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다방]봉기, 새로운 방식의 삶을 만드는 시적 힘(21호)

2013년 7월 3일culturalaction
봉기, 새로운 방식의 삶을 만드는 시적 힘
 
– 프랑크 베라르디[비포]의 『봉기』-
김영철(다중지성의 정원 회원)
『봉기』는 이탈리아 자율주의 전통 속에서 활동하는 프랑크 베라르디[비포]의 저작이다. 이 책에서 베라르디는 금융자본의 운동을 통해 유럽의 경제 위기를 분석한다. 금융자본은 산업자본과는 운동 방식이 달라서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다를 것이다. 한국에서도 외환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 사람들 사이에 금융자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 그래서 베라르디의 금융자본에 대한 분석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읽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경제에서는 화폐가 위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금융자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금융자본주의 세계에서 축적은 더 이상 상품의 생산을 경유하지 않으며, 화폐의 순수한 유통, 삶과 지성의 가상화로부터 가치를 추출하면서, 금전적 목적으로 바로 간다.”
“지시 대상은 잊어라, 돈이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
금융자본주의에서는 “상품의 생산을 경유하지 않고 자본의 축적이 이루어진다”는 변화가 이루어진다. 산업자본은 투자, 상품생산, 소비와 같은 순환과정을 거치는데 금융자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금융자본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금융자본의 활동에 대해 생각할 때 쉽게 떠오르는 것이 부채라는 말이다. 저자도 이렇게 말한다.
“경제가 사물의 생산을 다루는 것을 그칠 때, 그리고 오히려 화폐 유통으로부터 세계를 불러내기 시작할 때, 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요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런데 가계부채문제가 심각할수록 금융자본은 많은 돈을 축적할 수 있고 서민들은 삶을 저당잡히게 된다. 삶이 금융자본의 운동에 포획되어 서민들의 미래가 캄캄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금융자본으로부터의 해방은 불가능한 것일까? 베라르디는 금융자본으로부터의 해방을 모색하며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금융자본과 언어는 어떤 관계일까? 상징주의 시에서는 의미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나타난다. 그리고 사회적 소통과정은 디지털화되면서 의식적 감성적 유기체는 감수성을 억압하기도 하는데, 언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점들은 금융자본주의의 세계에서 화폐와 상품 사이의 괴리와 닮았다.
그런데 돈과 언어는 공유하는 것이 있더라도 언어는 경제적 교환을 초과하기 때문에 그들의 운명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베라르디의 생각이다. 그에 의하면 시는 교환 불가능성의 언어이고, 무한한 해석의 귀환, 언어의 감각적 신체의 귀환이며 의미화 과정의 새로운 경로를 창출하고, 감수성과 시간의 관계의 재활성화로 가는 길을 여는 기호의 연쇄이기도 하다.
우리가 경쟁, 사유화, 부자 감세라는 말들에 사로잡힌다면 각자는 파편화되어 금융자본에 종속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말들이 금융자본의 언어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런 말들에 대한 거부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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