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팝아티스트 작가 이하(21호)

2013년 7월 3일culturalaction
“왜 나만 갖고 그래” 
 
팝아티스트 작가 이하
박선영(문화연대)
팝아티스트 작가인 이하 씨는 지난해 연희동 골목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있는 포스터를 부착했다는 이유로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약식 기소되었다. 벌금은 단돈 10만원. 하지만 이하 작가는 이에 불복하여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이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대선 기간에는 백설공주의 옷을 입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얼굴을 반 씩 그려 아수라 백작처럼 표현한 그림을 벽에 부착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명박, 박근혜, 푸틴, 김정일 등 유명 정치인이나 독재자들과 같은 현실의 인물들을 소재로, 갤러리가 아닌 거리에서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하 작가가 이번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전시회 제목은 <왜 나만 갖고 그래 展>이고, 부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촉구를 위한 특별전”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상상에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수익금 전액을 대안언론 뉴스타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후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사회적 상식과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작가 이하를 만나보았다.
Q : 전두환 전 대통령이 풍자 포스터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재판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나요?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이 건으로 4번의 재판이 있었습니다. 7월 4일 마지막 공판이고,  그날 선고가 내려질 거 같습니다. 그동안 변호사측 증인으로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께서 출석하셔서 포스터 부착행위는 예술가의 정당한 표현방식이란 증언을 해주셨구요, 검찰 측 증인으로 당시 저를 체포했던 경찰분이 출석하셔서 포스터 부착당시의 정황을 증언해 주었습니다.
마지막 공판이 7월 4일이지만 이것은 1심 재판이구요. 무죄판결이 나온다면 검찰이 항소를 할 가능성이 많구요, 벌금형이 확정돼 검찰이 이긴다면 우리 측 변호인이 항소를 할 것입니다. 때문에 이 건으로 인한 재판은 계속 진행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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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박근혜 대통령의 포스터를 부착해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선거법위반혐의는 오래전에 조사를 마쳤지만 그동안 기소가 되지 않아서 그냥 이대로 끝난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기소를 해서 좀 황당했습니다. 이건으로는 7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이 시작됩니다.
보통 다음공판까지는 보름정도의 여유를 두는데 저는 서부지법과 중앙지법 두 군데의 법정을 들락거려야하니 일주일에 한번 꼴로 법정을 다녀야 해요. 이런 걸 생각하면 몹시 피곤하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여기서 물러날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했던 행위는 불법이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재판이 주는 사회적 메시지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과 같은 법의 불합리한 판단을 예술가가 피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예술가들이 핍박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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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처음에 길거리에 포스터를 붙이게 된 계기나 의도를 듣고 싶어요.
2011년 12월 8일, 나치복장에 침을 흘리는 이명박 대통령 포스터를 처음으로 종로일대에 붙였습니다. 당시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할 때였고 예술가로서 시민들이 갖는 정치적 피곤함과 상처를 위로해 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나간 날, 당시엔 제가 앞으로 포스터를 지속적으로 붙이는 작가가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고 그저 두려움에 빨리 붙이고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놀라운 일은 포스터를 붙이는 저의 모습과 그림을 보고 지나는 시민들이 많은 환호를 보내주셨던 것입니다. 저에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 시민들의 응원이 이후에 지속적으로 포스터를 붙이는 작가가 되게 해주었습니다.
Q : 이번에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왜 나만 갖고 그래 展> 라는 전시회를 기획 중이신데 이번 전시회에 대해 소개를 해주세요.
“왜 나만 갖고 그래” 라는 문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슬로건 비슷한 문장이 되었는데요. 사실 이건 저에게도 해당되는 문장입니다. 사실 많은 작가들이 소위 “뜨기 위해” 일부러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들을 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기소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독 저에게만 지나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게 납득할 수 없어서 이런 제목을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과감하게 건드려서 그러는 거 같습니다. 부제는 <전두환 추징금 환수촉구를 위한 특별전>입니다. 그 분이 내야하는 돈이 1672억인데요.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의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사회의 상식과 정의를 이야기하는 작가로서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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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티스트 이하 특별전 <왜 나만 갖고 그래 展> 바로가기
Q : 이번 전시회도 그렇고 예전에 왜 하필 전두환인가요? 작가님에게 전두환은 어떤 의미인가요?
대학 1학년 때, 대학에서 만난 광주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광주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그전까지는 광주에서의 비극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 친구가 군대를 제대하면 전두환을 암살하러 갈 거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에게 전두환이란 존재는 죽여버려야 할 존재였던 거죠. 전두환이란 인물은 우리역사에 중요한 의식을 만들어준 분입니다. 광주라는 의식, 독재라는 의식, 민주주의라는 의식을 만들어 주신 분이니까요.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은 비참한 말로를 겪었지만 이분만큼은 편안한 노후를 즐기고 계십니다. 우리사회에 상식이 있다면 그분을 억지로라도 끌고 다니면서 사과도 시키고 추징금도 받아냈을 겁니다.
단 한번이라도 정의가 불의를 이기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저의 방식대로 상식적인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할 것입니다.
Q : 작품의 모델들이 주로 정치인이나 독재자들인데, 그들의 기존 이미지와 다르게 너무 예쁘게 그린다는 평이 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나요?
조롱하는 것입니다. 우린 독재자들이나 권력자들을 마음껏 가지고 놀 자유가 있습니다. 역서 속에서 보는 과거의 독재자들이 현재에는 조롱거리로서의 이미지만 남아 있듯이, 현재의 독재자들도 훗날엔 바보 같은 이미지만 남은 추억거리가 될 겁니다. 결국 역사는 우리 편입니다. 그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쁘게 그립니다.
Q : 얼마 전 국정원 선거 개입과 관련된 작품도 웹 상에 발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풍자 미술들이 갤러리와 미술관 중심의 제도권 미술에서 자리를 잡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사회풍자적인 작품을 계속 발표하시는 것도 기존 미술계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미술시장은 갤러리 시스템입니다. 갤러리를 중심으로 미술 산업이 이루어집니다. 기본적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도 사업이기에 잘 팔리는 작품이 인기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또한 갤러리나 미술관이 메이저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관이나 대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에 부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제작품을 전시 할 때마다 단 한번도 끝까지 걸려있던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빼달라고 요구하거나 전시 중에 말없이 빼거나 갑자기 전시 참가가 취소되거나 하더군요. 이젠 그러려니 하고 신경 안씁니다. 미술은 꼭 미술시장에서만 수요가 있진 않습니다. 저는 저의 방식대로 관람객을 맞을 것입니다. 그곳은 거리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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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풍자가 가지는 매력이나 힘은? 예술관은?
미술이 가진 기능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심미적 탐구를 하는 예술로서의 기능, 산업으로서의 기능, 사회적 기능 등등이 있습니다. 예술의 근본을 찾고 연구하여 새로운 미술시스템에 도전하는 심미적 탐구 기능은 제가 아니어도 많은 작가들이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런 거에 별 관심 없습니다. 산업으로의 기능, 어느 순간 자본주의 역사가 진행되면서 미술작품이 화폐의 대체자처럼 되었습니다. 부자가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그림을 물려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금도 없으니 기막힌 재산상속 방법이지요. 물론 저도 제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리고 돈도 벌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가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의 신념은 돈이나 법의 잣대보다 우선해야 됩니다.
제가 관심 있는 것은, 그리고 제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야 될 미술은 사회적 기능입니다. 당시의 시대상을 풍자하고 과감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사실 예술가들이 해야 되는 일입니다. 우린 당대의 시민들이 가진 의식을 정리하여 작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시대의 역사와 인물을 비판할 자유가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권력이나 자본과 이해관계가 없기에 태생적으로 그러한 사명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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