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연남동 사람들]책은 사회를 바꾸는 힘, 알마출판사 정혜인 대표이사(32호)

2014년 2월 11일culturalaction
[인터뷰:연남동 사람들]32호
책은 사회를 바꾸는 힘, 알마출판사 정혜인 대표이사
인터뷰 정리 : 최준영 / 문화연대 활동가
문화연대가 연남동 시대를 맞았습니다. [연남동 사람들]은 비록 세들어 사는 신세지만, 연남동에서는 꽤 오래 머무르며 ‘동네단체’가 되고 싶다는 문화연대의 욕심이 만든 릴레이 인터뷰 꼭지입니다. 인터뷰는 ‘동네단체’ 문화연대의 일원으로 동네를 더 잘 알고 싶어하는 문화연대 활동가들이 진행합니다. 인터뷰를 했으면 하는 연남동 분들이 계시다면 언제라도 제보(!) 부탁드립니다.
[연남동 사람들]의 첫 번째 인터뷰이는 바로 알마출판사의 정혜인 대표이사입니다. 알마출판사는 문화연대 (하나 건너) 뒷건물에 있는데요, 동네 지인이 기획위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문화연대 이사떡을 돌리면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뭐, 문화연대 흡연인들과 알마출판사의 흡연인들은 (흡연 공간이 서로 마주보고 있어) 이미 상당히 안면이 있더군요.
인터뷰는 작년 12월에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어의 게으름 + <문화빵>의 휴지기가 겹쳐 이제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정성껏 인터뷰에 응해주신 정혜인 대표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1. 알마출판사, 아이쿱 생협과 손잡다
최준영(이하 최) : 안녕하세요, 대표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알마출판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이쿱생협과 더불어 협동조합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출판공동체’라고 소개되어 있던데요. 알마출판사, 어떤 곳인가요?
정혜인(이하 정) : 알마출판사는 2006년 6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문학동네 계열사로 출발했어요. 그 과정에서 “출판이란 게 계속 끝없이 성장해야만 하는 건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어요. 저는 처음 입사할 때부터 ‘500권 팔리는 책 여러 권 만들어서 가늘고 길게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지속적인 성장’의 문제가 첫 번째 고민이었구요. 이건 제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요.(웃음) 더불어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이 분배의 문제였습니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새로운 분배 방식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런 고민을 하다가 협동조합이란 걸 알게 됐어요.
알마에서 출간한 이슈북 시리즈 가운데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신성식․차형석, 2013)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이쿱생협의 신성식 대표를 시사인의 차형석 기자가 인터뷰해서 만들어진 책인데요. 원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이란 걸 좀 알게 됐고, 제 고민의 지점이 이 책에 어느 정도 담기게 됐어요. 협동조합의 의사결정구조, 경영방침, 분배방식 등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상당히 일치하는 거예요. 결국 ‘분배’와 ‘지속적인 성장에 관한 고민’,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줄 대안으로 출판공동체라는 협동조합을 꿈꾸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아이쿱과 손잡게 된 거구요.
최 : 손잡았다는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가요?
정 : 그건 아이쿱생협이 지분 출자를 했다는 뜻이에요문학동네가 갖고 있던 지분만큼을 아이쿱생협이 출자를 대신한 거죠지금은 직원들과 알마의 저자 분들도 일부 출자를 해서 알마의 조합원이 됐어요.그러니까 지난해 8월부터 알마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협동조합체가 된 겁니다.
#2. 다양성이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동력
최 : 제가 오기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알마출판사가 발간한 책 리스트를 뽑아봤는데요. 정말 다양하게 책을 많이 내시더라고요.
정 : 그간 200종이 넘게 출간했으니 많이 냈다고 할 수 있어요. 요즘은 한 달에 평균 세네 권 정도 내는 거 같아요. 편집자 다섯 명에 북디자이너 두 명, 마케터 한 명, 경영지원 한 명, 기획위원 한 명, 해서 알마 식구가 모두 10명이에요. 열 식구가 밥 먹고 살려면 그 정도는 내야 해요. 협동조합 꿈꾸는 대표 만나서 다들 고생이 많죠.(웃음)
출간목록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제가 가끔 하는 말이 있어요. “책을 도서관 분류법으로만 보지 마라.” 이 출판사는 철학서를 주로 내는 곳, 저 출판사는 역사서를 주로 내는 곳과 같은 구분은 너무 고전적이에요. 경우에 따라서는 식상하고 낡은 분류법이라고 생각해요. 알마는 세상에 딴지 거는 일을 하고 싶어요. 단행본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 어떤 한 이론, 경향이 생겼다고 칩시다. 주류가 되는 이론이나 경향은 어쨌든 체제 안에서 여러 매체를 통해 유통, 소통이 되죠. 그런데 그게 전부인 양, 혹은 최고의 선인 양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때가 많아요. 주류와는 다른 생각이나 시각들도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 다양성이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동력이라고 봅니다. 그 역할을 단행본이 해내야 된다고 보는 거죠. 매체가 다룰 수 있는 건 한계가 분명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일반 매체에서 수용되지 않는 생각이나 시각을 다룰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단행본이에요. 그 때문에 알마출판사는 되도록 유명작가나 유명인 누구가 아닌 새로운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애쓰죠. 그걸 끊임없이 찾아내야 하니까 기획에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밖에서 볼 때는 도서목록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일 수 있죠. 크게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알마의 출판 가치나 철학에 합당하다 싶으면 손익 크게 따지지 않고 내는 게 첫 번째 원칙이에요.
오히려 알마출판사가 내는 책들을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 돈이 되는 책, 안 되는 책 이렇게 구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우스개 소리 같지만 진정성이 녹아 있는 말이에요. 한 권 만들어서 초판 다 팔면 그다음 한 권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즉 이 규모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영역이 있구요. 수익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시 말해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영역이 있어요. 전자는 그야말로 책의 가치를 보고 내는 거예요. 돈 생각 별로 안 하고 내고 싶은 거 내는 거죠. 자금에 쪼들리는 쓴맛이 기다리고 있지만 작업 과정은 달달하죠.(웃음) 돈 안 되는 인문교양 서적들, 이름 없는 저자들의 책이 대부분 여기에 속합니다. 후자는 인터뷰집 시리즈나 유명 저자들의 책인데요. 광고비도 따로 책정하고, 마케팅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를 테면 인터뷰집 시리즈 같은 거죠. 공지영 작가의 인터뷰집 《괜찮다 다 괜찮다》(공지영․지승호, 2008)가 이제 10만 부를 넘어 섰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박웅현․강창래, 2009)도 8만 부를 넘어 섰어요. 이쪽은 대체로 수익이 좋은 편이죠.

최 : 하지만 두 갈래 모두에서도 새로운 생각을 알려내고 싶다는 건 베이스에 깔려 있는 것 같은데요.
정 : 물론이죠. 오로지 돈만 보고 기획을 하는 예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어떤 메시지를 담을 것이지 늘 고민합니다. 제가 앞서 전제한, 단행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획의도나 주제를 담아내려고 애를 쓰죠. 그래서 출간목록을 보면 다른 출판사에서 보기 힘든, 시도하기 어려운 요상한 책들이 많아요.(웃음) 주제 면에서 그렇다는 겁니다. 사실은 이런 게 재미죠. 편집자로서의 재미, 남들이 손대지 않는 것을 하는 재미.
공지영 작가한테 가진 저의 느낌은 그가 한국 문학계에서 너무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소설을 읽어보면 굉장히 진솔한 측면이 있어요. 만나 보니 작가 분의 성격도 그렇더라구요. 일면식도 없었는데 제가 운이 좋았던 거죠. 계약금도 알마출판사 사정에 맞게 계약을 해주셨어요. 감사한 일이죠.
최 : 책을 만드실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 : 당연한 얘기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덜 중요한 부분은 없는 거 같아요. 굳이 꼽으라고 하시면 글을 만지는 일이죠. 교열과 교정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에요. 기본에 충실하자는 거죠. 비문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독해에 방훼가 되는 건 아닌지, 오탈자가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늘 뒤가 땡기죠.(웃음) 오탈자 없는 책이 있겠어요? 없어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게 그 부분인 거 같아요. 책의 물성으로 보자면 겉과 속이 따로 놀지 않는 것?(웃음) 텍스트와 포장(디자인)의 결이 잘 어우러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요. 과하게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되묻습니다.
#3. 무기재료를 전공한 이공대생, 출판계에 뛰어들다
최 : 당연히 처음부터 대표이사는 아니셨을테고, 처음에 왜 책을 만들려고 하셨나요?
정 : 말하자면 매우 길어요.(웃음) 전 문과 출신이 아니에요. 좀 특이한 케이스죠. H그룹에 대졸 여성이 다섯 명이나 됐을까? 그곳에 입사를 했어요. 연구실에서 근무했죠. 규모가 꽤 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었는데 그 시기에 결혼을 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여직원이 결혼을 하게 되면 사표를 써야 하는 내규 같은 게 있더라구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죠? 그때는 그랬습니다. 입사할 때는 몰랐죠.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여사원회’를 소집해서 의논도 해봤는데,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어요. 이사, 상무, 부사장 차례로 저를 부르더라고요. 마지막 타협안이 ‘사실혼은 인정해줄 테니 혼인신고만 하지 말고 결혼식 올리고 계속 다니라’는 거였어요. 다음날로 사표를 냈어요. 그렇게 갑자기 백수가 됐죠. 그러던 어느 날 고대 신문사에서 학보사 기자를 하던 동생이 교정지를 한 아름 들고 왔어요. 민음사 아르바이트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 것도 좀 얻어와 보라고 했죠. 그렇게 교정 아르바이트를, 민음사 외주일로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후에 어문각 등등을 거쳐 지금에까지 이른 거죠.
#4.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올리버 색스
최 : 출판업의 제일 아래에서부터 지금은 경영까지 하고 계시네요. 그렇게 30년을 출판업에 종사하셨는데요. 정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어떤게 있을까요?
정 : 있죠너무 많아요.(웃음《컴퓨터는 깡통이다》라는 책이 있었어요혹시 보셨어요도스 시절 혹은 그 이전 90년대 초반 책이에요당시 대기업이나 괜찮은 부자 회사에 가면 컴퓨터를 딱 한 대 들여놨는데아무도 쓸 줄을 모르니 복면을 씌어둔 경우가 많았어요모니터에 커버를 씌워두는 거죠. ‘우리 컴퓨터 있어!’까지는 되는데 활용은 안 되던 시절에 낸 책이에요. ‘컴퓨터라는 도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책입니다백만 부 넘게 팔렸으니 베스트 중의 베스트라고 할 수 있죠《못생긴 톱모델 김동수의 차밍스쿨》도 특이한 책인데요까치출판사에서 나왔어요인문서를 주로 내는 출판사랑 안 어울리죠?(웃음) 90년대 초반한국 사회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겉으로 드러내고 싶은 허영이 하늘을 찌르던 때였어요너도나도 명품을 찾던 시절이었죠책제목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미에 대한멋에 대한 시각에 일침을 놓은 책이에요이것도 많이 팔렸죠몇십만 부는 족히 나갔을 거예요번역상을 받았던 《수의 역사》도 기억에 남구요밀란 쿤데라의 《불멸》도 기억나네요.

알마출판사에서 낸 책으로는 앞서 말씀드렸던 공지영 작가의 인터뷰집이 아무래도 기억에 남고요크리스토퍼 히친스 책들도 의미가 크죠이분이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데글이 대단해요《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1만 권을 넘었구요《리딩》과 《논쟁》도 대단한 책인데많이 나가지 않았어요안타깝죠올리버 색스도 대단한 작가예요신경과 전문의인데 글로써 대중과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난 분이죠그분의 글에는 주제에 상관없이 늘 휴머니티가 살아 있어요다만 로열티는 많이 지불해야 하고 책은 그리 나가지 않는 게 늘 문제죠.(웃음)

얼마 전에 나온 《책의 정신》도 빼놓을 수 없어요오랜 기간 기획을 통해 다듬고 다듬어 나온 책인데요.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하는 근본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 일이에요흔히 고전 목록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책이죠.

#5. 우문현답 책이란 무엇인가어떻게 하면 책에 담긴 생각을 다양하게 유통시킬 수 있을까
최 : 다음 질문입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책, 책이란 무엇일까요?
정 :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시니,《책의 정신》에 관련된 얘기를 좀더 해야겠어요.
 이 책은 거의 7,8년 전부터 꿈꾸던 책이었어요. 책을 만들다보면 고전 목록이란 걸 만나게 됩니다. 독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고전 목록을 만나게 되지요. 그 가운데 어처구니없는 책들이 종종 끼어 있어요. 폐기된 가치관이나 폐기처분해야 마땅한 가치관들이 녹아 있는 글들이에요. 단지 고전이라는 이름값 하나로 오랜 시간에 걸쳐 아무런 비판 없이 유통되고 있는 것들이죠.
대개 이런 책들의 국내외 역사를 파헤쳐보면, 어느 시기에 이르러 역사적 상황과 권력에 맞물려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대화》가 그렇고, 한 무제 시대에 다시 조명을 받고 살아난 공자의 《논어》가 그렇습니다. 현대사회의 세계적 가치관으로 보면 공자보다는 묵자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죠. 루소의 《사회계약론》도 마찬가지구요. 이 책은 그 시대 일반인들은 거의 읽지 않은 책이에요. 그 시절 <사회계약론>이 참조된 횟수를 어느 서지학자가 밝혔는데, 단 12회였어요. 판매부수도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미미해요. 그렇다면 도대체 프랑스대혁명의 의식은 어떻게 싹텄을까, 궁금해지는 거죠. 《사회계약론》이 아니란 말이잖아요. 그럼 뭐야? 이렇게 되는 거예요. 혁명의 주체세력은 민중이고 그 민중이 읽었던 책은 이론서가 아니라 포르노를 곁들인 연애서적들이었어요. 당시 포르노에는 계급을 뛰어넘어, 계급을 무차별화시키면서 남녀 간의 사랑이 오고가요. 사랑하는 연인들이 계급을 뛰어넘지 못해 가슴 아픈 이별을 하거든요. 때론 죽음에 이르기도 하고요. 그 지점에서 독자들이 분노하는 거죠. 계급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자각이 싹트는 거잖아요. 지금으로 봐도 최상급 포르노 그림까지 곁들여 출판되었어요. 이런 베스트셀러가 그 당시에 꽤 많았어요. 더 충격적인 건 이 작품들의 저자들이에요. 루소, 볼테르 같은 인물이에요. 결국 책이라는 게 사람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잖아요. 다양한 목소리가 다양한 각도에서 울림이 되고 교감하고, 그게 진짜 세상인 거죠. 우리의 현주소는 다양성이 배제되는 사회예요.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크고요.
지금 우리의 질문은 ‘책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책에 담긴 다양한 생각을 넓게 유통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거 같아요. 그게 오늘날 책이 떠메고 있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책들이 감옥살이를 하고 있어요. 어떤 책은 단 한 번도 뽑혀나가지 않거든요. 그냥 그대로 종이가 삭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책이 그냥 폐기되거나 그러는 겁니다. 근데 깜짝 놀랄 일이 있어요. 정말 중요한 책들이 대출순위에 따라서 폐기되고 있어요. 출판계도 마찬가지예요. 중요한 번역서들이 로열티를 5년마다 다시 지불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절판을 시키고 있어요. 한 50년만 지나도 근대가 아니라 현대에 출간된 책들 가운데서도 사라진 책들을 찾느라 애를 먹을 거예요. 중고책값이 높아질 책들이 꽤 있다니까요. 책의 운명이 거기까지 와 있어요.
실용서도 마찬가지예요. 개개인의 삶이 녹아 있는 책이 많잖아요. 일상의 디테일이나 노하우가 사라지는 겁니다. 대물림되지 않는 단절이에요. 책은 너무 많은데 유통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6. 공식질문, 연남동이란?
최 : 마지막 공식질문입니다. 혹시 연남동 하면 떠오르거나 해주실 말이 있을까요?
정 : 출판계가 입주하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 홍대 근처 이쪽 마포구에요.
최 : 왜 그런거죠?
정 : 인쇄소가 모두 파주 쪽이나 더 위쪽으로 있으니까요. 거래처를 왔다갔다해야 하잖아요. 누구나 찾아오기 쉬운 곳이기도 하구요. 그런 면에서 일단 입지가 좋아요. 값도 싸죠.(웃음) 이건 소규모 출판사들에겐 매우 중요한 요소예요. 마포구 중에서 입지도 좋으면서 조용하고 싼 곳이 연남동인 거 같아요. 골목 풍경도 아주 정겹죠. 아, 맛집도 중요해요. 전문가 냄새가 물씬 나는 작은 식당이나 카페가 많아요. 이제 연남동도 점점 집값이 오르겠죠. 우리처럼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이사 가야 할 운명이 또 몇 년 안에 생길지도 몰라요.
아주 오래전에는 신수동 쪽에 인쇄소나 제본소가 많았어요. 강변 쪽에 작은 공단지구가 있었죠. 출판사가 오래전부터 마포 쪽에 모이게 된 이유이기도 하구요. 옛날에는 그곳 창고에 물이 들어와서 책을 다 버리고 그러던 시절도 있었어요. 그들이 지금은 대부분 파주 쪽으로 다 나간 거죠.
최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정 : 문화연대좋아요.(웃음계급 간의 소통세대 간의 소통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문화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고민이 크실 텐데우리끼리 잔치를 끝내서는 안 될 거 같아요정말 어려운 일이죠출판도 마찬가지예요. ‘생각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제 가까운 이웃이 됐으니종종 술잔 기울이면서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