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사유하기] 승부조작, 프로스포츠만의 일인가?(25호)

2013년 8월 29일culturalaction
승부조작, 프로스포츠만의 일인가?
정재영 (문화연대)
지난 8월 8일,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던 강동희 전 프로농구 감독이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4천 700만 원의 실형을 받았다. 한국에 프로스포츠가 생긴 이래 감독 출신이 승부조작과 연관되어 실형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따라서 스포츠팬들의 충격은 더했다. 게다가 강동희가 누군가. 한때 농구판을 주름 잡던 최고의 가드 중 한 명이며, 성공한 스포츠선수의 전형이었다. 이후 14일 강 전 감독은 항소장을 제출하며 형량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는 역으로 강 전 감독을 응원하던 스포츠팬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밖에 되지 않았다.
이로써 한국의 4대 스포츠는 모두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 2011년 프로축구, 2012년 프로배구•프로야구, 2013년 프로농구 등, 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 시점에서 되짚어야 할 점은 다음과 같다. “과연 승부조작은 프로스포츠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우리는 시선을 프로스포츠에서 ‘학원스포츠’로 넓힐 필요가 있다. 프로스포츠에서의 승부조작이 주로 불법 도박과 관련한 문제로, 다시 말해서 돈에 유혹된 개인의 잘못으로 소급되는 경향이 있지만, 승부조작은 한국 스포츠 전반에 퍼져 있는 복잡한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승부조작 문제는 프로스포츠뿐만이 아니다. 학원스포츠계에선 승부조작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멀지 않은 예로, 올해 5월 벌어진 인천 지역의 어느 태권도장 자살 사건은 결국 심판의 부당한 판결에 의한 승부조작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또한 작년 10월 부산에서 발생한 아마추어 심판 매수 사건도 감독, 학부모, 심판, 협회 관계자가 모두 결합했던 심각한 승부조작 사건이었다. 이는 학원스포츠계의 승부조작은 뿌리가 깊으며, 이미 역사가 오래된 일임을 의미한다.
승부조작의 이유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감독과 심판: 열악한 처우로 인해 금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현실 2. 학부모: 자식의 대학 진학을 위해 승리가 필요(학벌주의의 반영) 3. 철저하게 순위로 상급학교 진학을 결정하는 체육특기생 제도(경쟁지상주의의 반영) 4. 사회적 기준에 맞는 윤리의식을 형성하지 못하게 만드는 학교운동부 시스템 5. 각 주체들의 윤리의식 부재
학원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프로스포츠로 옮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려서부터 승부조작에 노출되어 자라온 선수가 프로가 된 후 불현듯 승부조작의 유혹을 받는다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승부조작의 학습은 학생선수들의 도덕적 기준을 낮추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국의 학원스포츠는 강동희 전 감독과 같은 사례가 나오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원스포츠 승부조작과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은 전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불법도박사이트의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거액의 자금을 이용해 선수를 매수하고, 마치 조폭과도 같이 선수를 압박하여 빠져나올 구멍을 차단하는 불법 도박 커넥션은 프로스포츠의 암적인 존재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차적으로 불법의 유혹에 빠지는 선수가 적어지고, 승부조작에 대한 철저한 반감을 가진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불법 도박의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학원스포츠에서의 승부조작을 고민하고 적절한 방지 대책을 강구한다면 프로스포츠에서의 승부조작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불법 도박’으로만 접근해서 시원히 해결될 문제는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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