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주 뉴스클리핑

2017년 5월 22일culturalaction
1.  문화예술계 혁신은 블랙리스트 조사로부터

이미 대선 직전인 5월 8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명진 위원장이 여전히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블랙리스트 공작 파문과 관련해 위원회에서 만들고 있는 백서에 일일이 수정 및 첨삭을 지시하고 있으며,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된 상황에서 소송에 대비한 반박자료를 만들라고 아래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최근 예술단체 85곳에 이메일로 발송한 ‘사퇴의 글’을 통해 “예술가 여러분들이 겪을 직접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적는 표현을 담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미 블랙리스트 몸통으로 분류돼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행위에 대한 책임 회피적 발언에 대해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몰염치의 극치를 달린다는 표현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예술행동위원회 등 문화예술인들은 즉각적인 조사를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아울러 국회 청문회 등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가 문화민주주의 실현의 첫 단추라고 현 정부에게 당부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 '용기 어린 노력'…예술위의 '블랙리스트' 책임 회피 논란, <뉴스1>(2017.5.19) http://news1.kr/articles/?2998034
– 블랙리스트 실행책임 박명진의 심상찮은 ‘버티기’, <한겨레>(2017.5.17)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95140.html
2. 문화를 도구화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반대한다

5월 18일, 문화부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사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전국의 대표적인 축제 14개를 선정했습니다. 선정된 축제는 전주세계소리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발, 춘천마임축제,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발 등으로 전국의 여러 지역과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들입니다. 문화부는 이들 축제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공연, 퍼포먼스, 체험행사 등을 진행하게 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문화예술행사를 통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문화올림픽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준비과정에서 몇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며 지방재정을 위기로 몰아넣었고, 경기장 건설을 위해 수백 년 된 숲을 파괴하는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많은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개발중심주의로 진행되는 올림픽 준비과정에 대해서 우려와 비판들을 꾸준히 해왔으나, 조직위와 문화부는 무시해왔지요. 문화올림픽은 올림픽과 관련된 퍼포먼스나 문화행사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적 가치와 철학을 올림픽에 녹여내고, 준비과정과 진행과정에 그 정신을 담아내는 것이 문화올림픽입니다. 문화부가 생각하는 문화올림픽이 바로 그런 것이라면, ‘문화를 도구화하고 이용하는 올림픽’이라고 해야 더 적절한 표현일 것입니다.

이제 올림픽 개막이 일 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올림픽을 준비해오면서 일어났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에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문화부는 더 이상 문화를 이용해 이런 문제들을 덮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평화와 인권 그리고 문화적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만드는 더 올바른 방법일 것입니다.

*관련기사:  
– [보도자료]전국 14개 대표축제, 평창 문화올림픽 흥 돋운다, <문화체육관광부>(2017.5.18) http://www.mcst.go.kr/web/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6051
3. ‘보류’가 아닌 ‘근본 대책’이 필요한 반구대 암각화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울산시가 제시한 생태제방 안이 문화재위원회로부터 심의 보류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미 정부 차원으로 추진되었던 가변형 임시 물막이 사업은 실패로 결정 난 상황. ‘심의 보류’라는 결정은,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생태제방 방안 또한 반구대 암각화 주변의 경관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썩 만족스러운 대안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문화유산으로써의 가치를 인정받는 반구대 암각화가 수몰과 훼손 위기에 봉착한 것은, 울산시가 식수 공급을 위해 댐 수위 조절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울산시에 공급할 식수를 위해 수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게 울산시의 입장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식수 확보방안의 대안 모색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울산시, 수자원공사를 제외한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주변 경관을 해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제방 쌓기가 아니라 반구대 암각화를 제대로 보존할 수 있는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관련기사:  
– 반구대 암각화 '생태제방' 일단 보류…문화재청, 재심사 결정, <뉴시스>(2017.5.19)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70519_0014905763&cID=10701&pID=10700
4.  기술을 통한 ‘쓸데없는 딴짓’, 일상의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본다.

일상을 잘 꾸려가며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기술’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을 단단하게 꾸려가는 ‘기술자’들이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산다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내 욕망을 존중하는 적정 소비습관을 다룬 돈 관리의 기술, ‘따로 또 같이’ 사는 공동주거의 기술, 몸의 감각과 몰입의 즐거움을 깨우는 손노동의 기술, 계속 불어나는 물건과 정보를 정리하는 기술, 스트레스 없이 일 벌이는 기술, 배우는 재미와 가르치는 즐거움을 잃지 않는 평생공부의 기술, 나만의 작은 가게 꾸리기, 프리랜서로 먹고 살기 등등. 자신에게 쓸데없는 일인 ‘딴짓(기술)’은 경직된 일상에 균열을 내고 다른 삶으로 이끄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기계적 기술부터 삶을 디자인하는 기술까지 ‘기술’이라는 개념에 대한 해석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다시 ‘일상’과 ‘산업’이라는 장르 안에서 각기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기계적 기술에 의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대중적 논의가 이제는 왠지 새삼스럽지 않은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시민의 일상에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혁명을 일으키는, ‘생활/일상 기술’에 대한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식으로 전유 되는 일반적인 삶의 형태와 시스템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기 체험을 통해 공통감각을 깨우칠 필요가 있습니다. 쓸데없지만 필요한 ‘딴짓’을 통한 다른 삶으로 이끄는 통로가, 나아가서 공론장으로 향하는 다양한 통로들과 연결되는 기대를 해봅니다.

*관련기사:  
– 좋은 삶을 바란다면 자신에게 딴짓을 허하라, <한국일보>(2017.5.19)  http://hankookilbo.com/v/f008c3b25e58431b88f7781792610b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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