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새로운 스포츠정책 패러다임을 위한 기구혁신 과제 / 최동호

2012년 9월 9일culturalaction

[특집]창간호

새로운 스포츠정책 패러다임을 위한 기구혁신 과제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 /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

 

들어가는 말

2012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로 종합성적 5위를 차지했다. 종합성적 5위라는 성적도 놀랍지만 그보다는 올림픽에서 3회 연속 톱10에 진입했다는 사실이 더 주목된다. 3회 연속이 의미하는 것처럼 런던에서 한국은 글로벌 톱10이라는 지위를 확고히 다졌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성과이다.

역대최고 성적이라는 찬사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육상은 세계수준과의 실력차를 실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육상연맹은 다음달 10일쯤에 다시 뛰겠다는 의미로 “한국육상 5대 희망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육상연맹이 준비하고 있는 유망주 발굴 방안 중에 국내 도서지역을 돌면서 체육영재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운동하겠다는 애들이 없으니까 섬마을 돌아다니면서 소질 있는 아이들을 모아보겠다는 눈물겨운 사연이다. 비단 육상뿐이 아니다. 인기종목인 야구와 축구에서도 이미 운동하겠다는 아이들이 줄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지는 꽤 오래됐다.

이것은 한국체육이 극소수의 운동에 관심 있는 아이들 가운데서 초극소수의 재능 있는 아이들만을 선발해 육성하는 엘리트를 뛰어넘는 초엘리트 스포츠시대로 접어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선수발굴을 위해 섬마을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한국체육의 모든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지덕체 교육이란 말은 이제 찾아보기도 힘들만큼 학교체육은 이미 붕괴됐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인을 양성하는 엘리트체육은 완전 별개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효율적인 연계성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체육정책을 두고서 엘리트체육, 생활체육을 따지는 정도이다 보니 스포츠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란 복지와 행복추구를 위한 체육정책은 먼 나라 얘기처럼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엘리트에서 초엘리트 스포츠로 내몰리고 있는 한국체육의 문제점에 관한 인식에서 체육시스템의 개혁, 즉 체육단체 통폐합논의가 시작된다. 그런데 체육 시스템 개혁이란 말 자체도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체육시스템 개혁이 참여정부에서 발화된 이후로 지금까지 논의와 논란만 거듭한 채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단체 구조 조정에 관한 논의는 지난 2002년 9월 이강두의원이 국민생활체육협의회 법정법인화를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하면서 시작된 이후로 200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발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체육단체 구조 조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바 있다. 이후 대한체육회 쪽은 체육회가 국가올림픽위원회인 NOC를 선통합해서 대한올림픽체육회를 구성한 뒤에 국민생활체육회까지 흡수 통합한 단체를 만든다. 여기에서 엘리트스포츠 회장과 생활체육 부회장직을 만드는 이른바 대통합안을 주장해오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는 우선 대한올림픽위원회, KOC를 대한체육회에서 분리한 뒤에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분리통합안을 견지해오고 있다. 통폐합을 둘러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반목은 논의가 진전되면 될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간 것이 사실인데, 2009년 6월 29일에 대한체육회가 정관개정을 통해서 대한올림픽위원회, KOC를 통합했다. 대한체육회가 대한올림픽위원회를 정관개정을 통해서 통합한 것은 사실 상당히 무리한 면이 있다. 국민체육진흥법의 관련 규정을 개정하지도 않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정관개정만을 근거로 해서 대한체육회의 대한올림픽위원회 통합을 승인한 것도 체육단체 구조 조정 논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근 10여년 가까이 이어져 온 체육 시스템 개혁에 관한 논의, 체육단체 구조 조정이 아직도 지지부진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양 단체의 이해관계 싸움도 주요 원인중의 하나이고, 주관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지 못한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체육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의 부재 때문이다. 정부가 체육을 어떻게 바라보는 가에 따라서 체육정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엘리트체육의 한계를 인식한 상황에서 엘리트체육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대안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없는 상황에서 구조 조정이란 당면과제가 닥치다 보니까 이리 저리 해당 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만 끌어 왔다고 본다.

바로 ‘엘리트체육의 한계, 또 한국체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가’가 오늘 주제인 새로운 스포츠정책의 패러다임이라고 보는데, 당연히 새로운 패러다임은 ‘체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사고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철학적 사고에서 나온 새로운 패러다임이 새로운 과제를 갖고 온다고 생각한다.

체육단체 구조 조정 논의가 시작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체육은 정치적 프로파갠다에 불과했다. 그래서 당연히 체육정책은 엘리트체육에 드라이브를 거는 쪽으로 집중됐다. 체육계는 올림픽메달로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면서 지원과 혜택을 받아왔다. 이런 시기가 지나면서 2003년부터 체육단체 구조조정 논의가 나왔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나 경제발전으로 인한 개인의 욕구가 엘리트체육의 프레임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트체육을 뛰어넘는 개인의 욕구나 시민의식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정책으로서의 패러다임이 바로 복지와 행복추구권이다. 때문에 엘리트체육이라는 낡은 체육정책의 틀을 깨는 새로운 체육정책의 패러다임으로 필자는 복지와 행복을 제시하고,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르는 기구 혁신의 방향도 당연히 복지와 개인의 행복에 맞춰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 통폐합

복지와 행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볼 때 한국체육의 시스템은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한계라기보다는 문제점인데, 시스템의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체육단체의 기능과 역할이 구시대적이다. 즉 복지와 행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현하기 힘들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기서 뜻하는 체육단체는 국민체육진흥법 2조 9항에 규정된 체육에 관한 활동 또는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또는 단체를 뜻한다. 바로 이 규정에 의거한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그리고 민법상의 비영리 사단법인인 국민생활체육회가 한국체육을 책임지고 있는 단체라고 볼 수 있다. 이 3단체가 역할에서 분명한 차이점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한국체육이라고 할 때 역사성과 대표성에서는 역시 대한체육회가 한국체육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1920년에 창립된 조선체육회의 정통성을 이어왔다. 그리고 현재 58개 가맹단체를 지도, 감독하고 있다. 가맹경기단체는 산하에 있는 초,중,고 경기연맹과 시도경기단체를 통해 우수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대한체육회는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소년체육대회를 개최하고 태릉선수촌과 체육과학연구원의 과학적 훈련지원등을 통해서 국가대표와 청소년대표선수를 관리하며 한국 엘리트체육을 책임지고 있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의 법적근거는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다. 이 조항에 의해서 특수법인의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해왔다. 2009년 대한올림픽위원회를 통합하면서 이제는 대한체육회가 국제적으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 역할을 떠맡고 있기도 하다.

국민생활체육회는 1991년 2월 6일 민법 제32조에 의해서 비영리사단법인, 국민생활체육협의회로 설립되었다가 2009년 6월 10일 정관개정을 통해서 국민생활체육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국민생활체육회는 현재 전국 16개시도생활체육회와 66개 전국종목별연합회, 그리고

6개의 협력단체를 둔 거대조직으로 발전해왔는데, 국민생활체육회는 대한체육회와는 달리 별도의 명문화된 법적 근거에 의한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국민생활체육회는 민법 제32조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사단법이다. 그러면서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 2항에 규정된 그 밖의 체육단체, 또 22조 제10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생활체육관련 체육단체에 속해있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를 받거나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자체적인 수익사업을 벌일 수는 없는 구조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국민생활체육회는 줄곧 대한체육회와 동등한 법정법인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정법인의 자격을 취득하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서울올림픽 직후인 1989년 4월 20일 공익법인으로 설립된, 한국체육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체육단체이다. 경륜, 경정사업 등을 통해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하고 국민체육센터와 잔디우레탄트랙조성 같은 생활체육기반 시설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 체육재정의 젖줄인 체육기금을 조성한다는 면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역할과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국민들의 체육활동과 관련되고 또 전문체육인을 육성한다는 점에선 체육정책을 담당하는 단체는 실질적으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바로 한국체육의 문제점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기구혁신의 과제는 바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기능과 역할을 점검해보는 데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전혀 연계되지 못하고 별개의 조직에서 별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서두에 명시한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육상연맹이 유망주 발굴을 위해 섬마을 아이들을 찾아다녀야하는 것처럼 엘리트 체육을 위한 선수자원은 날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생활체육은 10대와 20대 청소년층을 수용하지 못한 채 30,40대 이상의 중장년층 위주로 수용자가 구성돼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체육선진국의 시스템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생활체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체육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운동에 소질이 있는 체육 유망주들이 자연스럽게 엘리트 체육인으로 성장해나가는 선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이원화된 시스템에서 전혀 연계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체육 시스템은 비효율적인 중복투자뿐만이 아니라 엘리트선수자원의 고갈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본다.

이보다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체육정책의 무게중심이 대한체육회에 실리다보니, 생활체육정책이 국민들에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체육활동 기회를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체육이 아직도 직접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눈으로 보는 것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정부발표 기준으로 생활체육 참여율은 1986년 19.4%에서 2003년 39.8%대로 증가했다. 최근의 기록을 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과학연구원에 의뢰한 ‘2010년도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를 보면 주2회 30분이상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생활체육인구가 2008년 34.2%였고 2010년에 41.5%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치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고가의 헬스클럽에 다니거나 골프취미를 즐기는 것처럼 개인적인 비용과 의지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통계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체육정책적 효과로서의 생활체육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생활체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건강과 몸매 유지라는 관점에서 주로 중장년층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을 뿐 10대와 20대 청소년층과 청년층에게 적절한 운동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활체육뿐만이 아니라 학교체육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이원화된 체육 시스템에서 엘리트체육은 엘리트체육대로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고 생활체육은 생활체육대로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바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라는 과제가 도출됐고 대한체육회의 기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한올림픽위원회의 분리라는 과제도 함께 나왔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유기적인 연계를 의미하는데, 국민들에게 충분히 생활체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넓어진 생활체육의 토대 위에서 엘리트선수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체육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복지와 행복이란 키워드로 보더라도 넓어진 생활체육의 토대라는 것이 결국 국민들에게 체육활동의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통합, 그리고 생활체육 우선으로 체육정책이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선 우선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실현돼야 한다. 이렇게 통합된 단체는 실질적으로 생활체육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한다. 그러면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시스템을 일원화해서 앞서 말씀드린 시너지효과를 이뤄내야 하는데, 통합된 단체는 굳이 국민생활체육이란 단어를 넣지 않더라도 한국체육의 역사성을 갖고 있는 대한체육회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대한체육회의 설립목적은 정관상에 “체육운동을 범국민화하여 학교체육 및 생활체육의 진흥으로 국민의 체력향상과 건전하고 명랑한 기풍을 진작시킴과 아울러 본회에 가맹한 경기단체를 통괄 지도하고 우수한 경기자를 양성하여 국위선양과 세계평화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돼있다. ‘생활체육 진흥’이 명시되어 있는데, 정관상의 설립 목적대로라면 대한체육회가 생활체육 진흥의 주체를 맡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고유기능을 되찾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기 위해선 몇 가지의 선결적인 과제가 돌출하게 된다. 대한체육회가 실질적으로 갖고 있던 국가올림픽위원회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첫 번째 문제이고, 또 중장년층 위주로 짜여져 있는 현재의 생활체육시스템을 어떻게 10대와 20대를 수용하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선결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서두에 대한체육회가 대한올림픽위원회, KOC를 통합했고 이것은 국민체육진흥법의 관련 규정을 통하지 않고 단순히 대한체육회의 정관개정만을 근거로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언급을 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대한체육회가 무리하면서까지 KOC를 통합했느냐’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은 대한체육회의 업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 알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소년체육대회를 개최하고, KOC 통합이전에는 KOC를 특별위원회 성격으로 대한체육회에 부속시켰다. KOC의 실질업무 그러니까 IOC의 회원으로서의 역할, 올림픽참여와 국가대표 관리, 국제업무 등을 대한체육회가 맡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KOC가 분리된다고 하면 대한체육회는 실질적으로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소년체육대회만을 관장하는 대한체육회 내부인사의 말을 빌면 껍데기 체육단체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체육회는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안으로 KOC와 대한체육회의 통합 후 다시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대통합안을 줄곧 주장해왔다. 자신들의 안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실질적인 실력행사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없이 정관개정으로 무리하게 KOC를 통합시켜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서 생활체육회와의 통합이 더욱 꼬이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것조차도 대한체육회의 노림수였다고 볼 수도 있겠다.

반대로 국민생활체육회 쪽에선 대한체육회에서 우선 KOC를 분리한 이후에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자는 분리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KOC는 주지하다시피 NOC라는 국가올림픽위원회인데, 원칙적으로 보면 국가올림픽위원회인 KOC는 당연히 분리된 조직이어야 한다. IOC는 IOC헌장 24조에서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정치적으로 중립된 완전한 자주독립단체이어야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가올림픽위원회를 분리된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KOC 분리를 주장하는 쪽에선 KOC가 완전히 독립된 조직으로 존재해야 KOC 본연의 임무인 국제 업무를 강화해서 한국체육의 스포츠외교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KOC를 대한체육회에 통합시켜야한다는 쪽에선 KOC가 독립할 경우 또 하나의 새로운 거대조직이 만들어져서 대한체육회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사례를 본다면 NOC 국가올림픽위원회의 독립적인 운영이 추세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미국올림픽위원회인 USOC가 종목별 경기단체를 관장하면서 엘리트스포츠를 주관하고 있고, 전미아마추어경기연맹, AAU와 미국대학체육협회 NCAA,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을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일본체육협회에 일본올림픽위원회, JOC가 통합운영되다가 1991년 JOC가 완전한 별개조직으로 독립했다. 그리고 NOC인 일본올림픽위원회가 국가대표선발,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 참가를 주관하면서 엘리트 체육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체육협회가 전국체육대회와 학교체육, 스포츠클럽을 담당하고 있는데 일본은 올림픽위원회 분리 이후 생활체육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90년대 국제무대에서 엘리트체육이 잠시 경쟁력을 상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체육협회와 일본올림픽위원회의 연계, 즉 엘리트체육과 생할체육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독일올림픽위원회와 독일체육회로 분리되어 있는데 독일은 가장 원칙적이다. 독일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과 관련한 국제업무만을 담당하고 독일체육회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모두 관장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독일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국가올림픽위원회가 기능상의 차이는 있지만 독립된 조직으로 별개 운영된다는 것은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력에서 글로벌 톱10에 올라섰지만 톱10다운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분명히 노출했는데, 국제무대에서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고 또 IOC의 회원으로서 국제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KOC의 독립운영은 한국스포츠외교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도 KOC의 독립조직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클럽 시스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의 선결과제로 말씀드렸던 국가올림픽위원회, KOC의 독립조직 여부에 관한 의견은 여기까지이다. 이외에 또 한 가지 10대와 20대를 수용하는 새로운 생활체육 모델의 제시라는 과제를 언급한바 있는데, 10대와 20대, 특히 10대 청소년들을 생활체육으로 유입하는 것이 체육단체 통합이 의도했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연계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물론 10대 청소년들이 대부분 학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우선적으로 학교체육이 정상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초중고등학교가 현실적으로 다양한 종목의 지도자와 시설 등을 완비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활체육프로그램을 현재의 종목별, 지역별 연합회 중심에서 지역형 클럽제로 변환하는 것을 고려해볼만하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단체의 시단위 군단위 지역조직이 관리하는 지역 밀착형 스포츠클럽이 일반 국민들의 삶 속에서 가장 운동을 접하기 쉬운 형태라고 생각하는데, 연령별로 회원을 운영하되 초중고등학생까지는 무료 회원 가입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국가대표 출신이나 일정정도의 자격을 기준으로 하는 선수출신 지도자를 배치하고

연간으로 지역별 스포츠클럽 리그전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스포츠클럽 시스템은 축구에서만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일정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스포츠클럽 도입 초창기에 만들어진 차범근 축구교실에선 유명 스타선수를 배출했다. 방과후 주 2~3회 정도의 체육활동을 통해 심신을 단련한 학생들이 전문체육인이 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운동을 취미로 하면서 학교생활에 충실했던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역밀착형 스포츠클럽은 충분히 생활체육에서 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일 뿐만이 아니라

방과 후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연계고리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완전한 클럽 시스템은 아니지만 국민생활체육회에는 성인 중심의 동호인클럽이 활성화돼있고 종목별로 동호인클럽대회인 ‘한마음리그’와 ‘주말리그’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연령별로 회원가입과 전문지도자를 보강한 지역밀착형 클럽시스템은 충분히 정착가능성이 있다.

또 한 가지 복지와 행복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봤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선수인권이다. 국민체육진흥법상 대한체육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취임할 수 있다. 또 대한체육회 정관엔 “부회장, 이사, 감사는 주무부처장관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고

규정됐기 때문에 사실상 대한체육회는 그동안 정부가 정한 국위선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운동에 젊음을 바친 국가대표라 할지라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한 선수들은 은퇴 이후의 삶에서 불우해지거나 설사 메달을 땄더라도 은퇴이후 사회적응에 실패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뒤늦게라도 바로잡기 위해선 선수들의 인권이나 복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이런 면으로 봤을 때 예를 들면 국가대표출신으로 이루어진 국가대표선수회정도의 어느 정도 대표성을 띤 선수모임도 대한체육회 조직에 참가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서 국가대표선수회가 선수들의 대표성을 띤 모임이라는 것에 어느 정도 공감이 이뤄진다면 선수회 대표가 자동직으로 체육회 이사직을 맡게 해야 된다고 본다. 또 기존 대한체육회 조직인 선수위원회를 좀 더 강화해서 선수들 입장에서 선수 복지와 인권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줘야 한다. 또한 IOC 선수위원 추천 같은 경우엔 선수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줘야한다.

결론

정리해보자면 체육정책과 정책에 따른 시스템 개편은 효율성이나 경제성 같은 조직관리 개념들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시대의 체육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체육은 정치적 프로파겐다였다. 그래서 체육정책의 패러다임은 국위선양이었다. 이러한 패러다임에 맞춰서 엘리트스포츠를 집중 육성하고 이것이 제도화돼서 대한체육회가 막강한 체육권력을 휘둘러왔다.

이젠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과 개인 욕구가 엘리트체육을 뛰어넘었다고 본다. 높아진 시민의식은 스포츠를 단순한 건강관리가 아닌 삶의 질 향상과 행복한 삶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것을 국가정책적인 차원에서 보면 체육을 통한 복지와 행복 추구라고 본다. 때문에 당연히 체육정책의 패러다임은 복지와 행복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정책은 엘리트중심이 아니라 생활체육중심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생활체육중심에서 효율적인 엘리트 체육 관리를 이뤄내기 위해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란 기구혁신 과제가 당연히 도출될 수밖에 없고, 통합된 단체가 생활체육 중심으로 엘리트체육까지 일원화해서 관리하면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한다. 국가올림픽위원회인 KOC는 당연히 별도 독립조직으로 운영하면서 IOC와의 국제업무관계와 올림픽 지원활동을 주업무로 하는 외교와 국제업무전문가들로 구성하는 것이 한국 스포츠외교력 강화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논의된 스포츠단체 통합과 체육시스템 선진화 논의가 10여년의 세월 속에서도 아직도 결론짓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는 점인데, 체육단체간의 첨예한 이해다툼도 그 원인중의 하나이지만 국가 정책으로서 체육을 이해하는 정부의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무원칙과 무소신이 그동안의 논란과 갈등을 증폭시켜온 근본적인 원인이다. 때문에 차기정부에선 체육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체육정책을 복지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과감한 정책결정을 바탕으로 그동안 알면서도 이뤄내지 못했던 체육시스템 혁신을 이뤄내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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