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브리핑]68호

2015년 10월 16일culturalaction

[문화정책브리핑]68호

1. 좋은 지도자는 역사를 바꾸고, 나쁜 권력자는 역사교과서를 바꾼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방안’ 브리핑을 통해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국정화가 확정되면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7년 중·고등학교 신입생부터 ‘통합교과서’로 배우게 될 전망이며, 이로써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1년 검정 교과서로 완전히 바뀌고 나서 6년 만에 국정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그러나 역사학계와 교육시민사회단체 등이 국정 교과서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커다란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도 “국정교과서로 바꾸는 문제는 군사작전과 같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현행 검인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국정조사를 새누리당에 제안한 상태이며, 황우여 부총리의 발표 이후 문재인 당대표는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정치권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좋은 지도자는 역사를 바꾸고, 나쁜 권력자는 역사교과서를 바꾼다는 말이 최근 화제입니다. 독재에 비호하고, 친일을 찬양하는 교과서를 통해 이후 세대가 배울 것은 부정한 역사, 반민족적이고, 반민중적인 역사뿐 입니다. 멀쩡한 교과서를 세탁하기 이전에, 부정한 역사를 반성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2. FIFA 윤리위원회의 정몽준 징계, 부당한가?
최근 FIFA의 윤리위원회가 정몽준 회장에 대해 내린 6년 자격정지 결정에 대해 국내 언론과 누리꾼들의 반응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보도를 보면 정몽준 회장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고 편파적인 결정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부 보도에서는 FIFA 회장인 블라터와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인 플라티니를 비난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비판하고 문제제기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근거가 없이 정몽준 회장이 같은 나라사람이라는 이유로 감싸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실제 정몽준 회장에게 징계를 내린 윤리위원회는 블라터,플라티니 회장과 관계없는 독립적 위원회이고, 두 회장도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주장들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는 그동안 국제스포츠를 바라보는 한국사회가 과도한 국가주의와 결탁해왔던 역사적 흐름과 관계가 있습니다. 마치 한국인이 FIFA 회장이 된다면 엄청난 국익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나, 국가의 위상이 향상될 거라는 기대감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정몽준 회장이 윤리규정을 위반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번 사건은 아직도 우리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맹목적인 국가주의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이번 징계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3. “문화유산 환수”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 해결방안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사회적 환수를 둘러 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7년 전 경북 상주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나왔고, 이는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두 번째 해례본입니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의 금전적 가치가 1조원 이상이라고 감정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상주본이 어디에 있는 지를 유일하게 아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배익기씨가 최근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2·3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으며, 이후 상주본의 행방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었던 인물입니다.” 배익기씨는 지난 9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상주본 가치의 10분의 1을 내게 남겨준다면 상주본을 국가에 헌납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문화재청의 감정대로라면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이 되는 거액의 환수금을 놓고 사회적 논란 역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문화유산 환수를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들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외규장각 의궤’의 반환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와 프랑스 정부가 영구반환이 아닌 5년 단위의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대표적입니다. 문화연대를 비롯하여 다양한 전문가, 시민사회의 문제의식을 통해 어렵게 시작된 국내외 문화유산 환수 정책과 제도가 아직도 미온적이고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문화유산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기준이나 대안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안마다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기 있습니다.
특히 정부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합의는 부재한 채 오직 경제적 가치, 배타적 재산권 등의 관점에서만 문화유산 환수가 논란이 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번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싼 배상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부와 문화재청은 문화유산의 사회적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사회적 환수 조치를 위해 방법을 고민해야 하며, 시민들 역시 문화유산에 대한 배타적 재산권 행사에 대한 태도를 넘어 문화유산의 공동체적, 미래적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4. 변화하는 노동의 형태와 내용을 담아내는 제도적 보완 필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로 척수손상을 입은 고등학생이 산재보상을 청구한 소송에 대해 법원이 배달원은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산재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사고가 난 고등학생의 경우 배달대행업체 소속으로 배달 요청을 골라 수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상의 ‘임금을 매개로 한 종속적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예술인복지법 제정 당시 예술인을 근로자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예술인에 대한 사회보험 서비스 적용이 불가하다는 논리와 닮아 있습니다. 이른바 근로 시간, 장소, 근로내용을 지시받지 않으면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감정노동, 돌봄노동과 같이 노동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자율노동의 영역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와 같은 노동자에 대한 법적 규정은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하루빨리 변화하는 노동의 형태와 내용을 담아낼 수 있도록 관련 법들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음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문화정책 자료실] 
1.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다양성 관련자료 수집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
 
 
2. 국회입법조사처, <사이비언론의 쟁점 및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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