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개입’과 ‘생성’: 대안 문화정책을 위한 이중 전략(32호)

2014년 2월 11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문화빵>의 이번 특집은 ‘문화운동의 미래를 전망하다’입니다. 보수정부의 장기 집권화, 문화/예술의 국가제도화 등이 가속화되는 현실 속에서 문화운동을 둘러 싼 다양한 지형을 살펴보고, 문화운동의 향후 방향을 모색해보기 위해 준비되었습니다. 세상의 변화처럼, 문화운동 역시 끊임없이 변화해왔습니다. 새로운 문화운동의 모습과 전략은 무엇일까요? 독자 여러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연대해주시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① 사회운동의 주체 형성 그리고 문화운동의 새로운 연대 전략 _ 이원재
② ‘개입’과 ‘생성’ : 대안 문화정책을 위한 이중 전략 _ 이동연
③ 시민주체화 과정을 통한 문화자치 운동을 제안하며 _ 이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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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2호
‘개입’과 ‘생성’: 대안 문화정책을 위한 이중 전략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개입과 생성으로서 문화정책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정책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취임사에 문화융성을 주요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천명했을 뿐 아니라, 2013년에는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었고 문화예산도 당초 공약대로 2%에 미치지 못했지만, 2013년도 보다 5.7%나 인상된 4조 4천억 원이 책정되었다. 과거 1980년대 영국의 대처리즘을 연상시키듯, 보수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박근혜 정부가 다른 어떤 국가 정책 분야보다도 문화정책에 있어 진보적인 의제들을 수용하려는 것은 좌파 문화예술계 인사 청산의 기치를 내걸고, 문화예술을 좌우 이념으로 쪼개놓았던 이명박 정부에 비해 유연하고 통합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책이 문화예술계의 갈등을 통합하고 문화의 진보적 가치들을 실제로 얼마나 실현시킬지는 미지수이다. 문화정책의 구체적인 실행계획들과 그에 따른 실천들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하에서 행해지는 국가 문화정책에 대해 원천적인 외면과 거리두기보다는 현실 문화정책에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기본법의 제정에 따른 법조문에 명시된 실행계획과 문화재정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감사활동을 벌여야 하고, 문화정책들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생산적인 제안도 긴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가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적 개입과 함께 최근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문화환경에 문화운동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자기 문화정책의 구상도 필요하다. 국가문화정책을 완전히 외면해서도 안 되지만, 문화정책의 모든 대상과 영역을 국가문화정책에서만 찾으려하는 것도 문제다. 국가문화정책에 적절하게 개입하면서 동시에 국가, 자본, 시장에 맞서 대안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자기 문화정책의 생성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입과 생성’이라는 이중전략으로서 문화정책을 어떻게 구상할 수 있을까?
문화정책의 비판적 개입 
먼저 국가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적 개입에 대한 구체적인 의제들을 설정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비판적 문화정책의 개입은 세 가지 중요한 실천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문화기본법 제정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대한 요구다. 문화기본법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민의 문화적 권리 보장이다. 문화기본법 제4조 국민의 권리 조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민의 권리는 차이의 권리와 접근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받고, 문화 활동에 있어 계층적, 지역적, 성적, 성별적, 신체적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개인들이 자신들의 일상에서 다양한 문화를 향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적 접근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문화기본법에 명시된 문화영향평가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있어야 한다.
둘째, 문화예산과 대규모 문화이벤트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총 4조 4천억 원이 책정되었는데, 각각의 예산들이 잘 배치되었지, 이 예산들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활동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인천아시안게임, 아시아문화전당조성사업 등 사업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나 새롭게 계획되고 있는 메가 이벤트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활동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문화예산이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시민들의 문화적 권리와 문화향수 기회 확대, 예술가들의 창작환경 개선을 위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다.
셋째, 국가문화정책이 다양한 문화환경의 기초를 다지는 사업들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대안제시가 필요하다. 문화다양성 협약이 2010년에 국회 비준을 얻어냈지만, 한국의 문화다양성 수준은 현실적으로 후진국 수준이다. 문화의 자율성, 다원성, 창의성의 수준에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문화와 예술의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충분하게 보장할 만큼 기초 환경도 마련되지 못하고 문화매체에 대한 규제도 심하다. 청소년보호법,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게임셧다운제,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중독법에 이르기까지 문화콘텐츠에 대한 국가의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문화산업 분야에서 수직계열화에 다른 문화자본의 독점 사례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독점해소 방안의 적극적인 개입도 중요하다.
대안문화정책의 생성을 위한 구상 
문화정책은 국가문화정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정책은 지역의 문화정책도 있고, 공공 분야의 문화정책, 시민들의 자발적인 문화정책도 있다. 국가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적 개입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국가문화정책의 영역과 대상을 넘어서 문화예술계, 혹은 시민문화계에서 스스로 생성 가능한 자기문화정책의 구상도 필요하다.
자기 문화정책은 국가문화정책에 개입하는 방법과 전략을 스스로 연구하고 터득하는 것에서부터, 각자 활동하고 있는 문화영역에서 “어떻게 대안적인 문화를 만들것인가”에 대한 실천전략을 짜는 것까지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다. 최근에 국가의 공공문화 확대와 활성화를 위한 문화정책의 구상과는 별개로 자발적인 문화활동 그룹들이 새로운 형태의 공유문화(common cultures)를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립음악생산조합, 예술인소셜유니온, 문화귀촌운동, 제작기술문화공동체, 예술마을공동체, 문화예술협동조합운동 등 국가의 인프라와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생태계를 만들려는 움직임들을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대체로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국가 및 지방 문화정책으로부터 벗어나고, 갈수록 독점화되는 문화산업환경에서 잘 버티고 자생할 수 있는 대안모색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자발적인 문화운동의 흐름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운동의 흐름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담론화하며, 함께 연대하고 새로운 살길을 찾아보는 자기전략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대안적인 문화운동 혹은 활동의 판을 잘 짜고 전망을 설계하는 구체적인 자기문화정책이 부족한 것이다. 사업과 계획은 있지만, 전망과 방향이 부족한 것이 현재 새로운 자발적인 문화운동 그룹들이 안고 있는 문제이다. 자기문화정책의 부족은 아무래도 문화예술 관련 정책전문가들과 대안적인 현장 문화활동 그룹들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천, 구상과 실행이라는 서로 다른 실천 지점들이 함께 만나는 것은 자율적인 대안문화정책의 새로운 생성을 위한 출발이다. 따라서 정기적으로 국가, 자본, 시장에서 벗어나 대안적인 문화운동, 독립적인 문화자원, 지속가능한 문화토대를 만드는 출발로 문화정책 전문가들과 대안 문화예술의 현장 활동가들의 만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이다. [문화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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