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드는 ‘연대’의 힘

2015년 11월 17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대형마트의 여성 노동자들이 퇴근하기 전 소지품 검사를 받는다는 뉴스는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고발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듯 보인다. 눈물을 흘리며 삭발 투쟁을 하고, 아무것도 없는 굴뚝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는 파업노동자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들은 왜 그 높은 곳에 올라갔는지보다 올라간 행위의 불법성과 처벌 가능성을 보도하는 데 더 집중한다.

무관심한 세상에 자신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노골적으로 나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파업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대중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기에 이른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책임지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경쟁과 순응이라는 메커니즘이 사회에 내면화되면서, 내 문제가 아닌 일에는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증가와 부당한 정리해고 문제가 정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무조건 참고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안전한 나의 미래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해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구심에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가 근래 계속 제작·방송되고 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모른 척하고 지나치는 삶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뉴스나 탐사·고발 프로그램이 아니라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경향신문, 20151117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