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축제

2016년 5월 10일culturalaction

이 글은 소설가이자 테이크아웃드로인 체류작가인 정현석님의 기고글입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아침부터 분주했다. 건물주 싸이와의 합의 이후에는 아침이 분주했던 적이 없다. 한참 강제집행이 우려되던 겨우내 쪽잠을 자던 지킴이들이 새벽부터 동네 순찰을 돌며 하루를 시작하던 때가 떠올랐다. 올해로 6회를 맞은 <51+>의 주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비자발적 이주에 대항하는 전선이라 불리는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동에서 열렸다.

무대는 테이크아웃드로잉 1층 마당과 1층 내부, 2층 내부와 옥상까지 총 네 곳에 설치되었다. 축제를 주최하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은 8월 이후에는 재건축으로 철거될 테이크아웃드로잉을 무대로 기억하게끔 했다. 축제는 오후 1시부터 1층 내부는 김동현, 2층 내부는 하이브리드 드롭 봄바, 옥상은 이권형으로 시작했다. 재난을 선언한 이후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열린 어떤 행사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았다. 그 사이로 무대 위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작년 12월, 일주일 간 열린 축제 <대망명>에서 공연으로 연대한 음악가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중에 일부는 지킴이로 공간에 체류했다. 일상으로 만나던 그들은 관객을 앞에 두고 있을 때가 오히려 본모습 같았다. 본디 그런 모습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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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달여리

<대망명>에서 음악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있어 스스로를 당사자라고 칭했다. 오르기만 하는 월세로 공연장이 문을 닫고, 당장 방을 새로 구해야 하는 처지가 아닌 음악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이 8월 말까지 영업하기로 합의한 이후 음악가들은 다시 망명을 떠나야 한다. 그들은 여전히 재난의 당사자였다. 음악가들은 하나같이 무대를 반기며 공연했다. 그만큼 설 무대는 줄기만 했다. 관객들이 처음 본 음악가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발을 구르거나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췄다. 축제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왔다. 민원이라고 했다. 양해를 구했다. 이후로도 경찰이 두 번은 더 왔다.

축제가 끝나갈 즈음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공연을 시작했다. 침대에서 무대로 탈바꿈한 평상 위에서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춤을 췄다. 그는 다시 한 번 “싸이야, 넌 사과해라” 노래를 불렀다. 함께 사과를 받았어야 마땅했을 사람들이 환호했다. 다시 경찰이 왔다. 경찰은 소음 민원이라며 음악을 줄이라고 했다. 기획자는 공연자에게 고지를 전달했고,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예정된 행진을 조금 앞당겨 구루마에 앰프를 옮겨 실었다. 그의 대표곡 ‘돈만 아는 저질’이 흘러나오고, 막 전주가 끝나려는 찰나 경찰 두 명이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팔을 꺾었다. 앰프가 꺼지고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생목으로 연신 “저질!”을 외쳤다. 경찰은 꿋꿋이 그를 연행했다. 경찰이 공연자를 경찰차에 태우자 기획자, 음악가, 공연을 관람하던 수많은 관객이 도로가로 뒤따라 나왔다. 관객과 대치한 경찰. 경찰은 공연자가 공연을 계속하며 신분증 제시에 응하지 않아 체포했다고 했다. 공연자에게 공연 중단을 요구했다. 공연 의상을 입고 있는 사람이 신분증을 제시하길 원했다. 공연자에게 도망 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을까. 모를 일이었다. 역대 <51+>에서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벌어졌다. 수많은 관객의 항의 끝에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경찰차에서 내렸다. 그는 한 시간 뒤에야 못다 한 행진을 아쉬워하며 경의선 공유지에서 부른 노동요를 다시 불렀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노동요를 마지막으로 구루마를 트럭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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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달여리

경찰까지 동원한 잊지 못할 퍼포먼스가 철거를 앞둔 공간에 남았다. <51+>를 찾은 관객들에게 공간의 기억을 남겨준 공연자들의 이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열한다. 김동현, 김목인, 김신영, 단편선과 선원들, 도마, 레인보우99, 마릐한, 버튼 브라이트, 빅베이비드라이버, 빛과 소음, 삼각전파사 2번, 서칭 포 소울드러머, 셀린셀리셀리느, 스테이피버, 신제현, 실리카겔, 아나킨 프로젝트, 애리, 야마가타 트윅스터, 어라운드 제로, 여유, 위댄스, 유기농맥주, 유레루나, 이권형, 자그마치, 쾅프로그램, 키라라, 투명(twomyung), 투스토리, 프리즘 아파트먼트,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하이브리드 드롭 봄바, 헬리비전, 황푸하, .59, AmazingVisual, Bornchusevenmx, DyoN Joo, PPUL. 그리고 자립음악생산조합.

  • 정현석 _소설가, 테이크아웃드로잉 체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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