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계속 싸우고 있어요”

2015년 12월 15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일본의 우경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여름 개봉한 영화 <암살>의 흥행은 더 의미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사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대사는 안윤옥의 대사였다. 하와이피스톨이 “두 사람을 죽인다고 독립이 되느냐”고 묻자, 안윤옥은 대답한다. “그렇지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하지만 안윤옥의 바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전쟁을 일으킨 일본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고, 친일 행위에 대한 책임 또한 묻지 못했다. 광복 이후 우리 사회는 정의를 구현하기보다 경제성장이라는 성공과 이익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바로 MBC <무한도전>의 하시마섬과 우토로 마을 방문 편이다.

일제강점기, 전쟁에 필요한 석탄을 캐기 위해 한국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강제징용돼 노역과 배고픔으로 죽어간 하시마섬이 현재는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충격적인 사실, 강제노역으로 끌려간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우토로 마을의 열악한 상황, 그들의 슬픔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뒤늦게 마주한 출연자들의 눈물은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다.

경향신문,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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