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기타 레전드, 기타 노동자를 만나다> -새로운 전설의 시작(31호)

2014년 1월 9일culturalaction
[현장스케치]31호
<기타 레전드, 기타 노동자를 만나다>
 
-새로운 전설의 시작
최지용
1969년 8월 18일 아침 지미 헨드릭스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에서 미국의 국가 <Star Spangled Banner>를 연주했다. 기타가 내는 굉음은 미사일 소리, 대포 소리, 절규, 혼돈을 담고 있었다. 지미 헨드릭스가 보기에 당시 월남전 중이었던 미국은 광기로 가득 찬 사회였다. 지미 헨드릭스는 곧 히피들에게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고, 그의 무대는 록 매니아들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2013년 12월 15일 예스24 무브홀에서 신대철씨는 자유의 찬가를 부르겠다며 지미 헨드릭스의 <voodoo child>를 연주했다. 그리고 그는 외쳤다. “기타는 자유. 기타는 저항”이라고. 이 공연은 훗날 전설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기타가 자본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켰다고.
신대철씨를 비롯해 한상원, 최이철, 김목경, 게이트플라워즈, 시나위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콜트콜텍의 부당한 정리해고와 위장폐업에 맞서 7년째 장기투쟁을 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를 위해 후원공연을 했다. 한국대중음악사에 기여한 ‘레전드’급 뮤지션들이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참하게 된 경위는 무엇일까.
올해 11월 콜트악기와 콜텍이 만든 콜텍문화재단이 주최하는 ‘G6 콘서트'(The Guitarist Six Legend Story) 공연이 있었다. 국내의 대표적인 뮤지션들이 참가했고 신대철씨와 한상원, 김목경, 최이철 씨도 여기에 참가했다. 하지만 콜트회사가 기타노동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참가 약속을 한 신대철씨는 뒤늦게 사실을 알고 SNS를 통해 사과의 글을 올리고 기타노동자들으 위한 후원공연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김목경, 한상원, 최이철씨도 그 뜻에 공감하고 이번 무대에 같이 오르게 된 것이다.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은 모두 블루스에 기반한 음악을 연주했다. 블루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부터 시작된 음악이다. 미국으로 강제 이송 당하여 노예 생활을 하게 된 아프리카인들은 고된 노동 속에서 음악으로 울분을 표현하고 서로를 달랬다. 5음계로 구성된 블루스스케일은 국악과 같은 음계로 구성되어있다. 한의 정서를 지닌 우리의 음악과 목화밭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착취를 당하던 흑인의 음악은 음악적으로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 그곳’의 음악이 ‘지금, 이곳’에서 연주되면서 우리는 ‘그곳’의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전 지구적 연대’인 셈이다.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기타를 만드는 사람을 위해 노래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수많은 연결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행위이며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 되는 행위이다. 전설은 이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박제된 과거의 영광만으로 살아가는 것을 전설이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현재 이곳과 같이 호흡하며 진동할 때, 그 때 비로소 진정한 전설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진짜 전설이 탄생하는 과정을 목도하고 있다.
사진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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