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문화예술 관련 법제도 변화에 따른 예술지원 재정 안정화 방안(66호)

2015년 8월 26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사회의 성장을 견인해가는 수많은 동력 중 문화예술은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과연 이 사회가 문화예술에 빚지고 있는 만큼의 재정적 지원을 예술계에 돌려주고 있는가요? 예술지원에 대한 수혜적 관점 – 불쌍한 예술계를 돕는다는 식의 –을 이제는 걷어치웠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예술계는 국가의 지원이 사라진다 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원은 커녕 탄압과 박해를 받으면서도 뛰어난 예술은 탄생합니다. 세르반테스는 쾌적한 창작촌에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아닌 척박한 감옥에 갇혀 <돈키호테>를 썼습니다. 다만 개별적 미학으로서의 예술이 아닌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예술의 공공성을 지키고 싶다면 국가는 과감하게 예술지원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과 시민사회를 포괄하는, 예술의 감성과 창조력에 빚지고 있는 모든 공공영역은 예술에 대한 빚갚음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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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66호
문화예술 관련 법제도 변화에 따른 
 
예술지원 재정 안정화 방안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2015년 8월 14일(금) 대구예술발전소에 열린, 시도문화재단 대표자회의 문화정책토론회 영남권 토론회 “문화예술 지원체제의 변화와 문화재정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에서 발표한 발표문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1. 들어가는 말- 문화예술 법․제도 변화가 야기한 예술지원의 상황
2010년 이후 문화예술 분야에서 새로 제정된 법률은 문화예술 정책의 체계화, 내실화, 다양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작년에 제정된 <문화기본법>(2014.3.31. 제정), <지역문화진흥법>(2014. 7.29. 제정), <문화다양성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2014.11.29)은 국민의 문화적 기본권리, 지역문화의 분권과 자율, 문화다양성의 가치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법률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지역문화진흥법>은 문화예술 운동그룹들과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들이 오래 동안 요구했던 법률안으로 지역문화 환경 개선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여 정부 이후 지역분권 정책의 후속 조치로 문화예술 관련 산하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고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에서 문화재단들이 지속적으로 설립되면서 지역문화 환경의 변화에 따른 문화예술정책의 새로운 계획과 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문화예술 정책의 분권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 속에서도 예상하지 못했거나, 예상했더라도 충분하게 검토하지 못한 문화예술 정책의 몇 가지 쟁점들이 갈등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고갈에 따른 지역문화예술지원 체계와 재정구조의 현실화이다. 주지하듯이 1972년에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은 문화예술, 특히 순수예술 분야의 창작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로서 오래 동안 기능해왔다. 동법 제4장 16조 <문화예술진흥기금>1)은 문화예술지원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데 있어 오랜 역할을 해왔지만, 2004년에 영화관람료에 포함되었던 문예진흥기금 모집이 폐지되면서 문예진흥기금은 해마다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 물론 <문화예술진흥법> 제17조에 의하여 문화예술기금의 조성2)이 현재도 가능하지만, 강제적 기금조성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문예진흥기금이 향후 1-2년 안에 고갈될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지원의 안정적인 재원 조성이 현안으로 떠올랐으며, 특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매년 지원하는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예산의 재원 마련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이 올해에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통해서 지원되었지만, 2016년부터는 기금의 고갈로 인해 기획재정부에서 ‘지역발전특별회계’(이하 지특회계)로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문화예술계와 광역자치단체와 지역의 문화재단이 대부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2. 문화예술 지원을 위한 법 제도적 체계의 문제점
첫째,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문화예술 정책의 환경 변화로 인해 야기된 지원 방향과 재원조성을 둘러싸고 관련 법.제도 사이의 양립에 따른 문제를 충분하게 예상하여 대비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었다. 사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고유 업무는 <문화예술진흥법> 제1조 목적(이 법은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여 민족문화 창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에 따라 제2조 문화예술의 정의(문화예술”이란 문학, 미술(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및 만화를 말한다)에 해당되는 분야들을 지원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국가 예술지원기관으로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의 개별 장르들이 잘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이후 지역분권 정책이 국정과제로 제시되면서 중앙집권적인 문화예술 지원 체계가 조금씩 지역 분권적인 지원체계로 전환하게 되었다. 2006년 문예진흥원에서 합의제 행정기구로 전환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예술지원 정책에서 중시했던 것 중의 하나가 예술지원 사업의 지역 이관이었다. 특히 예술인들의 창작지원을 핵심적으로 담당했던 지역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광역문화재단 설립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중앙 예술지원 기관과 지역문화예술 지원 기관을 잇는 가교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지역문화 활성화와 지역문화예술의 분권화를 법적으로 보장받는 시대가 도래했다.3)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 간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화예술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하였다.4) 특히 지역 문화재단 설립과 운영의 법적 근거가 미약했던 상황에서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재단의 확실한 설립 및 운영 근거법이 되었다.5)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하여 사업을 계획6)하고 집행하는데, 문제는 지역문화재단의 중앙 교부금의 중요한 영역인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교부를 받고, 그 위원회의 근거법은 <문화예술진흥법>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지역문화예술지원 사업의 예산을 지원하는 중앙 예술지원 기관의 근거법(문화예술진흥법)과 그 예산을 교부받는 광역 문화재단의 근거법(지역문화진흥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문화예술진흥법> 제 18조(문화예술진흥기금의 용도) 6항에 “「지역문화진흥법」 제22조에 따른 지역문화진흥기금으로의 출연”이 명시되어 있어 지원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문화예술진흥기금이 고갈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어떤 형태로 지원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문예진흥기금’의 고갈이 과연 정당한가이다. 2004년에 문예진흥기금 모금의 폐지로 인해 기금의 고갈이 명백한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유지하기 위한 대체 재원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문화예술진흥법>  제4장에 명시되어 있고, 진흥법의 조문 중에서 핵심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문화예술 단체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충되지 않았고, 기금의 대체 재원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을 마련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진흥 기금의 고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지역문화재단의 핵심적인 예술지원 사업의 안정적 지원을 위한 대체 재원 마련에 있어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알다시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원 중에서 기금운영은 중요한 재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회계 구조에서 기금 운영은 문화예술진흥기금, 영화진흥기금, 지역신문발전기금 등 총 6개에 달한다.
영화진흥기금은 영화진흥법에 의하여 영화관람료에서 3%를 공제하여 사용하고 있다. 지역 신문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라 국고지원금, 민간기부금 등을 통해 마련하고 있지만, 이 기금 역시 고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밖에 언론진흥기금, 관광진흥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등도 각 분야의 발전을 위해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문예진흥기금은 문화예술과 체육관광 분야의 육성을 위한 기금 설립에 있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규모나 목적에 있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기금임에도 불구하고 기금 고갈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마도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고갈은 기금 운영에 대한 의존비율을 줄여나가겠다는 정부의 기본 정책 방침에 기인 한 바도 있지만, 다른 기금운용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고갈에 대한 방치는 아마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태생적 갈등과 위원회 위상과 역할에 대한 정책의 동요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셋째, 지역문화재단의 취약한 재정구조와 지원기관으로서 정체성의 동요를 거론할 수 있다. 현재 지역문화재단은 광역재단이 13개 기초 문화재단은 30여 개에 이르고 있다. 2015년도 13개 전국시도의 문화관련 예산은 32,500억원(전년도 26,978억원 대비 20% 증액)으로, 지자체 전체 예산의 약 3.3%를 차지(전년도 2.9% 대비 0.4%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 광역 문화재단 주요 업무영역인 문화예술과 문화정책 관련 예산은 8,997억원(전년도 7,673억원)으로 지자체 전체 예산의 약 0.9%를 차지(전년도 0.8% 대비 0.1% 증가)하고 있다. 광역 문화재단(의존수입)은 지자체의 문화관련 예산 중 약 7.9%(전년도 8.4%), 문화예술 및 정책 관련 예산 중 28.6%(전년도 29.7%) 집행하였다. 광역 문화재단이 자체 수입으로 운영하는 부문까지 고려하면 이는 각각 9.4%(전년도 10.5%)와 33.9%(전년도 36.9%)로 증가했다.
13개 광역 시도문화재단의 2015년 예산 총액은 3,069.2억원(전년 총 2,829억원 대비 약 240억원 증액)으로 기관 당 평균 236.1억원(전년 218억원 대비 약 18억 증액)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자체 충당 비율은 평균은 16% 수준 (전년도 19.6% 대비 3.6% 하락)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문화재단의 재원은 대부분 지자체로부터 출연(15.4%) 또는 위탁(32.7%)되거나, 국비지원금(35.9%)이다.
지역 문화재단의 재정은 대부분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에서 교부된 것으로 자체적으로 재원을 적립하거나 기금을 운영하여 활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주지하듯이 <지역문화진흥법> 제21조7)에는 지역문화진흥 재정의 확충을 위해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조성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광역 문화재단은 많지 않고, 기초 문화재단의 경우는 더 희박하다. 현재 13개 광역 시도 문화재단의 총 적립 기본재산은 4,552.2억원(전년도 4,479.5억 원), 기관 당 평균은 350.2억원(전년도 345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이 중 기부금 등 자체 노력으로 충당한 기본재산은 564.1억원(전년도 536.5억원)으로서 전체 기본재산의 약 12.4%(전년도 12.0%)로 미미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연간 기본재산 운영에 따른 이자 수익은 총 112.1억원(전년도 127.7억원) 수준으로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8)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광역 문화재단의 예산 중에서 지자체 출연금과 지자체 위탁사업비, 국고의 총 비율은 84%로서 재단 자체 기금과 재원을 통한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국고 지원의 비율도 35.9%로 지역 분권 정책을 실현하기에는 국고 지원 의존율이 높은 편이다.
<지역문화진흥법>과 <문화예술진흥법>의 양립에 따른 지역문화재단의 모호한 위치,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의 방치, 지역문화재단 재정의 취약함, 이 세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해야하는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3.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의 ‘지특회계’ 이전에 대한 문제점
어쨌든 문화예술진흥기금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한, 기획재정부는 지역문화예술지원 사업의 예산을 ‘지특회계’로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재부의 이러한 계획을 반대하려면 문화예술계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014년 4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의 지특회계 이전에 따른 문제들을 지자체와 지역 문화재단에 의견수렴을 거쳤는데, 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2]를 보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의 ‘지특회계’로의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찬성하고 있는 재단의 경우에도 지역 재단의 사업 매칭 예산의 부담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관리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지 ‘지특회계’로의 이전 자체를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지특회계’로의 이전을 반대하는 지자체나 지역 문화재단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첫째, 문화예술지원의 고유 목적성의 상실을 들 수 있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이 사용되었던 본래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순수예술” 분야의 지원의 약화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문화예술진흥기금에 근거하여 지원되었던 지역문화예술 지원사업들은 대부분 지역의 장르예술가들과 단체들의 창작지원을 위한 정기공모사업과 지역 예술단체들의 지역 문화기반시설 상주단체 지원사업에 집중했다. 만일 지특회계로 이전되었을 때, 이러한 순수예술에 국한하여 지원하는 고유 목적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 지점이다.

둘째, 순수 문화예술 지원의 지속성에 관한 것이다. 순수 문화예술 지원은 사실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광역 자치단체에 내려 보내는 지역문화예술 지원사업이 중심이 된다. 지역 문화재단들은 <지역문화진흥법>에 근거하여 지원 방향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주로 지역문화의 격차해소, 시민들의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 등의 사업에 집중하여야 한다. 문화예술의 기초 지원의 원리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인들의 창작을 위한 지원 사업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고갈로 사실상 위기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재부에서 ‘지특회계’로 이 사업 예산을 이전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사용 시에 순수예술 지원사업에 국한하여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릴 수 있지만, ‘지특회계’의 특성상 그 규정이 온전히 순수예술 지원사업으로 사용되기가 쉽지 않다. 말하자면 고유한 목적 달성을 위해 편성된 ‘지특회계’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예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순수예술 분야를 지원해야 하는 문화예술진흥의 기본 목표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특별회계가 어떻게 순수 문화예술 지원이라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와 원리를 온전하게 구현할 수 있겠는가?

셋째, 지방자치단체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순수 문화예술지원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특회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어, 기재부에서 조건부 예산 편성 지침을 내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순수 문화예술지원 사업이 휘둘릴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문화예술 지원사업이 본래의 순수예술 지원에 투여되지 않고 단체장의 입맛에 맞게 전혀 엉뚱한 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특회계’로의 전환으로 지역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안정적으로 집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점에서는 ‘지특회계’가 사심 없이, 단체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개입 없이 객관적 기준에 의해 순수문화예술 지원 사업에만 사용될 수 있다면, 지역문화예술 지원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예산의 지속성, 안전성, 투명성이 모두 보장될 때 가능한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경직된 예산집행 지침이 지역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일관된 사업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지방자치단체별로 부실한 지원 근거와 조건 하에서 지원이 된다면, 그것은 더 큰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예산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지방자치단체로 내려갈 경우 물론 재정 전달체계의 간소화, 지역문화재단의 자율적 재원 활용의 긍정적인 점을 예상할 수도 있지만,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한 순수 문화예술 지원의 법적 목표와 근거가 흔들릴 여지가 있으며, 지역 문화예술 사업의 합리적이고 일관된 원칙 하에서의 관리가 어렵게 될 것이다. 또한 지방 자치 단체별로 예산지원의 지침이 늦어지고 사업공고가 늦어지게 될 경우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늦은 예산편성으로 인해 지방 매칭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지특회계’로의 전환은 특성상 지방자치단체의 매칭의 의무화를 완화시킬 소지가 있어, 전체적으로 예산 규모가 축소될 우려를 낳을 수 있다.

4. 대안은 없는가?

그렇다면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고갈에 따른 지역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지특회계’로의 이전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가능한가? 무엇보다도 가능하다면 현행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유지가 우선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유지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실적으로 유지 가능한 기금 예산을 다른 루트를 통해 마련할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가령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유지를 위해 기업의 기부출연금을 확대하는 캠페인을 벌인다거나, 불법에 의해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국가 환수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전환한다거나, 각종 개발 사업에 따른 기부채납 비용의 일부를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무화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국고 예산의 기금 적립을 최소화하면서도 진흥기금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유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역문화예술 지원사업 예산은 전액 일반회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순수 문화예술지원 사업은 안정성, 지속성, 목적성의 원리에 있어 국가 문화예술 지원 정책에 있어 1순위로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특회계’로의 이전은 지역의 문화예술지원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국가 문화정책의 지원 사업을 후순위로 밀어내는 결정에 가깝다.

사실 문화예술지원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지역문화예술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대안 외에는 마땅한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문화예술진흥 기금으로 받던, 지특회계로 받던 받기만 하면 되지 않겠냐는 주장을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중앙의 문화예술지원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율성을 확보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은 단지 쉽게 내릴 수만은 없다. 만일 지역 문화예술지원 사업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합리적이지 못한 통제를 받았다면, 그것은 다른 정책 토론과 소통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 문화예술지원체계의 자율성, 독자성을 주장하기 이전에 문화예술 지원정책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고갈 사태로 야기된 지역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예산 편성과 집행 체계의 변화 국면은 문화예술지원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역 문화재단,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의 심도 깊은 고민과 문화해결을 위한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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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6조(기금의 설치 등) ①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이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설치한다. ②문화예술진흥기금은 제20조에 따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용·관리하되, 독립된 회계로 따로 관리하여야 한다. ③문화예술진흥기금의 운용·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제17조(문화예술진흥기금의 조성) ①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다음 각 호의 재원으로 조성한다.  <개정 2011.5.25.> 1. 정부의 출연금, 2. 개인 또는 법인의 기부금품, 3.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운용으로 생기는 수익금, 4. 제9조제2항에 따른 건축주의 출연금,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입금

3) 동법 제1조 목적은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이 법은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4) 제3조(지역문화진흥의 기본원칙)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음 각 호의 기본원칙에 따라 지역문화진흥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1. 지역 간의 문화격차 해소와 지역문화 다양성의 균형 있는 조화. 2.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추구. 3. 생활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 조성. 4. 지역문화의 고유한 원형의 우선적 보존

5) 제19조(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등) 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중요 시책을 심의·지원하고 지역문화진흥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를 설립·운영할 수 있다.  제20조(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지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운영 및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

6) 제6조(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 등)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된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5년마다 수립·시행·평가하여야 한다. 1. 지역문화진흥정책의 기본방향에 관한 사항. 2. 지역문화의 균형발전 및 특성화에 관한 사항. 3. 생활문화 활성화에 관한 사항. 4. 지역문화전문인력의 양성에 관한 사항. 5. 문화도시 육성에 관한 사항. 6. 생활문화시설의 설치 및 운영 활성화에 관한 사항. 7. 기본계획 시행에 필요한 예산 및 재원에 관한 사항

7) 제21조(지역문화진흥 재정의 확충) 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문화진흥 재정의 확충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② 국가는 제1항에 따른 지역문화진흥 재정 확충을 위하여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제22조(지역문화진흥기금의 조성) 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사업이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

8) 세 번째 원인에 대한 원고는 2015년 6월에 작성한 <시도문화재단 대표자 회의 각 재단 현황자료(종합)을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기금사업의 광특회계 이관 관련 검토의견>(2014. 4.15) 자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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