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로 사유하기]축구의 나라 브라질, 월드컵을 반대하다(21호)

2013년 7월 3일culturalaction
축구의 나라 브라질, 월드컵을 반대하다
정재영 (문화연대 활동가)
명실상부한 축구의 나라 브라질. 브라질 축구를 설명하기 위해 화려한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는 없다. 그저 ‘펠레’와 ‘호나우두’면 연상되는, 현란한 드리블과 넋을 놓게 만드는 골 장면만 떠올리면 된다. 지구인은 이러한 브라질에 ‘삼바 축구’라는 별칭을 붙이며 언제나 그들을 응원한다.  이렇듯 축구 하나로 전 세계를 휘어잡은 브라질이 지금, 자국에서 열릴 월드컵을 반대하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지금 브라질에선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다.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브라질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는 지자체들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부실한 공공서비스, 그리고 높은 물가와 정치권의 부패 등 총체적인 원인으로 촉발되었다. 지난 6월 20일에는 시위자 수가 100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브라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시위의 불씨가 월드컵까지 옮겨 붙었다. 그러나 이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국민들의 고통과는 어울리지 않게,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예산에만 14조 5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것이다. 브라질 정부가 FIFA가 아닌 이상 축구보다는 국민의 삶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열악한 사회적 제반 조건보다 월드컵경기장을 짓는 데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우리는 월드컵이 필요없다(We don’t need the world cup).”, “우리는 병원과 교육을 위한 돈이 필요하다(We need money for hospitals and education).”며 격렬한 항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브라질 사태로 볼 수 있는 교훈은 겉으로는 평화를 위한 월드컵이니,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월드컵이니 해도, 결국 국민을 무시한 월드컵은 개최의 의의가 퇴색한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권력은 월드컵(혹은 올림픽)으로 ‘대동단결’을 외치지만 그 안에 감춰진 자본과 정치적 욕망은 흔하게 국민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비단 브라질만의 일일까? 한국 역시 대형스포츠이벤트에 목말라 있다. 지금 한국은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대형스포츠이벤트를 주최하는 데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2018평창동계올림픽 등에 투자되는 금액만 한해 3000억 원 가까이 들어가니, 이는 전체 체육계 예산의 30%에 필적하는 금액이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지원까지 더하면 액수는 더더욱 가늠하기 힘들어진다. 대형스포츠이벤트를 준비하는 충주와 인천, 광주와 평창은 무슨 돈으로 이를 지원하는가? 결국 시민들의 혈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위스의 사례는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국에서 그토록 염원하는 올림픽을, 스위스는 스스로 포기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2022동계올림픽을 위한 건물과 운동장 건설 및 스키 리프트 등 시설물 확충이 환경을 파괴하고 올림픽이 대개 애초 예산을 크게 초과했다’는 것. 더군다나 이러한 결정을 ‘주민투표’로 일구어냈다고 하니, 스위스에서 올림픽이란 권력보다 시민에게 더 가까운 존재인 것 같다. 브라질과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