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금상의 다문화사회 읽기]중국의 통일적 다문화 국가론에 왜곡되는 한국역사(24호)

2013년 8월 16일culturalaction
중국의 통일적 다문화 국가론에 왜곡되는 한국역사
권금상/교육학박사, 사람숲다문화사회연구소 대표
(인터넷 어린이 인권신문 ‘우리아이뉴스’편집인)
2013년 7월 14일부터 일주일간 북한대학원대학교의 방학연례행사로 조·중접경 지역 시찰을 다녀왔다. 학교차원에서는 접경지역에서의 북한사회와 문화에 방점을 두는 여행이었다. 조중접경지역에 위치한 북한 인민들의 물리적 공간과 접경지역의 다층적인 환경을 맥락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아울러 남북 접촉지대로서 물리적, 문화적 접촉 공간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문화파악을 함께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설정한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올해로 종전 60년을 맞는 남북분단 문제는 일제강점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어 항일역사현장과 고구려역사 탐방까지 함께 이루어졌다.
탐사코스는 연길에서부터 시작하여 접경지역을 따라가며, 백두산, 항일운동의 요지인 용정과 고구려문화의 발현지 집안과 국내성을 돌아보고 수풍댐, 단둥에서 신의주를 바라보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연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글간판으로 관공서 뿐 아니라 조그만 골목에 이르기까지 온통 한글로 적힌 텍스트로 소수족 자치제도에 의해 소수집단의 언어가 우선시되는 정책임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은 여기저기 잘 정비되고 있는 항일역사의 흔적이었다.
민족의 주권을 회복하고 자주독립을 되찾기 위해 앞장선 이타적이고 용감한 애국 열사들이 생겨난 것도 일제강점기였다. 우리민족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킨 민족적 영웅들이 등장하였으나 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영토와 사람들을 나누었다. 그뿐인가. 분단으로 인해 간도지방에 잠시 올라갔던 항일열사 가족들은 그만 내려오지 못하고 중국조선족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게 되었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민족은 서로 다른 체제 질서 하에 대한민국 국민, 중국의 조선족, 북한의 인민으로 나뉘어 살아가게 되었고,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은 상봉조차 어려운 비극적인 현재를 살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진 애국열사들로 부터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며 살아가는 공통점을 가지게 되었다. 일제치하시대 항일애국지사들은 간도와 만주로 이주하여 애국활동을 벌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 김좌진, 윤봉길, 안중근, 이봉창, 홍범도, 이홍광, 이동휘, 최현과 저항시인 윤동주, 교육자 이상설, 김약연, 문익환 등의 애국지사들이 만주, 간도라고 불리는 연변지역에서 활동하였다. 이들 중에는 일제의 총칼과 고문, 마루타 실험을 당하면서도 민족정신을 내세워 한국인의 기개를 널리 펼친 역사적인 영웅들로서 자랑스러운 민족의 얼로 호명된다.
지난해 연길에 개관한 조선족 박물관에는 이들의 정체성과 일제의 침략에 강력히 저항한 애국지사들의 발자취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상당히 공을 들여 박물관의 자료들을 채워놓았는데 조선족들의 이주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고 애국지사들의 소소한 활동자료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적 인물들을 중국의 소수민족 중 일인으로 규정하여 한국의 역사가 중국문화에 쓸어 담아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중국은 56개 소수민족문화를 보호한다는 표방 하에 소수족의 문화를 중국 문화화하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 또한 항일운동 시점부터 고구려 문화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재구성되고 왜곡되고 있었는데, 상기에 열거한 대한민국의 애국열사들이 중국의 애국지사로 규정되고 있었다. 일례로 용정의 윤동주생가는 복원사업을 통해 정비를 마친 후 2012년 들어서는 아예 한국시인 윤동주를 중국조선족 애국시인으로 규정하였다. 중국의 소수민족문화 보호정책은 문화다양성을 표방하지만 다름 아닌 타문화의 중국사유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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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정의 윤동주 생가(‘중국조선족 애국시인 , 운동주생가, 2012’).
중국은 2004년부터 전통문화의 보호와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법제화해왔다.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무형 문화유산 정책은 대대적인 국가사업으로 진행되어 동북공정을 통해 근대역사 뿐 아니라 고대사와 고구려역사의 사유화라는 왜곡을 전방위로 실시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만주지역을 중심으로 만리장성 확장사업을 실시했고 2006년에는 ‘만리장성 보호조례’를 제정했다. 만리장성 보호 사업을 중국의 중요문화재 보호사업 가운데 하나로 지정해 2014년까지 추진토록 했다. 2009년 6월 5일, 중국 국가문물국은 ‘역대장성’의 총 길이를 21196.18km임을 공식발표했는데 2000년대 중반까지 6000여km였던 장성의 길이보다 3.5배 확대한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현재 중국 영토 내 다른 민족들이 쌓았던 장성을 모두 망라한 ‘역대 장성’이라 표현한다. 우리 민족의 유적인 고구려, 발해가 남긴 성곽, 장성까지 포함하는 중국의 주장은 현재 자국 영토 내에 있는 모든 것은 중국역사의 장성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고구려 성곽으로 추정되는 압록강변 요녕(遼寧)성 단둥(丹東)의 후산(虎山)성을 만리장성의 동단이라 주장한다. 후산에는 당 태종의 침략에도 함락되지 않은 대표적인 고구려 성인 박작성(泊灼城)으로 추정되는 성곽이 있는데 지방 정부도 후산 곳곳에 산재한 성벽과 우물 터 등에 고구려 유적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사용했으나 2004년 후산성을 증축하고 역사박물관을 건립하면서 고구려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삭제되었다고 한다. 대신 2009년 9월에는 후산에 만리장성과 유사한 성문과 성벽을 신축하고 만리장성 동단이라는 기념 표지석까지 세웠다. 즉, 통화(通化) 현에서 진한대 만리장성 유적을 발굴했고 고구려 고분과 성곽도 중국의 역사로 왜곡했다. 중국은 만리장성이라는 물리적인 조형물에 만족하지 않고 만리장성을 자신들의 국경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인 당나라와 전쟁을 위해 쌓은 우리의 고구려 ‘천리장성’을 중국을 지키는 만리장성의 일부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역사는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광개토태왕비를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했고 광개토태왕을 중국 변방 소수민족 고구려의 19대왕으로 규정하였다. 조선족의 무형문화제를 선발하여 조선족농악무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으며 <아리랑>을 등재 신청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족의 문화예술을 자국의 전통문화로 내세워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시켜 자국의 문화화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의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은 오늘날 중국 내 모든 접촉민족과 국가의 유형 유산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까지 사유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역사적 기원과 배경이 다른 민족의 전통문화도 중화민족문화로 자국문화화 시키려는 전방위적인 노력은 고구려역사, 항일애국지사들의 민족정신마저 흡입하다시피하는데 지속적인 왜곡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큰 도전과제는 통일인데 중국의 이러한 역사왜곡은 한반도 통일 이후를 내다본 장기적인 포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조중접경 지역을 시찰한 시점은 박근혜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친 때라 한국과 중국이 함께 손을 잡고 다양한 이슈를 풀어갈 것으로 논의되었으며 중국의 서점가에는 박근혜대통령 관련 서적이 인기를 모으는 것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방중동안 중국의 우리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그 어떤 방식으로도 논의되거나 의제화되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불안정한 국내정세에 함몰되어 있으나 올바른 우리문화를 정립할 사회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 역사의 중요성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 운명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행하고 있는 중국의 강력한 문화왜곡정치에 한국의 역사는 심각하게 왜곡되고 훼손되고 있다. 고토회복은 영토주권상의 문제라 치더라도 역사적 사실마저 편집되고 재구성되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에 독도문제보다 더 심각한 갈등이 올 수 있는 역사적 굴절 지점이며 통일을 대비해서라도 현 정부는 강력대응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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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에 등재된 광개토태왕비 (출처 : google)
중국의 공식적입장은 광개토태왕을 중국 변방 소수민족의 19대왕으로 재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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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비(내부촬영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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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릉(광개토태왕비에서 200미터거리위치, 릉의 석실 머리는 사진왼쪽의 백두산천지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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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총(집안集安의 만2천개 묘지 중 유일하게 완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능으로 20대 장수왕릉으로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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