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금상의 다문화사회 읽기]북한이탈주민 이만 오천명 시대의 자화상(30호)

2013년 12월 4일culturalaction
[권금상의 다문화사회 읽기]30호
 
 
북한이탈주민 이만 오천명 시대의 자화상
권금상(문화연대 집행위원, 사람숲다문화연구소 대표)
한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25,000명 시대를 맞았다. 전체 인구에 비해 극소수의 집단이지만 전쟁 이후 단절과 정치적 교착상태에 있는 한반도 정세에서 이들이 우리사회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북한은 사회주의 건설초기에 인민들을 새로운 국가형성에 끌어들일 그럴듯한 정책기조를 마련하였다. 친일파 척결, 신분파타, 토지분배, 노동법, 남녀평등법, 무상교육제도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신분해방을 이루어 새로운 이념체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했다. 그러나 3대 세습의 ‘북조선 김씨 왕조’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양반상민이라는 봉건적 계급제도 대신 북한식 신분체계를 마련하고 인민을 탄압하며 결과적으로 사회주의 이념인 ‘평등한 사회’ 으로부터 대척점에 위치했다. 또한 주변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의 영향으로 고립과 굴절을 맞았으며 1990년 중반에 발생한 장기적이고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아사하는 혹독한 기근을 경험해야 했다.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던 북한사회는 이때를 기점으로 먹거리를 찾아 이동과 생계를 위한 월경(越境)이 시작되었고 북한 내 시장화와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유입을 촉발시킨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남한으로 들어오는 이들의 수는 90년대 말까지 천명이 넘지 않았으나 2013년 국내거주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5,649 명으로 급증하였다. 이들 중 여성은 69%(17,820명)를 나타내는데 1980년대 말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 이후 전 세계에 나타난 이주의 여성화 현상과 국내의 국제결혼에서 여성이민자 주류현상과 맞물린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은 1997년부터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에 관한 법률」(이하 정착지원법)을 제정하여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북한이탈주민의 명칭도 시대의 정치적 기조와 맞닿아 호칭을 달리해왔다. 1980년대에는‘귀순용사’, 90년대‘귀순자’로 규정하였으나 참여정부 들어‘새터민’, 이명박 정권 때는‘탈북자’로 바꾼 후,‘북한이탈주민’으로 공식적 호칭을 부여하였다. 또한 통일교육도 안보교육, 승공교육에서 통일교육, 평화교육 등으로 전환하여 왔지만 여전히 안보교육을 통일교육의 일환으로 여기기도 하고 체계화 된 통일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자들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또는 이들의 사회학적 성격에 대한 나름의 정의 위에 ‘북한이탈주민’, ‘북한난민’, 북한이주민’, ‘새터민’, ‘탈북자’ 등을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호칭은 단순한 호명이 아니라 한반도의 통일의식 과도 관련을 맺음을 알 수 있다.
<표 3> 북한이탈주민의 입국 현황(‘13년 9월 입국자 기준)
권금상 표.JPG
출처: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현황, 2013.
‘천국의 국경’을 넘어온 이들에서 탈남자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국내 탈북인의 약 10% 정도가 미국 영국 호주 등 또 다른‘낙원’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남한사회의 경쟁과 속도를 못 따라가고, 차별과 차가운 시선도 견디기 어렵다며 남한에서의 삶이 당초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게 탈남 제 3국행의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한겨레21, 제983호).
지난여름 탈북인 출신 손정훈 북한이탈주민비전네트워크 대표가 공개적으로 ‘국적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재입북의사를 밝히며 북에 남은 노모 곁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며 “이 나라는 오기도 힘들고 와서도 생활하기 힘든 나라”라고 말했다. 남한은 탈북인들에게 천국이 아니라 적응이 어려운 사회적차별을 경험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현재 탈북 난민이 많은 나라로 꼽히는 곳은 영국이다. 2007년부터 2년간 영국 정부는 한국 체류 여부와 상관없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했으나, 재영 탈북자가 1천여 명에 이르자 난민 신청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당국은 한국에서 차별이 있을지라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건 아니라며 난민 인정을 불허하기도 했으나 현행 국내 북한이탈주민 지원법 상 제3국에서 10년 이상 체류한 탈북자 등은 지원 및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이런 국내의 상황을 반영해 예외적으로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목숨을 걸고 천신만고 끝에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탈남현상이 과연 이들만의 적응문제인가? 멀리있는 북한의 인권은 부르짖으면서 우리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평등한가, 정권은 진정성 있는 통일의식을 담지하고 있는가 성찰할 지점이다.
최근에는 탈북인이란 신분으로 몇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나 2000년대 후반까지도 이들은 신분노출을 꺼리며 한국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집단이었다. 자신과 북한에 남은가족에 대한 보호차원이었으나 최근에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탈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종편TV에 출연한 이들은 북한의 독재체제를 비판할 뿐 아니라 ‘남한에서 사는 삶이 천국에 온 것 같다’. ‘기아에 가까운 굶주림이 일상이었다’ 고 이야기 한다. 그야말로 천국의 국경을 넘어온 스토리를 담지한다. 아프리카의 기아에도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데 같은 민족으로서 굶주림의 만연하다는 북한현실에 대한 이들의 진술은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이입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북한출신의 여성들을 대상화하고 시혜집단으로 고정시키며 출연여성의 신체노출을 포착하는 재현방식이 주는 부정적 영향도 간과 할 수 없다.
아울러 일부 탈북인들의 보수진영의 목소리내기와 활동이 통일인식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탈남현상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한 성찰과 이주민 지원으로 인한 한국인의 역차별 문제, 자원분배로 인한 갈등 문제 등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조건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탈북인단체의 통진당원 ‘공개총살’ 퍼포먼스, <이제 만나러 갑니다> 출연자
<출처> NEW1,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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