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브리핑]67호

2015년 9월 22일culturalaction
[문화정책브리핑]67호
 
[문화정책 동향]
1. 교육부, 구조개혁평가를 통해 대학교육의 시장화 부추겨 
8월31일, 교육부는 ‘대학구조조정개혁 평가 결과 및 조치방안’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한 구조개혁평가 결과도 발표했습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낮은 평가를 받은 4년대 대학 32개교와 전문대학 34개교가 국가장학금, 학자금대출 등의 재정지원에서 제한을 받게 되었습니다. 올해 4월, 국회는 부실대학에 대한 정원감축과 대학 폐쇄를 결정할 수 있는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대학 입학정원보다 고교졸업자수가 많아지는 역전현상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으로 이번 발표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대학교육의 시장화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대학 간의 경쟁구도를 강화하고, 대학 스스로 시장논리에 따라 운영할 수 밖에 없도록 부추기는 결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은 대학교육이 가지고 있는 공공적 가치보다는 취업률과 학생충원률과 같은 성과중심의 학사운영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교육부가 문제삼는 부실대학 양산의 문제는 경쟁을 통한 대학교육의 시장화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경쟁 중심의 구도는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교육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육부는 이번을 기회로 삼아 대학교육의 사회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지원확대을 통해 대학교육의 정상화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2. 방통위의 협찬고지 기준 완화로 방송의 상업화와 공공성 훼손 우려
방통위는 지난달 6일 협찬주명을 프로그램 이름에 쓸 수 있도록 하는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협찬주명 대신 구체적인 상품명, 상표 또는 협찬주의 소재지를 프로그램 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본죽 파는 용팔이’, ‘갤럭시s6와 함께하는 무한도전’으로 프로그램명을 사용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방송의 독립성을 아예 없애기 위한 자본의 수단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이미 지금도 협찬사가 프로그램에 영향을 주는 문제가 심각한데, 광고를 독점하는 기업에 영향 받지 않을 제작사가 얼마나 있을까요? 대부분의 제작사는 훼손된 독립성으로 인해 공정성마저 상실된 방송을 만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특히, 이번 방통위가 진행하고 있는 규제완화는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시사, 보도프로그램에 대한 협찬 가능성도 열어둬 방송의 상업화를 가속화 시킬까 염려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협찬의, 협찬에 의한, 협찬을 위한 방송이 만들어지게 된 셈”이라고 지적을 했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노조 등은 “박근혜 정부가 규제완화라는 미명과 일부광고주의 요청이라는 포장 하에 방송의 공공성과 시청자 주권을 아예 폐기하고 재벌과 대기업들이 안방까지 장악하게 되는 끔찍한 획책을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을 했습니다. 시청자들은 광고가 아닌 방송을 볼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공정성의 훼손이 심각한 현재의 방송구조에서 그나마 남은 공정성마저도 위협하는 정부와 자본의 행태를 이제는 중단시키기 위한 범시민적 움직임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3. 개그맨의 저작권 문제와 방송콘텐츠 창작자 권리 문제 심각
올 1월 KBS의 인기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중국에 수출되어 <생활대폭소>라는 프로그램으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KBS는 이 수출로 인해 수억 원대의 수익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창작자인 개그맨들에게는 저작권·아이디어료를 지급하지 않아  개그맨들 사이에서 저작권료 지급에 대한 요구가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코너 5개도 중국에 수출되어 <다 같이 웃자>라는 프로그램에 리메이크되었으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 개그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들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2006년 컬투가 개그 저작권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으며, 2010년 김구라 씨도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을 언급했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들도 불구하고 개그맨들의 저작권 문제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방송사들의 독점적 지위와 관련이 있습니다. 방송사와 방송인 간의 상하-수직적 권력관계는 창작자의 자신들의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하기 힘들게 하고, 이런 착취구조가 관행화되어 버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방송콘텐츠 창작자들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4. 유명무실한 문화예술교육사 제도, 전면 재검토 필요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 중에 대부분은 문화예술교육시설에 강사로 배치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모두 6935명인데, 그 중에 단 40명만이 문화예술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그 마저도 단 3명만이 정규직이라고 합니다.
문화예술교육사는 도입당시부터 많은 문제제기를 받아왔던 제도입니다.  도입 전부터  문화예술강사들의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직위 문제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문화예술교육을 라이센스화 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다양성을 가로막고,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비용을 문화예술강사들에게 부담지우는 부작용을 양산했습니다. 또한 이번 조사결과로 문화예술교육사 제도가 문화예술강사들의 안정적인 일자리 마련과도 전혀 관련이 없음이 드러난 만큼 이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5. 아름다운 배경음악에 숨겨진 방송음악 작곡가에 대한 착취
방송음악 작곡가들에 대한 일방적인 착취와 권리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드러났습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인 방송음악 제작사 겸 음원 라이브러리 업체인 로이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작곡가들에게 회사에게 유리한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고, 음악을 만든 작곡가의 이름 대신 회사 대표이름을 음악감독으로 올리는가 하면, 제대로 된 작업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80~100만원 사이의 금액만을 ‘창작지원비’ 명목으로 지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곡자들은 이 비용으로 회사에서 요구한 배경음악 작업을 위한 데모 녹음 비용까지 부담해야 했다고 합니다.
음악산업 내의 이러한 불공정한 관행과 창작자에 대한 권리 침해는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모두 집대성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계 안의 위계와 권력관계를 이용해 작곡자들에게 일방적인 계약을 강요하거나, 사실상의 고용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고용계약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회사측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계약은 체결하지 않는 등 상대적 약자인 창작자들의 당연한 권리들을 무시해 왔습니다. 또한 저작권 분배비율도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강요하고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저작권 정산 자료조차 창작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 사례는 음악산업의 잘못된 관행, 방송제작 환경의 전근대성이 결합했을때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술인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고 최소한의 생활과 창작을 위한 조건이 마련될 때 건강한 문화예술생태계가 만들어 질 수 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볼 때 로이엔터테인먼트의 사례는 단순히 한 회사와 몇몇 작곡자들의 문제가 적게는 음악산업 크게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6. 정부의 정치적 통제 의도 분명한 포털 장악행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4일 “포털의 왜곡된 정보 제공은 잘못됐다”며 “시정돼야 한다”고 포털규제 강화에 대한 첫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10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도 포털을 공영방송 수준으로 규제해야 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누리당이 포털의 편향성을 이야기하는 주요 근거는 여의도연구원이 발표한 ‘포털 모바일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와 다음이 정부와 여당 그리고 김무성 당대표에 부정적인 내용의 뉴스를 메인에 압도적으로 배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단순한 통계 분석일 뿐 빅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다수이며, 또한 이러한 데이터 해석조차도 은폐와 왜곡이 포함돼 있어 신뢰성조차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 수는 네이버 591건, 다음 438건 입니다. 총 1029건으로 5만236건의 기사 중 겨우 2%에 해당하는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포털이 비판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내용만으로 보면 정반대로 포털이 언론매체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정부에 편향적인 시각을 사용자들에게 노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 타당할 지경입니다. 또한 보고서의 내용처럼 중립적 표현의 기사가 70%가 넘는다는 것은 지금의 포털이 과도할 정도로 기계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정권의 눈치를 살피고 있음을 확인한 결과입니다.
이런 모든 걸 다 떠나서 언론의 존재 이유는 권력에 대한 비판에 있습니다.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을 통제하려는 행위는 민주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언론에 제대로 노출되고 싶다면 최우선으로 할 일은 국민을 위하 정치를 잘하는 것이지, 언론에 재갈 물리기가 아닙니다. 우격다짐으로 인터넷 여론인 포털까지 통제하려는 독재적 발상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 힘쓰는 정부와 여당으로 변신하길 바랍니다.
7. 음원유통사의 저작권료 미지급 논란
음원유통의 90%를 차지하는 3대 사이트 멜론·지니·엠넷닷컴은 지난 한해 48억 원 가량의 미지급 저작권료를 축적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음원유통사는 한국음악저작원협회 등 저작권자가 가입한 신탁협회에 일괄적으로 음원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신탁협회에 가입되지 않은 저작자에게는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현행법 상 비신탁권리자(개인권리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저작권료는 정산이 유보된 채 5년이 지나버리면 기업 수익으로 전환됩니다. 이에 유통사는 오래된 노래이거나, 연락이 두절되어 저작권자를 찾을 수가 없는 경우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해명합니다.
음원유통사가 미확인 저작권자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했기에 48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고스란히 기업의 이익이 된 것일까요. 음원유통사의 이러저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쌓여있는 48억원은 음원유통사들이 저작권료 지급에 ‘적극’ 소홀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음원유통사는 이제  변명을 그만두고   미지급 저작권료의 주인을 찾아주는데 애써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저작권자를 확인할 수 없어 미지급 되는 저작권료에 대해서는 음원유통사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쓸 게 아니라 음악산업과 음악인들을 위한 공공기금 조성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8. 서울시립미술관, 논란이 되는 예술작품 일방적으로 내려
지난 9월 4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남현동 남서울분관에서 개최한 ‘2015 예술가길드아트페어’에 출품되었던 홍성담 작가의 신작 <김기종의 칼질>을 서울시립미술관 측이 일방적으로 내려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김기종의 칼질>은 지난 3월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에 대한 흉기 피습 사건을 작가의 관점에서 묘사하고 기술한 작품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김기종의 칼질>과 관련해서 일부 관객과 보수단체들이 “테러를 미화했다”며 항의를 하고, 이러한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자 작가와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작품을 철수 했습니다.
최근 들어 전시 작품과 관련하여 사회적 논란, 특히 정치적 논란이 발생하면 주최 측이 작품을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술 작품을 둘러 싼 역사와 관례를 고려한다면 매우 비상식적이고 자기검열적인 행위임에 분명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호감과 지지를 받는 작품도 존재하지만, 수많은 사회적 논란과 쟁점을 만드는 것 역시 예술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입니다. 모든 예술이 말 잘듣고, 착한 예술이라면 인류는 예술을 필요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든 예술은 그 자체로 정치적입니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정치적 검열과 탄압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이어야 합니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이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흉기로 공격했던 김기종씨를 옹호하는 투의 글과 함께 당시 상황을 묘사한 그림을 전시작품으로 걸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의 생각과 달리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미술관이야말로 정치적 검열, 자본의 검열로부터 거리를 두고 다양한 관점의 예술 작품이 전시되고 소통되며 논란이 되고 토론을 발생시키는 사건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지배권력의 말 잘 듣는, 어떠한 호기심도 토론도 실종된 무의미한 공간은 보수언론들로 충분합니다.
[문화정책 자료실] 
1. 홍대앞 연구네트워크 포럼, <홍대앞 문화예술생태계, 경의선 부지를 상상하다>
 
 
 
2.  경기연구원, <21C 메가시티 경쟁시대 수도권규제의 진단과 해법>
 
 
 
3. 희망제작소, <청년이 제안하는 광복 100년 한국 사회>
 
4. 문화연대, <서울시 정책박람회 _ 서울시 도시재생, 새로운 가치와 주체 형성을 위한 쟁점들>
5. 서울연구원, <제3회 함께서울 정기포럼_서울시민의 시간과 삶의 질>
 
 
 
6.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국제회의복합지구 시행 기준 및 절차 및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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