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시, 스포츠의 가치를 묻다 / 정재영(2호)

2012년 10월 5일culturalaction

[칼럼]2호

다시, 스포츠의 가치를 묻다

 

정재영 (체육문화위원회 활동가)

 

“스포츠란 근본적으로 경쟁을 지향하는 것인데, 금메달 지상주의는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요?” 지난 8월, 런던올림픽이 한창일 때 진행된 인터뷰에서 받은 질문이다. 늘 그래왔듯 당시에도 스포츠가 금메달 지상주의로 소비되는 현상을 비판하는 입장이 주를 이뤘는데, 아마도 이에 대한 반론을 기대한 듯했다. 답을 위해선 두 가지 질문을 해결해야 했다. 스포츠의 근본은 과연 경쟁인 것일까? 따라서 금메달 지상주의는 당연한 것일까?

먼저 스포츠가 경쟁을 지향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순위를 매기지 않는 스포츠는 없으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패배하기를 바라는 팬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승리의 희열이 인간의 본능에 내재해 있는 한 스포츠의 영역에서 경쟁은 뗄 수 없는 관계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난 승부에 연연하지 않아요.” 의미심장한 이 발언은 이성이 요구한 겸손 혹은 욕구를 드러내는 데에 익숙하지 못한 사회적 관습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포츠의 근본은 경쟁이다”라고 단언하기엔 집에 무언가를 두고 나온 듯 찜찜하다. 그것은 스포츠를 마주할 때 느껴지는 어떤 ‘감정’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장면을 목도한다. 상대방이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는 배려의 손길을, 패자의 눈물에 함께 붉어지는 승자의 눈시울을, 순위의 높낮이를 떠나 어깨동무하며 환하게 웃는 선수들의 표정들을. 이 풍경들 속에서 우리는 감히 경쟁을 외칠 수 없다. 분명 스포츠에는 경쟁을 무색케 하는 ‘미적인 힘’이 형언하기 힘든 모습으로 내재해 있다. 따라서 스포츠의 ‘근본’은 경쟁이 아니다. 차라리 스포츠의 ‘속성’ 중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금메달 지상주의는 당연한 것일까? 금메달 지상주의란 이러한 스포츠의 두 가지 속성 중 ‘경쟁’이라는 단어만이 기형적으로 강조되어 나온 현상이다. 입시경쟁체제와 성공주의 담론이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 모든 것에 서열을 부과하는 지나친 객관화 과정이 활개를 치는 요즘, 스포츠 역시 경쟁의 포화 속에 노출되어 있다. 타인을 이겨야만, 밟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배틀로얄’과도 같은 시대 속에서 스포츠의 ‘미적 가치’보다 ‘경쟁’이 주목 받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도 아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그들은 성공의 아이콘이며 욕망의 대리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로부터 부여된 금메달 지상주의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결국 난 이렇게 대답했다. “경쟁의 관점으로 스포츠를 보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결과론적인 사고에 물들어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스포츠의 본질은 결과보다는 선수들이 흘리는 땀, 즉 ‘과정’과 그에 대한 ‘존중’에 있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 기자의 질문을 되새겨보자. 당신은 어떤 답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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