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바람

2016년 1월 12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최근 방송에서는 다양한 남성의 모습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제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 남성의 모습에 익숙한 시청자도 있을 것이고, 즐거움을 느끼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tvN <집밥 백선생> <헌집줄게 새집다오> <수컷들의 방을 사수하라> <삼시세끼> <어쩌다 어른> <내 방의 품격>, JTBC <유자식 상팔자> <마리와 나>, O’live <오늘 뭐 먹지> 등이 이에 해당하며 ‘다양한, 변화된’ 남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사노동과 관련된 역할수행을 하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인다. 가장으로서의 어려움, 가족을 배려하지 못했던 과거에 대한 후회, 부부가 함께 육아문제를 해결하거나 가사노동을 함께 수행하는 모습, 요리과정의 지혜를 전달하며 집밥을 손쉽게 만드는 모습, 그리고 청소년 자녀와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이 지금 방송에서 볼 수 있는 남성의 모습이다.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남성의 ‘변화된 모습’은 한국 사회의 가족관계를 꽁꽁 묶어 두었던 가부장제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오랜 기간 양성평등 교육의 결과와 대중의 젠더에 대한 인식 변화의 결과물로서 의미보다는 경제적 위기, 신자유주의 체제의 유입 등으로 인해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적 활동은 남성이, 가사노동은 여성이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던 역할 구분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 1인 가족, 만혼, 이혼, 재혼 가정의 증가 등 가족 구성방식도 변화했다.

경향신문, 20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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