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이슈리포트 ①]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 본 사회적 재난과 문화예술지원 정책

2020년 4월 16일culturalaction

문화정책이슈리포트는 중요한 문화정책 이슈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통해 현재 우리사회의 문화정책의 흐름과 쟁점을 파악하고,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한 도움이 되고자 기획된 정책리포트입니다. 이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문화정책을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1. 서론 : 코로나19 사태가 문화예술계에 가져다준 충격

코로나19는 세계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할만큼 유례없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사회 전분야에 엄청난 충격과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문화예술분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여파로 문화예술계는 사실상 고사 직전까지 몰려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소규모 문화예술단체나 사회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화예술인의 경우는 생존권마처 위협을 받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공연예술전산망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공연예술 총매출액은 1월에 400억원대 규모에서 2월에는 200억원대, 3월에는 80억원대로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총매출액이 매달 절반가까이 줄어드는 수준의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연건수, 개막건수, 상연횟수와 예매수도 비슷한 수준의 하락세를 보이며 공연예술계에 대한 코로나19의 여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출처 : 경기일보

<2020년 1~3월 공연예술 통계현황>

공연건수개막편수상연횟수매출액(천원)예매수
2020년 1월7475268,78740,410,2151,045,075
2020년 2월5863785,85220,999,694524,313
2020년 3월2411062,6758,706,233166,166

출처 : 공연예술전산망


영화 쪽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1~3월까지 총매출액과 관객수 역시 매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전년도와 비교해보면 변화의 폭을 더 잘 드러나는데 2020년 3월의 매출액은 2019년 3월에 비해 11% 수준으로 떨어졌고, 관객수 역시 12%로 큰 폭의 하락을 보여주었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는 관객 수 급감으로 인한 경영난으로 116개 직영 극장 중 30%에 해당하는 35개 극장의 영업을 중단했고, 전 임직원을 주3일 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메가박스 역시 4월 한 달간 직영점 10곳을 임시 휴관하기로 결정했다. 영화산업의 매출에서 영화관을 통한 매출이 8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매출 감소는 영화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9~2020년 영화 매출액 및 관객수 통계현황>

2019년2020년
상영편수매출액관객수상영편수매출액관객수
1월369151,161,478,19618,122,443400143,681,067,93016,843,696
2월315189,990,807,97022,277,73335562,301,357,9807,372,112
3월373126,559,017,44914,671,69327014,678,702,9101,773,383
4월436113,184,671,39213,338,963
5월455154,563,004,95718,062,457
6월453195,237,798,70822,845,579
7월422184,101,302,71721,916,465
8월428208,958,173,04424,786,121
9월419124,445,262,70814,733,642
10월498123,754,715,70014,858,383
11월572155,388,033,41518,600,679
12월541186,644,820,81222,464,620

출처 : 영화통합전산망


이러한 상황은 비단 공연예술이나 영화 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제나 기념행사, 전시와 같은 문화행사 등은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창작활동과 함께 예술인들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예술교육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문화 예술교육은 휴교가 장기화되고 등교 없는 온라인 개학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며, 문화센터, 복지회관, 도서관 등에서 진행하던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대부분 취소된 상태이다. 사실상 문화예술계 전체가 위기에 빠졌고, 문화예술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도내 예술인 534명을 대상으로 피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3%가 최근 3개월 소득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2.4%는 같은 기간 동안 소득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으나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진행한 2020년도 상반기 창작준비금지원사업에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특수성을 고려해 수혜대상을 2019년의 5,000여명에서 2020년에는 12,000명으로 대폭 늘렸다. 하지만 창작준비금지원사업에는 15,000여명에 달하는 예술인들이 몰리며 현장 문화예술계의 절박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2019~2020년 창작준비금지원사업 지원 현황>

구분문학미술사진건축음악국악무용연극영화연예만화다중합계
인원(명)1,0652,6161913,4967003133,0541,1195564081,28514,803
비율(%)7.217.61.323.64.72.120.67.63.82.88.7100
2019(명)3879266921,0932001141,2784513121384,970
2019(%)7.818.61.40.042242.325.79.16.32.8100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화예술계와 문화예술인에 대한 피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책과 대응방안은 너무나도 부실하다는 것이다. 생활고로 인한 예술인의 잇따른 죽음으로 2012년에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으나,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 때마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호해주는 사회안전망의 역할은 못 하고 있다. 2018년에 예술인의 사회보장제도 편입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2019년에는 예술노동권 보장과 예술인복지제도 확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또한 발의하였으나 통과되지 못하였다. 이렇듯 사회적 재난에 대한 문화예술지원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에 대한 예술지원정책의 방향과 전략의 부재는 창작활동과 예술교육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화예술인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사회적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 계획이나 전략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연구나 논의조차도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다. 이러한 전략의 부재는 지원 타이밍과 자원의 적절한 배분이 중요한 긴급 지원의 특성에도, 효율적이고 기민한 대응을 할 수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2. 사회적 재난과 문화예술의 상관관계

1) 사회적 재난

재난(disaster)이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재난은 크게 태풍, 홍수, 강풍, 지진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인 ‘자연재난’과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전염병 확산과 같은 사회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사회재난’으로 나눌 수 있다.

문화예술은 이런 사회적 재난이 있을 때마다 큰 영향과 피해를 받아왔다. 이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이라는 두 경우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영향을 받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사회재난의 경우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나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사회적 부조리와 사회구조의 문제로 수많은 인명을 잃게 되는 경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문화예술에 대한 소비가 급감하게 된다. 엄숙하고 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어렵게 되고, 사회에 대한 분노와 탄식은 문화예술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죽고 고통받는 상황에서 문화예술을 즐긴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참사 사건외에도 2016년 사드배치와 같은 정치적, 국제적 이슈로 인한 영향을 받기도 한다. 다시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인해 한류 관련 문화산업이 큰 피해를 입었고, 2019년에 있었던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 문화예술 콘텐츠가 국내에서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에 반해 자연재난의 경우에는 주로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문화예술의 소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코로나19를 비롯하여,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가 유행할 때마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스스로 외부 출입을 자제하거나 공연장이나 영화관 같은 장소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때처럼 정부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일정장소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규제하거나, 축제, 행사, 공연, 전시 등이 취소하거나 취소할 것을 권장하는 경우 자연스레 문화예술 소비가 위축되게 된다.

2) 사회적 재난과 문화예술 소비의 위축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은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문화예술은 사람들의 일상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관광, 레저, 요식업을 비롯한 여가생활과 크게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또한, 사회적 재난과 같은 긴급상황 시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생존과 관련된 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급성이나 중요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단계 이론은 사람이 추구하는 욕구는 단계별로 구성되어 있고, 기초적인 욕구가 만족 될 경우 다음 단계의 욕구를 추구한다는 이론이다. 사람은 욕구를 추구하는데 ‘생리적 욕구 – 안전의 욕구 – 사회적 욕구 – 자기존중의 욕구 – 자아실현의 욕구’ 순으로 단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기초적인 욕구에 비해서 문화예술과 관련이 깊은 자기존중 욕구나 자아실현의 욕구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게 되고, 재난상황과 같이 생리적 욕구나 안전 욕구가 중요해지는 시기에는 더욱 관심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개인이 느끼는 심리적 이유도 예술소비의 위축의 원인이 된다. 사람들은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엄숙하거나 진중한 분위기에 동화될 수밖에 없고, 예술을 향유하면서 느끼게 되는 쾌락적 성향으로 인해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이는 재난의 상황에 따라 죄책감 이외에도 수치심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 또한 쾌락적인 소비 선택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게 된다.

3) 사회적 재난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정책의 필요성

사실 매슬로우의 이론이나 심리적 이유까지 가지 않더라도 재난 상황에서 문화예술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일상적인 삶과 여가의 영역에 크게 관련이 있는 문화예술은 재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마치 사치스럽고 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문화예술계에 발생하는 피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와 함께, 이에 대한 우려와 대책에 대한 논의가 마치 분위기 파악을 못하거나 문화예술인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처럼 폄하되기도 하였다.

문화예술인이 특별히 더 지원을 받아야 하거나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문화예술이 가지는 특징으로 인해 큰 피해를 반복적으로 입어왔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분석이나 대응전략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다수의 예술인들이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과 빈약하고 기형적인 문화예술생태계의 구조가 사회적 재난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피해를 커지게 한 원인이었다.

결국, 문화예술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문화예술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상황은 지금과 같은 부실한 대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문화예술지원정책과 문화예술생태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3. 사회적 재난과 문화예술지원정책

1) 코로나19 대응 문화예술지원정책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장기적 침체는 열악한 경제적 여건과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때그때 창작활동이나 예술교육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문화예술인들은 그야말로 내일 먹고살 것을 걱정해야할 처지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진행 중이던 문화예술 창작활동도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수입은커녕 대관료나 제작 비용조차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창작수입을 재투자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문화예술산업의 특성상 다음 작품을 위한 비용마련조차 불투명한 상황이고, 이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활동기반을 잃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비롯한 문화예술지원 기관, 지역문화재단 등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지원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반인 대상이나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정책 외에도 문화예술계와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정책들이 수립되고 있고, 그 규모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한 지원정책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직접지원’ 방식으로 예술인에 대한 경제적 어려움을 긴급하게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지원 형식이다. 창작준비금 지원같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을 예술인을 대상으로 지원금을 지원하거나, 특별 융자 방식으로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담창구 운영을 통한 법률·노무·운영 등에 대한 상담 및 컨설팅도 이에 해당된다. 당장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지원 방식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직접지원 방식에 많은 예술인들이 몰릴 수밖에 없고, 이번 사태와 같은 경우에는 이를 수용할만한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진행한 예술인 긴급 생활안정자금 융자와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에는 예상보다 많은 예술인들의 몰려 조기 마감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예술인이 지원대상이라는 점 또한 직접지원 방식의 아쉬운 점이다. 경제적으로 더 어렵고 도움이 절실한 예술인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기준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사실 증명으로 정해버리면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왜냐하면 영세한 창작주체일수록 집객이나 정산 시스템이 미비할 수밖에 없고, 수치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피해 사실은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술인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는 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런 예술인들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증명하기가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던지 지원대상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간접지원’ 방식이다. 창작주체에게 대관료를 지원하거나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연장에 대한 방역물품 지원도 이에 포함된다. 이런 간접지원 방식은 예술행사들이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에선 비효율적으로 보일수 있다. 하지만 창작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공연장 확보나 인력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창작활동을 통한 수익금이 다음 작품을 위해 재투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예술이나 영화의 경우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들을 들여야 하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소비 활성화를 위한 ‘소비지원’ 방식이다. 공연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관람료를 지원하거나, 메르스 사태 당시 공연티켓을 2장을 1장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이 이런 방식이다. 소비지원 방식은 메르스나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진정되는 경우에 필요한 지원방식으로, 사회적으로 진정되는 국면을 보이더라도 이러한 변화가 불안한 심리로 인해 곧바로 문화예술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문화예술 소비비용을 지원함으로써 문화예술 소비에 대한 벽을 낮추는 방식이다.

<코로나19 관련 정부 문화예술 지원정책> (2020. 4. 12. 기준)

분류지원정책추진기관
직접지원예술인 긴급 생활안정자금 융자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준비금 지원 – 창작 디딤돌한국예술인복지재단
공연예술분야 코로나19 전담창구 운영예술경영지원센터
간접지원코로나19예술단체 대관료 지원(예정)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극장 공연기획 및 제작비 지원(예정)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인 및 예술단체 공연 제작비 지원(예정)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규모공연장 방역물품 지원문화체육관광부 공연장안전지원센터
소비지원공연 관람객 대상 관람료 지원(예정)한국문화예술위원회


2) 코로나19 지원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앞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부 중심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지역 문화재단을 비롯한 지역문화예술 전문기관, 장르별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 정책을 계획하고 시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현실의 문제를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를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 재난으로 본다면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이 아쉬운 점은 있어도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각박하게 평가를 내릴 수만은 없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는 것을 예상할 수는 없어도 예측은 가능했다는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2000대 이후만 따져봐도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와 같이 주기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해왔고 그때마다 문화예술계는 큰 피해를 받아왔다. 그 외에도 2014년 세월호 사고나 2016년 대통령탄핵과 같은 국가적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역시 문화예술계는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항상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고 난 후에야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정책을 고민해왔기 때문에 항상 시간과 예산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통상적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책은 위기 전, 위기, 위기 후에 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문화예술지원 정책은 위기(긴급지원)와 위기 후에 대한 정책만 있을 뿐 사전에 위기 상황을 예상하고, 대응계획을 구상하고,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활동들은 전혀 없었다. 결국 이런 방식에서는 통합적인 대응전략과 효과적인 대처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4월 2일, 20여개 영화단체들이 참여한 ‘코로나19대책영화인연대회의’는 정부가 발표한 영화업계 지원 대책의 실효성 없음을 비판했다. 정부 발표안에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티켓 가격의 3%) 한시 감면, 개봉 연기·취소된 영화 20여편에 대해 마케팅 지원, 단기 실업 상태에 놓인 현장 영화인을 대상으로 직무 재교육을 실시하고 400명에게 직업훈련수당 지원 등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의 절박함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지, 긴급성을 따져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지원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부족했다. 이는 비단 영화분야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문화예술 지원정책에서 비전이나 프로세스, 로드맵을 파악할 수 없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를 복귀해보면 이러한 문제점은 더 잘 드러난다. 부실하고 즉흥적인 대응계획은 지원기관이 파악가능한 문화예술단체와 공연장 중심으로 지원하게 되고, 이는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의 혜택이 분배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을 통해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지원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몇몇 극단 대표가 공연티켓을 셀프 구매해서 되파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빼돌리는 사건도 있었다. 이는 지원제도에 대한 부실한 계획과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못한 결과이다.

4. 결론 : 사회적 재난에 대응하는 새로운 문화예술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우선 사회적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잠재적 재난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적 재난 당시 부실한 대응의 가장 큰 원인은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계획 수립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재난 상황 시 문화예술계에 대한 피해규모와 피해수준을 산출할 수 있는 연구와 함께 그에 따른 대응 계획을 단계별로 수립해야 한다. 즉, 사회적 재난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사회적 재난시기에는 문화예술계와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은 골든타임에 비유할 만큼 촌각을 다투어서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타 부서간의 협의나 여러 주체들 간에 논의 과정에서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러한 시간을 줄이고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사전에 대응 전략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대응 계획을 미리세우고,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 운영할 기획조정기구가 없으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피해 상황에 대한 파악과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빠르게 수립하고, 지속적인 상황 파악을 통해 유연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와 같이 각 기구별로 지원정책들을 중구난방으로 수립하는 것은 효율성이나 효과성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재난에 대한 로드맵과 대응 프로세스에 따라 책임있게 대응해나갈 조직 구축이 꼭 필요하다.

셋째, 문화예술지원 사업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현재 문화예술생태계는 행정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경우 축제나 행사성 사업들이 대부분 취소되면서 문화예술계의 피해를 더 크게 만들었다. 이런 경우 취소된 사업예산을 긴급지원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과정을 위해서는 법제도와 관련한 정비도 필요하도 사전에 사회적 합의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연단위 회계연도 구조를 넘어 지원의 수혜대상인 예술가들의 입장에서 다년지원이나 회계연도를 넘나들 수 있는 유연한 대처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예술인의 사회복지제도 확대이다. 기본적으로 예술인들이 다른 직군에 비해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은 예술인들 중 다수가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에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인까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고용보험법이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통과되지 못했다. 결국, 이런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서 예술인들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코로나 사태는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발생한 재난이지만, 아무런 준비도 대응계획도 세우지 않았던 인재(人災)이기도 하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않는 문화예술생태계와 왜곡된 문화예술지원제도, 예술인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한계 등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를 더 키우는 결과로 이끌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뭔가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결국 제2의 제3의 코로나 사태는 반복해서 일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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