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사네 TV보기]<주군의 태양> – 재미있다! 이유가 뭘까? (28호)

2013년 10월 17일culturalaction

<주군의 태양> – 재미있다! 이유가 뭘까? 

박은정
  드라마 속 사랑이야기에 빠지는 것을 스스로 경계한다. 왜냐하면 나이 먹어가면서 백마 탄 왕자와 캔디가 나오는 드라마에 빠져 있는 것을 주변에서 좋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눈치가 보여선지 몰라도 난 백마 탄 왕자와 캔디의 기준을 높였다. 이 때문에 드라마는 즐겨 보지만 드라마 속 사랑이야기에는 잘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푹 빠져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환상의 커플>,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다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의 드라마이다. 장르는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로맨스에 빠지지 않으려 했건만 판타지의 극대화인 로맨틱코미디에 푹 빠져 보고 말았다. 이유가 뭘까?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이 이번 글의 주제다.
  태공실(공효진)은 귀신을 본다. 귀신이 무섭지만 마음 착해서 그들의 부탁을 들어준다. 이 때문에 공실의 눈 밑 다크서클은 땅을 파고 들어가고, 산 사람이지만 귀신같은 꼴로 산다. 이런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 나타난다. 주중원(소지섭) 거대 쇼핑몰 킹덤 사장이다. 공실은 그의 몸을 만지면 더 이상 귀신을 보지도 듣지도 않게 된다. 이제 여자는 남자에게 귀신 보는 레이더가 되고, 남자는 여자에게 귀신으로부터 보호해줄 방공호가 된다.
 귀신같이 살지 않기 위해 하염없이 방공호로 들이대는 여자와 귀신 보는 레이더를 곁에 둘 명분을 찾으면서 계산하는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얼마 전 종영한 sbs <주군의 태양>이다
 
   사연 많은 귀신들과 함께 티격태격하면서 여자는 들이대는 목적을 잃어버리고, 남자는 더 이상 계산이 되지 않을 때, 둘은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은 손 꼭 잡고 이렇게 말한다.
“ 밤에는 좀 무섭고…… 하지만 이렇게 잡고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겠네요?”
“ 내가 그런 남자야 너한테!”
여자는 세상 모든 것 다 해줄 것 같은 이 남자의 손을 잡고 좋아라하며 얼굴에 비벼댄다.
 기댈 곳 있고 숨 쉴 곳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달콤한 안도감을 준다. 그 안도감이 지나쳐 부작용이 나타날 때 쯤 주인공들은 고민한다. 중원의 감당할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공실은 방공호에만 매달리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싫다. 그리고 결심한다. 공실은 자신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해결한다하고, 중원은 자신의 품을 떠나는 공실을 이해하고 뒤끝 있지만 배려하며 보내준다.
 1년 뒤 다시 돌아온 공실은 여전히 귀신을 보지만 더 이상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돈 좋아하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돈까지 많이 벌어온다. 공실은 중원을 만반의 준비로 꼬시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요. 당신은 절대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나만의 세계가 있어요. 내가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냥 쟤는 저런가보다 봐 주세요 ”
“내가 이해가 안돼서 널 무시해도 그러려니 봐줘.”
“곁에 있으면 힘들게 할지도 모르고, 폐를 끼칠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신 없이 외롭고 슬프고 싶지 않아요. 나는 당신 옆으로 갈거에요. 사랑해요. 옆에서 많이 사랑해줄게요.”
이렇게 주군의 빛나는 태양으로 드라마는 마무리된다.
 소지섭이라는 간지 나는 배우와 사랑스러운 공효진이 연기해서 로맨스로 보이는 것이지 이들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사랑이야기다. 나의 가족 친구 또는 동료 확장되면 관계 맺지 않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적용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그래서 공감가고 뭉클하며 푹 빠졌나 보다. 역시 난 백마 탄 왕자와 캔디의 사랑이야기에는 빠지지 않았다.
 홍자매 작가의 드라마는 참 재미있다. 예의 차리거나 내숭 떨어야 하는 상황에서 또는 검은 속이 있어서 차마 말하지 않는 속마음을 거침없이 솔직하게 말해서 재미있다. 그래서 당당하고 또한 진정성 있어 가볍지 않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건 밉지 않게 말한다. 대사가 많은 드라마가 어쩔 땐 귀가 시끄러울 법도한데, 이 자매 작가의 주고받는 대사는 참 심통 맞으면서도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그래서 그런가? 유독 홍자매 드라마의 주인공 커플들은 너무 사랑스러워 보고 또 봐도 즐겁다. 자기 속내를 밉지 않게 말하는 이들의 재주를 보고 있노라면 부럽다. 부러워서 그런가? 보고 느끼는 점이 많아 홍자매 작가의 드라마에서 인상 깊게 배운 점 몇 가지를 이야기하며 마무리하겠다.
<환상의 커플>에서는 나상실(한예슬)이 꽃다발(박한별)에게 일침을 가한 대사이다.
“ 이봐 꽃다발! 정말 장철수(오지호)한테 고맙다는 말 전해달라는 거야? 아니면 장철수가 고마운 짓을 한 걸 나더러 알라는 거야? 그런 냄새나 피우는 분명하지 않는 인사는 남에게 전해 달라하는 거 아니야!”
응큼하게 사람 떠보는 짓은 하면 안 되는 것을 알았다.
<최고의 사랑>에서 구애정(공효진)은 독고진(차승원)의 눈 똑바로 쳐다보며 할 말 다하지만, 남자 자존심도 살려줄 겸 마지막에는 눈을 살짝 내린다. 무안해진 상대에 대한 배려, 뭔가 여지를 줄 수 있는 이 장치를 보고 남녀 간을 떠나서 나중에 나도 누군가와 의견 충돌을 보이면 구애정 같이 굴어야지 했다.
<주군의 태양>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빛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스스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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