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립음악생산조합 황경하(23호)

2013년 7월 29일culturalaction
자립음악생산조합 황경하
 
 
정리 : 박선영(문화연대)
 
 
여름이다. 바야흐로 음악 페스티발의 전성시대이다. 한주에 두세개 축제가 겹치는 것은 이젠 놀랄일도 아니다. 그런데 여느 페스티발과는 제목부터 불온한 페스티발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콜트불바다>!!
제목에서 풍기는 포스부터 심상치가 않다. (국보법으로 잡혀가는게 아닐지 걱정도 쬐금 된다.ㅋㅋ) 이번 공연을 기획한 자립음악생산조합의 황경하 씨는 부당한 자본 콜트콜텍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상상에서 제목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7년째 투쟁을 하고있다. 올해 들어서는 노동과 음악을 존중하지 않는 콜트 자본을 압박하기 위해서 콜트 기타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콜트불바다>는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콜트 기타 불매운동을 알리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우리가 진짜 콜트다”라는 슬로건의 이번 페스티발은 자립음악생산조합과 콜트콜텍 공동투쟁단이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8월 11일 3시부터 시작되며 장소는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있을 예정이다. 참여하는 팀은 인디씬에서 쟁쟁한 뮤지션 20개팀!!

 

참여팀은 콜트콜텍기타노동자밴드, 룩앤리슨, 노컨트롤, CR태규와 물건들, 루스터스, 서교그룹사운드, 흐른, 얄개들, 쾅프로그램,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회기동단편선, 곽푸른하늘, 야마가타트윅스터, 빅베이비드라이버, 위댄스, 김목인, 아를, 김대중, 소규모아카시아밴드, .59

부당한 자본에 저항하고 홍대앞을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고자 다른 상업화된 음악 페스티발에 도전장을 내민 <콜트불바다>를 기획한 자립음악생산조합에 황경하 씨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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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 안녕하세요. 기획자이기 이전에 뮤지션으로도 활동을 하신다고 하는데, 음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황경하 : 대학 입시 재수를 하면서 공부하는 게 너무 지겨워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와 대학에 가면 꼭 밴드를 결성하기로 약속 했었어요. 그 친구가 드럼을 치는 서훈석이라 친군데 실제 대학에 들어와서 같이 음악활동을 했었어요. 나중에 조원희라는 기타치는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 친구가 아는 형이라면서 베이스를 치는 노상수를 소개하면서 밴드가 만들어졌어요.
박선영 : 뭔가 특별한 스토리를 기대한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평범하네요. (ㅎㅎ) 그래서 시작된 밴드가 “노컨트롤”이라는 밴드군요. 요즘에는 밴드보다 기획자로 더 바쁘신 것 같은데 밴드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황경하 : 요즘에는 예전처럼 활발히 활동하지는 않아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공연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미친 듯이 했었죠. 오디션 볼 수 있는데는 다보고, 공연장에서 이런저런 잡일도 하면서… 그리고 음악도 처음 밴드를 시작할 때 해볼법한 음악들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누가 특별히 가르쳐주는 사람들도 없어도 우리들끼리 모여서 음악을 하다보니 그런 식으로 갈 수 밖에 없었죠. 저희 첫 앨범도 발매 당시에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에 들으면 많이 부끄러워요. 5년 정도 활동하면서 처음과 같은 에너지는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음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요. 요즘에는 그래서 기획에 더 집중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선영 : 특별히 뮤지션보다 기획자에 집중하는 이유는 있나요?
황경하 : 기본적으로 뮤지션들은 자신의 공연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음악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런 부분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음악들을 보는 눈이 높아져야 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뮤지션이 기획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기획에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뮤지션들이 처음 시작할 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나 하면 안되는 일들을 하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저도 처음에 시작할 때 그런 과정을 겪었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현실이 마음에 안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음악을 시작하는 친구들은 그런 경험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기획 쪽을 하면서 그런 친구들을 조언도 하고 도와주고 싶어요. 저도 자립음악생산조합에 들어와서 그런 도움을 많아 받았고, 기획 일도 많이 배웠어요.
박선영 : 자립음악생산조합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질문 좀 드려볼께요. 경하 씨가 생각하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은 뭔지,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것을 듣고 싶어요.
황경하 : 자립음악생산조합은 두리반을 돕는 활동을 하면서 모인 음악가들이 만든 단체에요. 자립음악생산조합은 흔히 현장 활동을 하는 음악가들의 모임으로 많이 오해를 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음악가들이 자본에서 독립하여 온전히 음악을 하기위한 물적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활협동조합입니다. 제 목표는 자립음악생산조합에서의 활동을 통해서 뮤지션이 자립적으로 기존 주류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자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박선영 : 현실적으로 주류 음원 유통 시스템이 음원시장을 독점한 상황에서 그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황경하 : 주류 음원 유통 시스템을 거쳐도 자립하기는 힘듭니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다른 길을 개척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레코드폐허” 같은 행사들이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과정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대량으로 유통, 소비되는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그 음반을 사서 듣고, 그 수익으로 다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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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 그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황경하 : 일단 홍대라는 지역에서 뭔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죠. 땅값이 워낙 비싸서 현실적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홍대 지역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많이 했었지만 결국은 다 실패로 돌아갔어요.
현실적으로 음악을 하기위한 모든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어서 홍대를 극복하기는 어려워요. 다른 지역에 씬을 만드는 것은 당사자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음악가들도 모두 홍대 지역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현실이죠.
박선영 : 홍대라는 지역이 인디씬에 주는 영향력은 아직도 큰 것 같아요. 상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그래서 인디씬이 홍대라는 지역에 지나치게 얽매인 나머지 홍대라는 지역에 갇혀서 자멸할 수 밖에 없는 족쇄가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황경하 : 가까운 일본만 봐도 우리나라의 홍대와 같은 거점이 여러 곳이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홍대라는 공간을 벗어나려는 모험을 계속해서 할 필요가 있어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들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요.
박선영 : 화제를 전환에서 8월11일에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콜트 불매를 위한 페스티발 <콜트불바다>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런 행사를 어떻게 해서 기획하게 되었나요?
황경하 : 사실 콜트콜텍의 투쟁은 이젠 모두가 알고있는 투쟁이 되었어요. 하지만 결합할 끈을 못찾아서 주위만 맴도는 음악가들이 많습니다. 콜트콜텍의 투쟁은 음악가의 음악활동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있기 때문에 그 음악가들이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페스티발을 해보자라는 생각까지 가게된거죠. 사실 저희들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게 뭘까 고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기획이 나온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박선영 :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황경하 : 우리나라에서 기타치는 사람들은 다들 어릴 때 콜트기타를 한번씩은 다뤄보며 자랍니다. 그만큼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괜찮은 기타였는데 어느 시점에서 콜트와 스윙의 악기들이 인도네시아산으로 쏟아지고, 급격히 저하된 품질에 실망했었어요. 농담으로 장롱 만들고 남은 나무로 기타를 만든다는 소문도 있었죠. 그러면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거죠.
박선영 : 자립음악생산조합이 다른 음악 단체들과 비교해서 사회참여 활동이 활발한 편인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황경하 : 두리반이라는 공간을 기점으로 출발을 했기 때문에 주위에 운동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음악가가 음악가의 방법으로 돕는 것이 그 운동에도 효율적으로 작용하고 음악가에게도 보탬이 된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선영 : 마지막으로 한마디.
황경하 : 8월11일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서 하는 <콜트불바다>에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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