연대
 
 
지난 8월 한국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의 2/4분기 가계부채가 무려 98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수를 대략 5천만으로 잡았을 때 1인당 평균 2,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산술적 평균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부채가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드빚, 개인파산, 하우스 푸어, 자영업 푸어가 일상적인 용어가 되어버렸고, 더 이상 부채가 흉이 아닌 능력으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부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부채를 갚을 만한 능력을 은행이나 채권자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물론 그 인정이라는 의미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1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100억 원의 빚을 진 사람은 신용불량자가 쉽게 되지 않는다. 부채가 능력이 되고, 부채가 자산이 되는 것이 부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모습이자 아이러니이다.
 
왜 이런 모순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는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세계 경제의 흐름과 원리 그리고 그것들을 이끌어 가는 이들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홍석만·송명관의 <부채전쟁>은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1997년 한국의 IMF 금융위기,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세계 금융위기가 결코 우연히 불어 닥친 재앙이 아니었음을 말한다. 세계 경제의 재앙은 많은 서민들에게는 재앙이지만, 반대로 그 시기에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세력들이 있어왔다. 그리고 바로 그들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세력들이다.
 
 
미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경제를 안정시킨다는 미명아래 AIG를 비롯한 은행들에게 7천억 달러(760조원)에 달하는 돈을 공적자금으로 투입했다. 말이 공적자금이지 미국정부는 묻지마식 퍼주기로 특별한 요구없이 이 금융자본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하지만 그 돈은 결국 대형 금융자본들의 자산만 늘려주고, 헤지펀드(투기성 자본)의 배를 불려주는 효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들 대형 금융자본들은 공적자금으로 받은 지원받은 돈을 가지고, 오히려 서민들에게 고금리 대출을 하게 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그리고 이 시기에 이들 금융회사의 CEO들은 막대한 연봉과 스톡옵션을 챙겨갔다. 결국 미국정부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의 결과는 집을 잃은 1천만명에 달하는 사람들과 막대한 부를 축적한 대형 금융자본을 양산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고 실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세계 인구의 1%에 불과한 이들은 나머지 99%가 피땀흘려 벌어들인 재산을 너무나도 손쉽게 가로챈다. 하지만 99%는 자신들이 재산을 왜 뺏기고, 빚만 남게 되는지에 대해서 저항한번 못해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MF외환위기 때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대기업과 금융회사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중산층의 몰락과 양극화였다.
 
정부가 쏟아 부은 공적자금들은 어디서 그냥 생겨나는 돈이 아니다. 결국 세금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고, 세금으로도 모자라는 부분은 국채의 발행을 통해서 충당이 된다. 그리고 그 국채를 사는 이들은 바로 투기자본과 대형 금융자본들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부채에 대한 막대한 이자를 이들에게 물게 되고, 그 결과는 공기업의 민영화, 복지예산의 삭감하는 원인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이 전세계적인 규모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의 경제는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시스템이다. 승자는 계속해서 패자들에게 부채를 지게하고 그 이자를 통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얻어낸다. 이 순환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 시스템, 사회전체의 생산과 재생산, 신용제도의 재구조화를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다. 물론 이 시스템의 규모는 워낙 광범위하고, 많은 이들이 이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더 고민하고 싸워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채전쟁>은 이 고민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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