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zen]도시를 물들이는 몸짓들, <한국마임 2013>(28호)

2013년 10월 17일culturalaction

도시를 물들이는 몸짓들, <한국마임 2013>

박선영/문화연대
10월18일부터 27일까지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한국마임2013>이 대학로를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축제는 대학로 아트센터K(구 원더스페이스)에서 이뤄질 실내공연과 도시 내 다양한 지역에서 펼쳐질 야외공연, 그 외에 심포지엄, 수다회, 네트워크 파티 등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임, 도시를 물들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도시, 특히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마임이라는 장소성에 주목한다. 특히 야외 공연들은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광진구 자양동 광진문화예술회관 앞, 종로구 동숭동 쇳대박물관 앞,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철공단지, 성북구 성북동 심우장 등 서울의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질감을 가진 장소를 무대로 공연이 이루어진다. 이들 공간은 단순히 마임의 무대로서 공간이 아니라 현재의 서울과 그 속에서의 마임이 가지는 의미와 공간과의 조화에서 나오는 관계성에 대한 고민으로서의 공간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축제의 야외 공연들은 얼마나 그 공간의 특징에 어울리게 잘 녹아들어, 그 공간을 잘 물들일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1990년대부터 불이 붙기 시작한 축제의 붐은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축제들을 양산해냈다. 지자체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맞물리면서 많은 축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소멸해 갔다. 그 와중에 나름의 경쟁력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발전한 경우도 몇몇 있다. 보령머드축제의 경우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축제가 되었고, 춘천마임축제나 함평나비축제 같은 경우는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축제로 발전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서울의 지역성을 담고 있는 서울만의 축제는 부재한 편이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품고 있는 도시이고, 다양한 계층과 층위를 가지고 있는 서울의 특성상 지역성을 뽑아내고 축제에 녹아들게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도시 곳곳에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상업화된 소비의 도시 서울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한숨어린 외침도, 대한문 앞에서의 살기위한 절규도 거대한 도시 속에 파묻혀 버린다. 목소리를 잃어가는 우리는 작은 몸짓으로 힘겹게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비약일 수도 있지만, 그런 면에서 몸짓으로만 모든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마임은 서울과 같은 도시와 잘 어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한국마임2013>은 서울이라는 특별한 공간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축제의 프로그램도 전년도와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올해를 계기로 서울이라는 지역성을 담아낼 수 있는 지역축제로, 마임이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장르축제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한국마임2013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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