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이야기텃밭_생태문화적 공간정의로 바라본 도시농업/최미경

2012년 9월 19일culturalaction

[현장스케치]창간호

 

[이야기텃밭] 생태문화적 공간정의로 바라본 도시농업

 

최미경(문화연대 활동가)

기획의도

텃밭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왜일까?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 광장에 전시되어있는 작품들은, 기자회견을 하거나 시민들이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계단과 광장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시매연 옆에 있는 작물들은 행복할까? 도시에서 무언가를 키움으로써 임금노동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느끼는 텃밭돌봄의 과정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어떤 의미이여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걸까? 등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만들어진 자리가 이야기텃밭이다.

 

발표내용

1. 생태문화적 공간정의로 바라본 도시농업(임정희/ 문화연대 공동대표)

2. 도시에서 텃밭을 일군다는 것, 그 의미와 비판(김상철/ 진보신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 텃밭은 욕망의 집합체? 텃밭이 오히려 사적공간이 되어 공공성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3. 상암두레텃밭의 탄생과정과 미래(구은경/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사무국장)

4. 대안적 삶의 방식의 실험실로서 텃밭 그리고 도시농업(이광준/ 바람부는 연구소 대표)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들

1. 현재 도시농업의 흐름에는 도시농업을 바라보는 공동의 토대가 없고, 왜 도시농업인가에 대한 질문이 없으며, 기능에 치중한 단편적인 정보만을 공유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도시농업은 도시라는 공간을 절대화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 도시는 다른 공간(농촌 어촌 산촌 등)을 착취함으로써 성장해 왔다. 기존 도농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다른 공간과의 복합개념하에서 도시를 인식해야 한다.

2. 현재 도시농업은 사업의 지향성을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저 도시인들의 취향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농업이 무엇이어야 한다는 서울시민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확인하려는 노력과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광화문광장과 노들섬의 도시농업은 대개가 상당히 근대적인 계몽의 외양을 띠고 있다. 도시인들에게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자연(농업)과 인공(도시)을 가상적으로 대비시켜 정서적인 충격을 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도시농업은 인공물 위에 얹어진 인공물에 불과하다.

3. 공적지원을 받는 도시농업 이외에, 사적으로 텃밭을 돌보는 흐름들에는 소비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보고 싶어하는 마음과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도시인들의 소망이 있다. 텃밭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지역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하고, 육체노동을 통해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며, 그 과정속에서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

4. 그렇다면 도시농업의 지원방식은 인위적인 조경사업이 아닌, 자연적으로 텃밭이 생성된 곳, 도시빈민의 텃밭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적이지만 생존과 관계되는 보편토대를 공공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도시농업정책의 방향이지 않을까?

5. 도시농업은 단순히 상추나 토마토를 생산해서는 먹는 것, 과거의 농촌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향수의 공유를 넘어서는 삶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도-농 분리를 넘어서서 다른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도시라는 공간을 사고하고, 소비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며, 순환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짧은 느낌

이날, 텃밭이 유행이어서 그런지, 혹은 도시적 삶에 다들 지쳐서였는지, 사람들이 많이 왔다. 다들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어하는 욕망들이 꿈틀거리는 자리였다. 개인적으로 내가 텃밭을 시작했던 건, 텃밭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서였다. 그 에너지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약 7개월 정도 작물을 키워보니, “농사가 예술”이란 말은 작물을 키우면서 경험하는 노동의 힘듦과 수확의 기쁨 등 다양한 감정과 삶을 표현한 말이었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살기 위해 예술을 실천하고, 삶은 예술을 통해 재생된다는 처음의 문제의식을 잊지 않고, 꾸준히 작물을 키우고 싶은데, 이 마음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지속될 수 있을까? 그리고 도시라는 공간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이긴 할까? 여러 가지 생각과 질문을 남긴 이야기텃밭. 경쟁과 효율만을 중시하는 도시에서 소비만 하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작물을 생산하며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작은 텃밭들이, 도시개개인들의 마음에서 키워지기를, 그리고 그 마음들이 모여서 도시를 바꾸어내기를, 그 마음들을 지원하는 정책시스템이 갖추어지고, 키움과 돌봄의 가치가 다양한 공간과 시간을 순환하는 도시가 재생되기를 바라며, 작은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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