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가 아닌 ‘연대’가 필요한 시대

2015년 8월 25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매일 마주하는 뉴스 속 우리의 현실은 우울하기만 하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과연 우리는 ‘자존감’이라는 것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사 현장에서 지게차에 깔린 노동자를 구조하기보다는 산업재해를 은폐하기 위해 구급차를 돌려보낸 회사, 자신의 제자를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한 교수, 대기업 회장의 ‘황제노역’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와 일방적 해고 통보의 부당함을 알리려 고공농성을 하는 파업노동자들.

최근 기사에서 보듯이 인간이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약자를 멸시하는 것이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모습은 위태하고 위험하다. 그리고 그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나’ 역시 언제든지 약자를 멸시하는 괴물이 될 수 있음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장기화되는 경기불황과 낙오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타인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꿈꿀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답답한 현실에 대한 고민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가 되었다. 그 때문인지, 최근 우리 사회의 억압적이고 비합리적인 상황을 고발하거나 그러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삶을 조명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재벌 3세의 악행으로 고통받는 약자 편에서 고군분투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베테랑>은 개봉 18일 만에 관객 800만명을 돌파했고, 가난을 벗어나고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장소 불문’ 왕진을 나갔던 외과의사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드라마 <용팔이>는 시청률 20%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노숙인들의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 <라스트> 역시 이미 큰 호응을 얻었던 웹툰의 인기와 더불어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베테랑>에 등장하는 재벌 3세의 악행은 뉴스에서 이미 봐왔던 에피소드의 종합편이다. 드라마 <용팔이> 속 주인공이 마주하는 상류사회의 삶도, <라스트>의 주인공이 마주하는 세계도 다르지 않다.

경향신문,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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