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zen]탑밴드2, 목적지를 잃어버리다 / 박선영 (2호)

2012년 10월 5일culturalaction

[Artizen]2호

탑밴드2, 목적지를 잃어버리다

박선영 (문화연대)

밴드음악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시작한 <KBS TOP밴드 시즌2>(이하 탑밴드2)가 어느덧 4강까지 가려지고 프로그램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탑밴드2는 시작부터 인디음악계에 쟁쟁한 팀들의 참가로 언론과 인디씬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정식 음반을 발매하지 않은 팀을 자격으로 내건 시즌1과는 달리 밴드음악을 하는 팀이라면 누구나 참가를 가능하게 한 시즌2는 이미 시작 전부터 이런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안고 출발한 것이다. 탑밴드에 참가하게 된 ‘피아’, ‘로멘틱펀치’, ‘내귀에도청장치’, ‘트랜스픽션’, ‘몽니’, ‘슈퍼키드’, ‘와이낫’, ‘타카피’ 등의 팀들은 국내 락페스티발의 단솔손님이자 국내 인디씬을 10여년 가까이 지켜온 인디음악계의 산증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팀들이 아마추어 밴드들의 경연무대인 탑밴드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많은 논란과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초반에 이슈화된 것과 다르게 시청률은 1~2% 내외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해왔다. 부진의 원인으로 밴드음악과 락음악이 한국음악 지형에서 변두리를 차지해온 것의 방증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시즌1이 5~6% 대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해보면 원래 대중들의 인기가 없던 음악이라고 치부하는 것보다는 다른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할 듯하다.

시즌1은 <슈퍼스타K> 식의 무명의 아마추어 밴드가 많은 쟁쟁한 참가자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가는 성공스토리의 형식을 따랐다. 본선부터는 각 팀들을 코치해줄 멘토 선생님을 정해주는 것은 <위대한탄생>에서 따온 것으로 역시 성공스토리의 형식이다. 사실 탑밴드는 기획 초기부터 밴드음악이 중심이 된다는 것 이외에는 기존의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양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프로그램이었고, 검증받은 형식이고 대중들의 트렌드에 철저히 맞추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크게 인기는 끌지 못하더라고 어느 정도의 시청률은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이미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디계에서는 나름 성공했고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팀들이 참가를 하게 되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된 것이다. 이미 인기 인디밴드들이 참가하게 되면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인디음악의 인기가요와 같은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무명 신인의 감동적인 신데렐라 성공스토리를 담은 <슈퍼스타K>도 아닌, 레전드들이 치열한 음악적 고민 속에 높은 퀄리티의 음악의 향연을 보여주는 <나는 가수다>도 아닌 어정쩡한 서바이벌이 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일까? 밴드들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주지 못하는 음향세팅과 카메라워크는 ‘인디계의 나가수’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또한 심사과정에서 대중들의 반응보다는 밴드의 유명세에 영향을 받은 듯한 심사 결과가 나오면서 치열한 경쟁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무명의 밴드가 성공하는 성공 스토리의 가능성을 닫아버림으로써 <슈퍼스타K>식의 긴장감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위라운드에 오른 팀들이 기존의 유명밴드들이 독식하면서 풋내 나는 신인밴드나 숨어있는 직장인 밴드를 발굴하는 재미를 스스로 포기해버렸다.

탑밴드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다른 프로그램의 포맷을 어설프게 차용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이 문제는 탑밴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디음악이 처해있는 현실과도 유사함을 보인다. 인디계에서는 충분한 시장을 확보하고 나름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다수의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주류가 아닌 변방의 음악일 뿐이다. 인디음악은 주류 자본의 제작과 유통의 방식에서 벗어난 음악으로 특정 장르의 음악, 특정한 정치성을 뜻하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인디음악은 비주류의 음악, 반항적인 음악, 아마추어들의 음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탑밴드에 출연한 많은 밴드들은 인디음악이라는 테두리에 묶여있지만 그들의 지향점은 주류음악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항상 따라다닐 수밖에 없는 꼬리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탑밴드에 나왔을까? 로맨틱펀치의 보컬 배인혁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탑밴드2>에 도전하는 이유는 결코 우승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공중파 방송의 밴드오디션이라는 좋은 계기를 통해 우리들의 음악을 대중과 함께 조금이라도 더 공유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탑밴드에 출연한 인디밴드들은 연간 수많은 무대에 오르지만 공중파 방송에 한번 나오는 것이 더 홍보에 효과적이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승이 최종목표가 되어야 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에서 홍보가 더 중요한 참가자가 다수가 되는 현실은, 탑밴드 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인디음악의 문제, 대중음악의 문제에 기인한 것이다. 결국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는 탑밴드의 모습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실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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