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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37] 마음이 모여 무지개가 되고 무지개는 다시 희망이 된다 <강정의 코> 이어붙이는 뜨개행동2

2018년 3월 5일culturalaction

*연재37은 <강정의 코>친구들이 매일 작성한 일지 글<강정코 통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우박에 비바람으로 온 몸이 흠뻑 젖은 날도 있었다. 매일저녁 마을 중앙 사거리에 있는 평화센터에서는 강정마을에 찾아오신 분들과 강정지킴이들, 마을 주민들과 함께 다음날 설치할 뜨개물을 만들기도 하고 뜨개방법을 가르치기도 하는 워크숍을 했다. 밤늦게 숙소에 들어가면 대충 씻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잠든다.

 

강정 도착 4일째 되는 날. 강정에는 올레 7코스가 있어 나무를 감싸는 작업을 하다보면 올레길 걷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종종 너무 예쁘다며 뭐하는 거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손가락으로 공사장 가림 막을 가리키며 “강정의 아름다운 바다와 구럼비를 다 없애고 해군기지 짓는 걸 알고 계신가요? 지금 나무를 보고 궁금해서 물어보신 것처럼, 이곳 강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시라고 전국에서 강정 해군기지 반대의 마음을 담아 보내온 뜨개편물들을 이어붙이는 중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 4일간 평화센터에서 편물을 이어 붙이며 워크숍을 진행하던 우리는 미사천막 지붕에 올릴 편물을 완성했다. 처음 편물을 색별로 모아 바닥에 깔아놓았을 때의 느낌은 “엄청 나구나!”였다. 마음이 모여 무지개가 되고 그 무지개는 희망으로 느껴졌다. 색별로 이어 붙이던 편물들을 천막에 올리기 전 고정대에 연결했다. 연결한 편물을 돌돌 말아 2인 또는 3인이 한 조가 되어 어깨에 메고 미사천막으로 갔다. 위풍당당 뭔가 멋진 작업이 될 거라는 기대감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자 드디어~ 한 쪽 지붕작업 완료. 자화자찬에 서로 칭찬에…. 제주의 깨끗한 겨울 햇살을 받은 알록달록 뜨개 지붕은 자욱한 공사장 매연을 정화시켜주는 듯했다.

다른 한 쪽 지붕작업을 위해 다시 평화센터로 모였다. 바느질팀 대장 차강을 필두로 뜨개 편물 보내준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현수막 이어붙이는 작업을 한다. 모두의 작업이 누군가의 개별작업으로 보이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서다. 원래는 이름을 다 자수로 넣을까 했으나 워낙에 많아서 무리! 바로 포기하고 달군의 손 글씨 쓰기로 변경했다. 밤 10시가 다 되서 작업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보니 덕소 이층 까페에서 사과 한 박스를 보내주었다. 핫팩과 담요와 함께. 정성스런 뜨개물들 보면서도 매번 감동하는데 여기저기서 응원의 손길에 더 힘이 난다.

강정 도착 5일째 되는 날. 아침 일찍부터 분주했다. 전 날 미사 천막에 올린 뜨개 조각보에 이어, 아침 미사 시간인 11시 전에 나머지 한 쪽 지붕을 올리고 싶었다. 매번 미사 때 마다 경찰과 대형트럭에 지친 신부님, 수녀님, 주민분들에게 작은 감동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이른 아침 미사 천막에는 수녀님들이 미사 때 앉을 의자를 햇볕에 나란히 놓고 계셨다. 우리는 그 미사터 의자를 예쁜 편물로 감쌌었다. 그것을 보고는 무척이나 행복해 하는 수녀님들의 미소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나머지 지붕 한쪽을 마무리하고 천막의 기둥들도 실과 편물로 감쌌다. 사실, 그간 정신없이 뜨개 조각들을 붙이느라 미사와 인간띠잇기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었다. 다 같이 마음먹고 인간띠잇기에 참여했다. 손에 손잡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누군가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부르는 노랫말 속에 담긴 강정의 마음이 너무나 가까이 그리고 깊게 다가왔다.

 

 

삼거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트럭에 몸을 싣고 강정포구를 돌았다. 눈이 부시는 파란바다를 보면서 동시에 펜스 너머 공사현장을 멀리서 바라봤다. 포구에서 미사를 드리다 경찰과의 승강이로 문정현 신부님이 추락한 사고 현장도 돌아봤다. 여기에서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우리에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참 짧았다. 매일 저녁 다들 추위에 지친 몸으로 따뜻한 평화센터에 들어오면 몸이 노곤노곤 해진다. 졸리다가도 바늘을 잡기 시작하면 쉽게 놓기가 힘들어져 꽤 늦게까지 실내작업이 이어진다. 노는 건지 일하는 건지 몸이 피곤해도 아주 재미난 강정의 시간이다.

 

다시 아침이 온다. 부스스 일어나 양치만 하고 눈곱을 떼며 공사장으로 간다. 이상하게도 전 날 설치한 설치물에 부족함이 느껴지고 조금씩 더 손보게 된다. 처음에 한 그루만 감싸기로 했는데 다시 열 그루, 스무 그루 나무를 감싸고 싶어진다. 이렇게 늘어만 가는 뜨개물의 설치가 부담스럽기보단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거의 마무리 되어가던 날, 일부 강정의 코 친구들이 서울로 가야했기에 몇 일간의 긴 일정을 마무리 하는 소박한 기념식을 만들기로 했다. 미사와 인간띠잇기 행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실과 편물을 재수로 올리기로 하고 강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우리들의 축문을 만들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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