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故구본주 10주기 기념전시(26호)

2013년 9월 17일culturalaction
故구본주 10주기 기념전시 
신유아/문화연대
농민, 노동자, 샐러리맨을 대상으로 리얼리즘 조소작업을 했던 구본주. 2003년 그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의 죽음에 대한 기억과 인연을 사진가 노순택은 말한다.
“그의 죽음은 뉴스로 흘러나왔다. 죽었다는 뉴스가 아니라, 그 죽음에 대한 보험료 산정을 두고 벌어진 해프닝이 뉴스였다. 보험회사는 황망한 그의 죽음을 ‘자살과 다를 바 없는 교통사고’라 불렀다. 인정할 수 있는 ‘예술가 경력’은 길어야 3년, 사실상 육체노동이므로 ‘가동연한’은 60세까지라 했다. 수입을 증빙할 서류도 없으므로, 계산되어야 할 나머지 삶에 대한 보험금은 ‘일용직 노동자’에 준해야 마땅하다는 거였다. ‘조각가 구본주’가 ‘무직의 자살자’로 처리되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다. 삼성화재 앞마당이 ‘무직자들’의 망측한 1인 시위 릴레이로 이어지던 어느 날, 나도 불려나감으로써 고인과 연을 맺었다”
이렇게 만난 무직자들은 해마다 모여 구본주를 추모하는 추모전시를 했고 벌써 10년이 지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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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본주를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용산참사 현장에서다. 구본주의 부인 전미영은 미술작업을 통해 노동의 현장, 소외된 현장과 함께하는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있으며 그의 친구들은 파견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도 전국의 현장을 돌아다니며 예술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으로 만나게 된 나는 구본주 10주기 전시 소식을 듣고 작품 닦는 일이아도 도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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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로 일주일간 꼬박 전시장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37세 구본주의 10여 년 간의 작업은  그 크기나 규모가 가히 상상 이상이다. 전시장 앞마당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대형 신발은 성인 10여명이 들어가기에도 충분한 크기다. 제목이 <하늘>이다.  ‘저 신발은 내가 닦아야지’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한 전시준비. 신발을 닦는 것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전시 준비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기륭전자 해고노동자들과 사진가, 미술가, 음악인,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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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어디론가 달려가는 소시민들의 생존경쟁을 이야기 하는 <별이 되다>는 가장 긴 시간 인내심이 필요한 설치 작업이다. 2000개의 작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낚시줄에 묶어 2층 높이의 천장에 걸어야하는 작업으로 팔, 다리, 어깨 목 결림은 각오하고 시작해야 할 정도였다. 한 번에 4명이 동시에 작업을 해도 리프트 한 번 올려서 작업하는 양은 고작 60개.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다. 샐러리맨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4일을 꼬박 설치했다. 리프트 아래에서는 샐러리맨들을 물로 닦고, 낚시줄에 연결하는 작업으로 정신이 없다.
모든 설치가 마무리 되고 전시장 천장에서 쏟아지는 별들에 감탄하며 노동과 삶의 출구를 생각해본다. 어느 블로그에서 읽은 글이 생각난다. “대부분의 질주가 상승이 아닌 추락으로 이어지고, 부의 획득조차 삶의 가치에  대한 추락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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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전시장의 모습이 갖춰지고 이제 오픈식 준비만 남았다. 2013년 8월 22일 성곡미술관 1층 전시실에 작지만 소박한 다과가 준비되고 많은 분들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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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모여드는 축하객의 모습에 구본주의 부인 전미영은 정신이 없어 보였다. 지난 일주일간 전미영의 모습 속에 구본주가 있었고 잠깐잠깐 사색에 잠긴 모습 안에 그리움이 묻어나기도 했다. 구본주의 삶을 전미영과 그의 친구들이 함께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얼굴 속에 샐러리맨의 얼굴이, 노동자의 얼굴이, 혁명과 투쟁의 얼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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