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청년 사회적 생태계 동향 분석> 강의를 듣고(25호)

2013년 8월 29일culturalaction
<청년 사회적 생태계 동향 분석> 강의를 듣고 
김예찬(노동당 서울시당 정책대협부장)
 <청년 사회적 생태계 동향 분석>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강의일까? 제목만 딱 봐서는 무슨 주제를 다루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렇기에, 끊어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청년’이다. 이건 좀 쉽다. 우리는 이미 사회과학 서적 치고는 공전의 히트를 친 <88만원 세대> 이후로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청년 담론’에 익숙하다. [청년 유니온]을 비롯해 ‘청년’을 달고 등장한 이른바 ‘청년 운동’도 있다. 한번도 명확히 규정되거나, 폭넓은 합의를 이루진 않았지만 어느샌가 이런 ‘청년 담론’과 ‘청년 운동’은 일정한 의미와 흐름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청년’이라는 이름은 언론을 통해 타자화된 분석의 대상으로서 더욱 익숙하며, 청년 당사자의 주체화된 움직임이어야 할 터인 ‘청년 운동’ 역시 그 대상과 방식에 대한 각기 다른 근거들 속에 오월동주하는 모양새에 가깝다. 다만 이 강의의 목적은 ‘청년’이라는 호명이 가지고 있는 불명확함을 해소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한참 떠들썩 했던 청년 담론의 흐름에 대해 사회문화적 분석을 통해 복기해보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현재 청년 세대가 취해야 할 전략이 무엇인지 소략하게나마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사회적 생태계’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회적 경제’와 연관지어 생각해보자. 사회적 경제란, 만성적 저성장 사회에서 사회적 자본을 재조직화 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사회적 경제의 필요성이, 새롭게 고용을 창출하고자 한 정부의 이해와 맞아떨어져 요 몇년간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강의에서 말하는 ‘사회적 생태계’란, 계급적으로 위계화된 한국 사회의 재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뜻한다. 따라서 ‘청년 사회적 생태계 동향 분석’이라는 강의 이름은 “그동안의 청년 담론을 통해 이야기 되었듯, 오늘 날의 청년 세대는 노동/주거/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불안정하고 빈곤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 청년들 일부가 사회적 경제라는 새롭게 형성되는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한번 살펴 보자” 라는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름 ‘청년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 또 사회운동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흥미로운 강의 주제였다. 노동 운동이건 정당 운동이건 사회 변혁에 대한 나름의 이론과 실천을 통해 자신이 활동할 공간을 열어 갈 수 있었던 이전 세대와 달리,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과연 자신들이 기획하고 주도할 수 있는 운동의 영역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은 ‘청년 운동’을 고민하는 이들이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사회적 경제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열려 있지 않느냐는 것이 이 강의의 포인트였다. 사실 ‘열정 노동’, ‘열정 착취’라는 말이 등장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일이라는 시민사회단체나 정당, 노조에서도 청년들에 대한 ‘열정 착취’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개입할 새로운 영역이 생겼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사회적 경제가 국가와 자본에서 독립된 새로운 영역이라는 말은 허구이며, 오히려 해외 사례를 통해서 사회적 경제가 ‘사회적인 것’을 매개로 국가와 자본의 역할을 대체하며 체제 유지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좌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지만, 사회적 경제가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개방적 영역인만큼 오히려 좌파적 관점을 가지고 처음부터 개입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주장 역시 일리 있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가 한국 사회의 세대적 자본 세습에서 튕겨져 나간 세대이며, 따라서 경제적/문화적 자본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과정으로서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노골적인 만큼 솔깃한 이야기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적 경제가 청년 세대들에게 매력적인 참여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급속하게 제도화 되면서 탈정치화된 영역으로서 고정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쟁과 더불어, 이 영역에 대해 ‘청년’으로서, 또한 ‘좌파’로서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강의를 통해 느낀 개인적인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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