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미디어에 재현된 이주민 인권문제-개별 영화를 중심으로(31호)

2014년 1월 9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세계 이주민의 날과 이주민 인권
현재 한국에 150만명이 넘는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눈짐작만으로도 단순히 여행객으로 한국에 있는 외국인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이주민들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을 어떠할까? 흔히 이주민들에 대한 인식은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재현되던 우스꽝스러운 이주민 노동자의 모습을 떠올릴 것인데, 그렇게 몇 번의 웃음으로 소비되는 이주민의 이미지 외에 실제로 그들의 생활에서는 어떠할까? 우리는 우리의 이웃으로서 이주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2013년 <워싱턴포스트지>가 81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3분의 1 이상이 다른 인종의 이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인종적 편견이 높은 나라다. 그래서 이번 31호 문화빵에서는 12월 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현재 한국에 있는 이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해 다뤄봤다.
① 세계 이주민의 날과 이주민 인권문제(권금상)
② 미디어에 재현된 이주민 인권문제(문화빵 편집위원회)
③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장 김봉구 인터뷰(최혁규)
[특집]31호
미디어에 재현된 이주민 인권문제 
 
-개별 영화를 중심으로
문화빵 편집위원회 정리
이 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의 『2012년 문화다양성 시대 다문화의 미디어 재현 안내서(가이드라인)』중 ‘제3장 다문화에 대한 대중매체 재현 모니터링 사례’의 ‘다문화에 대한 대중매체 모니터링 사례 분석 ㅡ영화 모니터링 분석’의 일부를 요약한 글입니다.
1. 영화 <파이란> (2001) 
영화 <파이란>은 이주여성의 초창기 묘사를 시도했던 대표적 국내 영화라 할 수 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다문화가 이 영화의 전체 소재적인 측면을 지배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야기 구성상 당시 한국 사회에 합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중국내 이주여성들이 어떤 지위로 한국사회에 입국해 살게 되는지 그리고 어떤 비참한 삶을 유지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당시 다문화 초창기 정서를 경험하는데 중요한 영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국인들과 조선족 당사자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이주여성, 파이(장백지 분)의 불운한 최후(각혈과 폐병으로 한국에서 사망, 그리고 사망전 한국에 이주를 위해 자신의 호적상 남편인 강재를 그리워하는 비논리적 장면) 등 대단히 감독의 플롯구성 자체에 대해 비현실적이란 문제제기를 할 정도로 논란이 일었던 영화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이주여성으로 시골구석에서 폐병으로 죽어간 파이란의 모습은 당시 이주여성의 지위와 관련해서 인권문제 등에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2. 단편영화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2004)
베트남 이주여성의 문제를 다룬 다문화 초기작 <베트남처녀와 결혼하세요>는 15분 정도의 저예산 단편영화이다. 지하철을 탄 기남이 베트남 결혼 전단지를 통해 베트남 처녀 아미나이를 만나게 되면서 그려지는, 이주여성과의 국제결혼을 다룬 이야기이다. 러닝타임이 짧지만 다문화 상황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기남이는 아버지의 아내를 얻어주기 위해 베트남 이주여성인 아미나이를 만난다. 하지만 기남이가 아미나이를 좋아하게 되는 갈등 상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그녀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 와중에 기남이와의 만남은 그나마 젊은 상대와 결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잠깐 들게 했으나, 결국 아미나이의 기남 아버지와의 결혼으로 그 자신의 희망마저 꺾인다.
다문화 영화의 일반적 상황 전개와 달리 아버지와 아들간 이주여성을 아내 혹은 애인으로 삼기 위해 이를 둘러싼 갈등 상황이 영화의 주요 흐름을 이어간다.

3. 영화 <반두비> (2009) 
앞서의 두 영화, <파이란>과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와 달리 2000년대 말경이 되면, 다문화를 중심 소재로 한 극영화가 극장 대중화하는 시기가 온다. 당시 <반두비>는 다문화 인식에 큰 공을 세운 영화이자 이때부터 봇물처럼 다문화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반두비>를 위시하여 이후에 다룰 <로니를 찾아서> (2009), <세리와 하르>(2009), <방가방가> (2010) 등이 이후에 등장한 다문화를 전문화해 보여준 영화들이다.
여기서 소개할 <반두비>는 소재면에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와 국내 한 젊은 소녀와의 사랑을 그리고 있어 이전의 측은감, 동정, 연민 등에 기반한 다문화 접근과는 상당한 진일보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다문화 소재의 국내 영화 가운데, 긍정적 재현과 함의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영화로서 특징적이다.
4. 영화 <로니를 찾아서> (2009)
영화 <로니를 찾아서>가 이전 개봉된 다문화 관점의 국내 영화들과 지니는 차이는, 코미디 장르와 다문화 소재의 결합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영화의 성공을 기화로 <방가방가>(2010), <완득이>(2011) <파파>(2012) 등 대중 관객을 대상으로 한 코미디 장르형 다문화 영화들이 계속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다.
다문화와 코미디의 결합은, 다문화의 부정적 상황에 대한 패러디 형식을 차용해 관객에게는 대단히 긍정적 미디어교육 효과를 유발하는 측면을 지닌다. 예를 들어, <로니를 찾아서>에서는, 내국민의 가상의 위협 혹은 적으로 이주노동자를 설정해 그에 헛발질하는 한국인(토착민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희화화해 잘 그려내고 있다. 재현되는 방식은 부정적이나 대단히 긍정적 다문화 교육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게다가 방글라데시 청년으로 출현하는 극중 뚜힌의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은 배역의 소화는 긍정적 미디어 교육효과를 더욱더 확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5. 영화 <세리와 하르> (2009)
한국사회의 다문화 2세대 자녀를 중심으로 다루는 영화 <세리와 하르>는 다문화 이슈를 한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즉, 한국사회의 소수자라 할 수 있는 다문화 자녀들의 모습을 통해 형상화하는 한국사회의 다문화 인식 문제와 이들 2세대간의 공감과 우정을 그리 무거운 톤 없이 그리고 있는 작품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베트남 엄마(산재로 고생)를 둔 세리와 필리핀 불법체류자 아빠의 딸 하르는 한국사회의 가장 불안정한 세대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극중 그들 세리와 하르 사이에도 자신들의 물적 차이에 의해 갈등이 존재한다. 자신들의 불행이 상대로부터 왔다는 오해들로 벽을 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문화 억압이란 한국사회 외부로부터 왔음을 알고 그 폭압적 상황에서 서로의 우정과 존재감을 회복한다.
6. 영화 <방가방가> (2010)
영화 <로니를 찾아서>에서 시작된 다문화 주제와 코미디 장르의 결합은 영화 <방가방가>에서 절정에 이른다. 앞서 <로니를 찾아서>의 코미디적 요소가 패러디를 통한 긍정적인 미디어 재현의 효과를 지닌 것처럼, <방가방가>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용상으로, 이주민 노동자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주인공이 극중 이주노동자 행세를 하는 참신한 설정이 흥미롭다. 대신에 대중 영합의 코미디적 장르의 결합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다문화를 재현하려는 현실주의적 느낌은 대단히 적어 보인다. 이주 노동자 이슈를 단순히 흥미로운 소재거리로 전락시키고, 말미에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을 피해 대단히 비현실적으로 도망치는 것으로 문제가 종결되는데, 이는 문제의 사회적 해결은 온데간데 없고 잘못된 시스템의 영속을 그대로 인정하는 듯한 모양새로 보인다.
극중 주인공 방태식은 한국사회의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비정규직을 상징화한다. 그는 여러가지 일을 하다 도저히 안되자 그 스스로 이주노동자 행세를 하며 코미디 같은 이야기를 겪게 된다. 이주노동자인 척,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된 공장으로 부탄인 방가라는 이름으로 취업하게 된다. 부탄인 역할로 방가는 친구 용철이 운영하는 노래방에 거주하며 가구점에 취업해 살아간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강제추방될 운명에 놓인 동료 이주노동자들을 구출하면서 방태식은 이주노동자과 연대감을 회복한다.
7. 옴니버스 영화 <시선너머> (2011)
옴니버스 형식의 <시선너머>는 다문화 토픽의 중요한 주제들, 탈북가족의 문제, 여성 이주노동자,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상당히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문화적 몰이해로 빚어지는 탈북가족과 남한의 일반 가족과의 갈등 상황, 사회적 약자로서 국내 여성의 문제와 다문화 여성노동자의 동지적 연대의식, 이주노동자들과 국내 노동자들간의 동거와 차별 등을 잘 묘사하고 있다. 비록 그 방식에 있어서 각 옴니버스 감독들은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유형화를 통해 미디어 재현을 하고 있으나, 효과상 상당히 긍정적인 다문화 교육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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