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오리보트, 오리무중 항해 / 송수연(2호)

2012년 10월 5일culturalaction

[현장스케치]2호

오리보트, 오리무중 항해

                                                                                         송수연 (문화연대 활동가)

오리보트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발을 동동 구르는 만큼 가고, 뒤뚱거리리며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리보트는 느리고 엉뚱한 행위, 무위의 시간 그리고 상상력 가득한 삶에 대한 내기이다.

 

#1. 오리보트의 시작

오리보트는 지난봄부터 서울과 충북 제천 대전리의 ‘마을이야기학교’를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해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들 5명이 책읽기 모임을 하면서 어떤 공통적인 기류를 발견했고, 자연스럽게 농사로 이어졌다. 오리보트는 한달에 두 번 제천을 오가며 학교의 묵은 밭을 일군다. 가끔 요가와 요리를 통해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오리보트는 아직 농사를 흉내 내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 농부 오리들은 작은 농사를 매개로 서로의 활동과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작업과 활동을 상상하고 계획하기도 한다. 그래서 농사를 하면서 필요한 바느질이며 목공을 배우기도 했다.

#2. 오리보트 오리무중 농사

처음으로 땅에 밭이랑을 만들고 씨감자를 심었던 과정의 경험은 잊을 수가 없다. 시장에서만 구입했던 감자를 직접 심고, 비료대신 산에서 가져온 부엽토를 덮고, 주기적으로 잡초를 솎아주면서 말을 걸며 수확을 기다리는 기쁨은 도시텃밭에서도 어려운 경험이다. 감자 외에도 콩, 깨, 옥수수, 고추, 토마토, 가지 등을 심으며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 도시에서의 삶의 문제에 대한 자각이 늘어간다.

오리보트는 농사는 자연농법이다. 오리보트의 농사 선생인 오리숲은 공동체에서 배운 자연농법으로 오리보트의 1년의 농사를 계획하고 있다. 자연농법은 손이 많이 가고, 수확양은 매우 적다. 하지만 자연과 농사에 대한 많은 고민을 가지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자란 잡초를 무한정 뽑고 새로운 작물을 심다보면 농사는 가장 자연스럽지 못한 행위라는 질문이 들기도 한다.

 

#.3 오리보트는 어디로..

오리보트는 해야 할 일, 필요한 일들에 바빠 자신의 삶은 경직되는 것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되었다. 운동적 기획이 아닌 내 삶과 고정된 인식을 구성하는 체계에 대한 질문에서 함께 움직였다. 그래서 오리보트는 때론 목적 없고 쓸데없는 일을 벌이길 동경한다. 하지만 동경하는 것이 현실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삶의 여유를 되찾고자 했던 농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또 해야 할 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리보트의 여물지 못한 농사는 계속 될 것이고 오리들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현재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기에.

오리보트 www.oriboat.org

오리보트의 농사 일기를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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