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개문발차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지난 1년을 돌아봄

2016년 6월 9일culturalaction

2014년 12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올림픽 ‘아젠다 2020’을 발표한 직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던 대한민국은 매우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었다. IOC 스스로가 그동안 금지해오던 단일도시 개최원칙을 풀고 여러 도시 심지어 여러 국가에서 올림픽 분산개최가 가능하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마치 이런 기회가 올 것을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평창동계올림픽 대부분의 경기장이 저조한 건축 공정률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만약 정부와 평창조직위가 댜양한 분산개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했다면 지금쯤 평창은 IOC가 제시한 새로운 올림픽 개혁안의 최초 수혜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현재까지 최대 수혜자는 올림픽개혁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2020 도쿄올림픽이다). 그러나 불과 1주일 후 박근혜 대통령은 분산개최 불가를 천명해 모든 가능성과 기회를 한 순간에 날려 버렸고, 정부와 조직위원회는 분산개최를 찬성하는 70%의 국민여론과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안고수로 일관해 왔다.

개문발차. 문을 열고 달리기 시작한 기차란 뜻이다. 서둘러 앞뒤 안 가리고 일단 출발하고 수습하려는 평창조직위의 행태를 향해 일 년 전 문화연대가 붙여준 이름이다. 문을 열고 달리는 기차는 위태롭다. 안에 타고 있는 승객의 안전은 물론이고 이 열차가 제대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분산개최라는 절호의 기회를 걷어차고 개문발차한 평창조직위라는 열차는 지금 우려했던 대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달 한국의 건설노조가 국제건설목공노동조합연맹(BWI)에 제출한 공문에 따르면, 지난 해 평창의 공사 현장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엄청난 규모(최소 130억원으로 추정)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고 한다. IOC는 이미 임금체불 조사를 시작했다. 이 와중에 기차를 운행하는 기관사가 또 한 번 교체된다. 불과 2년 전 김진선 조직위원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격 사퇴하고 조양호 위원장이 새로운 수장을 맡았는데 지난달에 조양호 위원장이 전격사퇴하고 관료 출신인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이 새로 임명된 것이다. 개최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또 수장이 바뀐 형국이다. 기차는 문을 열고 돌진을 하고 있는데 기관사(그것도 체육과 전혀 관련 없는!)가 계속 바뀌고 있다.

진짜 재앙은 아직 오지 않았다. 대회가 끝나고 강원도민들이 대대로 짊어져야할 천문학적 수준의 부채와 매년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경기장 유지비용 문제는 비단 강원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한국체육대학에 운영권을 넘기기로 한 슬라이딩 센터의 경우 한 해 유지비만 수십억에 이른다. MOU를 체결하는 자리에서 정부의 한 관료는 슬라이딩 센터의 유지비용과 관련해 앞으로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자기가 책임질 일을 남에게 떠넘기고 호통 치는 행태가 무능과 후안무치의 전형이다. 또한 원래 올림픽 종료 후 철거할 계획이었던 강릉 스피트스케이트장과 하키센터의 존치가 결정되면서 빙상인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스케이트장의 존치를 빙상인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삽질의 최고봉은 개폐회식장이다. 짓지 않아도 될 개폐회식장에 1400억을 들이는 것도 모자라 최근 개폐회식 총감독 송승환 씨의 제안으로 식장이 사각형에서 오각형으로 바뀌었다. 공사를 발주한 대림건설은 이미 사각형으로 땅을 판 상태였다고 하니 이제 파논 곳을 메우는 공사를 해야 한다. 제대로 삽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원래 영구시설로 관중석을 계획했다가 오각형으로 바뀌면서 다섯 면 중에 한 면만 영구시설로 하고 다른 네 면은 임시로 설치했다가 철거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과 세 시간짜리 행사 네 번(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을 위해 막대한 돈을 들이고 있는 것도 모자라,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수정된 설계도를 살펴보면 늘어난 공사비용을 줄인답시고 개폐회식장의 규모를 4만석에서 3만 5천석으로 축소했는데 그 정도 규모면 원래 계획했던 스키점프장을 관중석을 확장해 수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영구시설은 최대한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안전한 경기장을 짓은 데 집중해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사후활용방안에 대한 내용은 늘 비어있고 정부와 조직위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치밀한 사후활용방안을 세우겠다는 허언과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 모두의 염원과 달리 매우 비상식적이고 불안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올림픽 이후 대한민국은 그 대가를 꽤 오랫동안 치러야 할 것이다.

2016년 6월 7일(화)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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