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

2016년 9월 20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한동안 언론과 인터넷에서 주목받았던 신사동 가게 우장창창 사장은 리쌍에게 ‘을질하는 임차인’으로 불렸다. 지난 7월, 건물주 리쌍과의 소송 끝에 가게는 강제집행을 당했다. 뉴스 화면 속 가게를 둘러싼 용역들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를 북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8월 강제집행으로 철거된 북촌의 장남주 우리옷과 씨앗의 가게 앞이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전, 계약이 만료된 두 가게는 손쓸 기회도 갖지 못하고 가게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두 가게의 ‘김사장’은 아직 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우장창창 사장이 함께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자신이 가지고 온 작은 트럭에서 신사동에서 열심히 팔던 곱창을 굽고 있었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할 그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온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북촌에서는 곱창 시식회가 열렸다. 장남주 우리옷과 씨앗의 두 ‘김사장’도 그 시간만큼은 고통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의 억울함을 함께 나누고 도움을 주기 위해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 해외에서 북촌을 방문한 한 손님은 영업을 할 수 없는 이유를 물었고, 두 ‘김사장’의 대답을 듣고도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경향신문, 201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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