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코르셋’ 입기

2015년 10월 20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얼마 전 대형 연예기획사 사장과 그 회사 소속 신인 그룹이 촬영한 교복 광고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날씬함으로 한판 붙자. 스커트로 깎아라. 재킷으로 조여라, 코르셋 재킷’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고, 광고 사진 역시 성인 남성이 교복을 입은 여성 모델들의 몸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구성은 교복 광고에 맞지 않을뿐더러 몸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콘셉트라고 비난받았다. 결국 교복업체와 기획사는 바로 사과하고, 이미 제작된 광고는 수거하기로 했다.

이후 연예기획사의 발 빠른 대처에만 집중하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였지만, 이 광고의 문제는 ‘얼마나 빨리 사과했는가’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콘셉트의 광고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광고가 촬영되었다는 것과 함께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문제적 시선이 그만큼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획일화하고, 여성에게 극한의 자기관리를 강요하고 있다. 날씬한 몸을 유지하기 위한 여성 아이돌 그룹의 식단은 문제적으로 읽히기보다 다이어트 식단을 그대로 따르는 젊은 여성들을 양산한다. 일례로 날씬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의 맛만 보고 뱉는다는 여성 아이돌 그룹의 다이어트 경험담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이러한 경험이 성공한 아이돌 그룹이 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 여긴다. 이처럼 미디어는 계속적으로 여성들에게 날씬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경향신문,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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