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문화연대 8월 월례포럼:스포츠문화정책 어떻게 바꿀것인가? / 정재영(창간호)

2012년 9월 9일culturalaction

[특집]창간호

문화연대 8월 월례포럼:스포츠문화정책 어떻게 바꿀것인가?

 

정재영(문화연대 활동가)

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오후 2시, ‘대안을 준비하는 문화정책 포럼’이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렸다. 지난 3월부터 매월 문화정책의 대안을 찾는 포럼을 열어 온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와 스포츠문화연구의 활성화와 발전된 스포츠문화를 위해 7월 창립된 스포츠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스포츠문화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 아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 스포츠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보았다.

제 1발제에서 이병호 잠신고 교사는 ‘이명박 정부의 스포츠 정책의 문제와 대안’을, 제 2발제에서 장달영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엘리트체육인의 보편적 복지제도에 대한 입법적 고찰 -체육인공제회 설립 방안에 대하여-’를, 제 3발제에서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새로운 스포츠정책 패러다임을 위한 기구혁신 과제’를 주제로 다뤘다. 토론자로는 순서대로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제갈성렬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권경우 스포츠문화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했다.

<제 1발제. ‘이명박 정부의 스포츠 정책의 문제와 대안’ -이병호 잠신고 체육교사>

이병호 교사는 ‘체육’을 접할 때 벌어지는 학생들의 현실적 사례들을 언급하며 국내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입시경쟁 체제의 현실’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분리’를 꼽았다. 지금과 같은 학벌주의 사회에서 학생들이 책상을 박차고 나가 마음 놓고 운동을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과, 박정희 정권 때 시작된 정부주도의 국위선양을 위한 엘리트체육 양성은 생활체육 활성화와 본질적으로 충돌하는 정책이므로 생활체육의 위축이라는 필연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또한 현 정부의 스포츠정책은 이벤트 성격의 ‘보여주기 행정’이 많았음을 지적하며 생활체육을 위한 재정 집행을 주문했다. 이병호 교사는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길은 ‘체육’을 바라보는 정부의 철학의 근본적인 변화와, 또한 입시 위주의 경쟁구조를 허물기 위해 학생들이 체육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운동에 있다고 보았다.

토론자로 나선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는 이병호 교사의 문제제기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국위선양’이라는 인식의 구조를 떨쳐내기 힘든 현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 2발제. ‘엘리트체육인의 보편적 복지제도에 대한 입법적 고찰 -체육인공제회 설립 방안에 대하여-’ -장달영 변호사>

장달영 변호사는 이어진 두 번째 발제에서 엘리트체육인의 열악한 복지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짚으며 ‘체육인공제회 설립’을 제안했다. 현재 엘리트체육인들의 복지제도는 ‘특별보조금’, ‘선수 및 지도자 보호지원금’, ‘경기력향상연금 및 경기지도자 연구비’, ‘체육장학금’, ‘국외유학지원금’ 등이 있지만, 이것은 대부분이 국가대표에만 국한된 것으로 “현 복지제도는 국가에 의한 시혜적이고 소수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는 이른바 ‘선택적 복지제도’”라는 것이다. 결국 나머지 엘리트체육인들에 대한 복지제도는 미약한 것이며, 때문에 체육인공제회를 통해 선수 복지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기를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제갈성렬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는 선수 생활을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현 엘리트체육인의 열악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올림픽에서 화려한 성적을 낸 선수라도 중산층 수준의 삶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국가대표를 위한 복지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그것을 잘 알지 못하는 현실을 언급했다. 또한 기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제 3발제. ‘새로운 스포츠정책 패러다임을 위한 기구혁신 과제’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현재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전혀 연계되지 못하고 별개의 조직에서 별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며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국내 스포츠 전반에 형성되어 있는 대한체육회의 헤게모니를 먼저 파악해야 하며, 각 기구 간의 역할 조정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이를 위해선 “국가 정책으로서 체육을 이해하는 정부의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무원칙과 무소신”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자인 권경우 스포츠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기구 혁신을 위해서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나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력의 편중으로 인한 대한체육회의 비합리적 전횡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한체육회 이외의 다양한 단체의 견제와 비판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였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세 가지 제안, 스포츠정책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선수 복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 그리고 낡은 제도와 기구의 새로운 혁신은 국내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문제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포럼에서 드러난, 현 체육계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공통적인 관점은 이러한 문제의식들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표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는 체육계의 만성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정부의 의지와 철학의 발전적 전환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무리이다.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체육계 내의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동력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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