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를 이해하기 위하여]가을엔 돌담길을 걸어요 혼자.(27호)

2013년 10월 2일culturalaction
가을엔 돌담길을 걸어요 혼자.
임효진
서울에서 제일 이름난 돌담길은 덕수궁 돌담길이다.
노래에 많이 나오기도 했거니와 그 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얼마 못가서 헤어진다는 식의 소문 때문인지
(과거 가정법원이 위치한 자리라서 그런 말이 돌기 시작했단다.) 부러 많은 연인들이 그곳에 간다.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아!라는 결연한 몸짓으로 서로를 부둥켜 안기위해.
개인적인 동선으로 자주 가는 곳은 종로에서 옥인동으로 넘어갈 때 지나는 광화문 돌담길인데 오랜 공사가 마무리 된 이후
광화문은 세종로라는 새로운 명칭과 함께 수영선수의 딱 벌어진 어깨처럼 든든한 돌담을 양옆에 두고 광화문광장 그 끝에 멋진 자태로 서 있다.
광화문 광장의 조악함을 견디기 힘들 때가 종종 있지만, 나는 광화문의 높은 담 아래에 바싹 붙어 걷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덕수궁 돌담길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적합한 것은 나도 가봐서 안다.
1차선 , 일방통행로라서 차보다는 사람이 걷기에 적합한 작은 도로와 늘어선 가로수는 사실 어느 계절에 가나 나름의 맛이 있지만 가을이면 특히 분위기에 젖기 쉽다.
그에 비해 광화문 돌담길은 연인보단 외국인들의 관광코스에 적합해 보인다. 무엇보다 사방으로 180도 트인 공간은 연인들의 은밀한 농담을 시시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도시에서의 가로경관은 도시성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척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공간에 대해 최초로 갖는 인상 역시 가로경관에서 발생한다.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심한복판에 세로가 아닌 가로의 거대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곳은 아마도 광화문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최초의 (조선시대) 광화문에 대해 떠올려봤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은 먼저 ‘문’이라는 것의 본질에서 발생하는 기능이다.
‘문’은 안과 밖의 경계이자 이동의 가능성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지금도 광화문은 서울의 다른 사대문에 비해 안과 밖이 주는 고전적인 경험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건 단순한 ‘퍼포먼스’정도일 뿐이다. 오히려 우리는 문 밖의, 그 ‘문’을 떠받들고 있는 담장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경계를 만나게 된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우리선희’를 보고 나서 창경궁을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혼자서 ‘문’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망설여져 광화문돌담길만 한참 걷다 돌아온 적이 있다.
담아래를 걷다보면 주변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의외로 잘들린다. (주변이 큰 길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연인들의 시시껄렁한 대화의 불편한 청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꼭 이어폰을 끼는 것이 좋다.
잇다른 스캔들과 연애기사로 심란한 계절
단언컨데, 광화문 돌담길은 원자화된 개인의 고독을 완성시켜줄 완벽한 장소다.
(글이 짧아서 사진이 많다거나 그런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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