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대택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22호)

2013년 7월 19일culturalaction
이대택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
정리 : 정재영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친숙한 문화적 아이콘이다. 프로야구는 대중의 눈을 사로잡으며 연신 흥행을 기록하고 있고, 스포츠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포털사이트를 도배하고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되면 열광한 대중은 길거리로 나와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스포츠가 그만큼 우리 삶 속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 바라보면, ‘스포츠문화’는 지금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가? 대형 스포츠 스타들의 이면에 가려진 한국 스포츠의 현실 역시 탐구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스포츠 강국’과 ‘스포츠 선진국’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스포츠문화연구소는 세워졌다. 2012년 7월 6일, ‘스포츠의 인문사회학적 해석’을 표방하며 출범한 스포츠문화연구소는 지난 1년간 무던히 달려 왔다.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최근 연구소 1주년을 맞은 이대택 소장(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을 만나 스포츠문화연구소에 대한 보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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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7월 6일은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설립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먼저 스포츠문화연구소를 어떤 목적으로 설립하였으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말씀해주신다면?
 현재 체육/스포츠계엔 산적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파벌, 폭력, 인권, 메가스포츠이벤트 등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되어 왔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먼저 현상 이면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원인이 유일하지는 않겠지만 스포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잘못되어 있지 않은가, 스포츠를 너무 기계적으로 또는 목적 달성용, 즉 성과주의로만 바라보지 않았는가 되돌아봤습니다. 스포츠는 즐길 수 있고 편안할 수 있고 아름답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 도중 실수를 한 사람에게도 박수를 치고 격려해줄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곧 스포츠의 인문학적 가치입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스포츠문화연구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창립한 이후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창립 시기가 대선 국면이라 스포츠정책과 관련한 토론회를 진행했고요. 그 이후에도 스포츠문화연구 세미나, 신아람 선수 토크콘서트, 스포츠 인문학 저서 북콘서트, 올림픽 관전 포인트 등 이런 저런 활동을 해왔습니다.
Q: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던 1년입니다. 1주년을 맞는 감회는 어떠신지요?
 아쉬움이 있습니다.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행사가 끝나도 100% 만족이 들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연구소의 활동이나 생각이 외부로 많이 알려지고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가졌던 의지와 내용만큼 대중에게 커다란 목소리로 파급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전략적인 문제로 풀어내야 하긴 하겠지만요.
 그리고 민간 수준에서의 연구소가 할 수 있는 것이 제도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연구비를 얻기도 쉽지 않고요. 또한 연구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데, 이런 것들이 충분치 않아 매번 행사할 때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행사를 했고, 행사가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논의하고 이야기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고무적인 건, 지속적으로 함께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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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포츠 관련 민간연구소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인 만큼 난관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스포츠문화연구소 활동에 있어서 실질적인 어려움들을 꼽아보신다면?
 첫 번째가 돈입니다. 연구소의 운영비라든지, 연구 활동과 사업 활동과 관련한 돈들이요. 두 번째는 사람들의 관심입니다.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충분히 공감함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습니다. 사실 연구소의 규모에 비해서는 언론 노출이 많이 되긴 했죠. 그래도 스포츠문화란 것이 사회적 문제나 스포츠 스타 등에 비해 묻혀 버리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그리고 연구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한테, 아직 마련이 되지 않은 점도 어려움 중에 하나죠.
Q: 한국은 올림픽에서 10위 내의 성적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국내 스포츠문화는 이에 걸 맞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소장님이 보시기에 국내 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포츠 강국’이라면 다방면에서 강국이어야 합니다. (강국이란 말에도 어폐가 있긴 하지만) 엘리트스포츠, 생활스포츠, 노인체육, 장애인스포츠 등 어떤 것이든 간에 말이죠.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 스포츠는 엘리티즘에 빠져 있죠. 성과만을 부각시키고 그 성과를 스포츠문화의 위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을 구분할 필요가 있나요? 엘리트스포츠와 생활스포츠를 구분하는 근거는?
 누구나 삶 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즐기는 문화적인 배경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수록 선수도 줄어들고 있잖아요. 소위 엘리트스포츠도 사람들의 문화 속에서 스포츠가 뿌리박지 못하면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습니다. 스포츠를 협소하게 판단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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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구소는 최근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요?
 현재 마포문화재단과 스포츠 커뮤니티를 통해 지역 사회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가 문화적으로 이 사회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말이죠. 운동을 굳이 잘하지 않아도, 돈이나 권력이 없어도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학문적인 논리 개발이 필요하겠죠. 그것이 연구소가 할 일입니다. 또한 사람들이 스포츠를 인문학적으로 볼 수 있게끔 ‘스포츠 인문학 강좌’ 등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스포츠문화’란 무엇이며, 따라서 앞으로 스포츠문화연구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광범위할 것 같네요. 제가 생각하는 스포츠문화란 ‘일상생활에서 부담 없이, 방해 받지 않고 참여하거나 즐기거나 관심을 둘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술을 일상 속에서 즐겨야 하는 것처럼, 스포츠를 어떤 특별한, 성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스며들어 언제든지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 문화가 제가 지향하는 스포츠문화입니다.
 향후 연구소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이 스포츠를 인문사회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자료들, 학문적 자료들을 구축해놓는 것이 연구소가 해야 할 일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근거와 논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킹’입니다. 스포츠 영역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더 발전적인 논의들을 진행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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