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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결혼한 문화연대 활동가

2016년 5월 31일culturalaction

문화연대가 점점 가정을 꾸리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처음 문화연대에 들어 왔을 때 활동가 분포를 보면 대부분 미혼이거나 비혼이었다. 지금은 반반이다. 반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있고 누군가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고 그리고 반은 미혼이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하나 둘 가정을 만들고 그리고 가정을 만들다보니 활동 방식이나 반경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긴다. 생애주기와 연결하여 활동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지난주 문화연대 활동가의 결혼식이 있었다. 마을 결혼이라는 제목의 결혼식이다. 마포지역에서 10여 년간 활동을 해 오던 친구인지라 지인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연남동 커뮤니티센터 카페를 결혼식장으로 생각한 것도 아마 이 친구의 지난 활동과 앞으로의 활동을 말해주는 듯 했다. 문화연대 사무실도 연남동이고 문화연대와 함께 활동하는 많은 단체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보니 누구의 결혼식에 온 손님이기 전에 동네 친구들과 만나는 신나는 잔치 같았다.

신부의 발걸음이 엄청 바쁘다. 테이블도 번쩍 들어 나르고, 음식상에 음식도 배치하고, 공간을 꾸미는 작은 일부터 손님들을 챙기는 일까지. 결혼식장에서 보던 여느 신부들과는 사뭇 다르다. 신랑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주변 단체들에 들러 테이블을 빌려오고, 음식을 주문하고, 사람들 한 명 한 명 챙기기 바쁘다. 신랑 신부의 모습이 참 예쁘다.

신부는 전 날 밤 결혼식에 입을 옷을 고민했다고 한다. 급하게 원피스를 구입하기는 했지만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결혼식 날 마을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원피스를 선물 받았다. 신부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멋진 하얀 드레스. 신부의 마음이 즐거워졌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신랑 신부가 전 날 밤 새 만든 와인은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부부의 정성이 듬뿍 담겨서 그런 모양이다.

결혼식이 시작되고 신부의 친구 두 명이 사회를 본다. 그리고 신랑 신부가 연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준 지인의 인사가 이어진다. 그의 축사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신부가 참~~ 예쁘다와 신랑이 잘생겼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축하공연과 공연을 보기 위해 삥~~~둘러앉은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조금은 부담스럽게 진행되었지만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TV가 귀하던 시절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TV를 보던 기억이 나기도 했다. 마을결혼식의 묘미였다. 무대와 관객석은 틈이 없었다. 다시 이어지는 공연은 신부가 함께 노래를 불렀고 신랑을 향한 재미 진 가사와 사랑스러운 표현에 모두들 박수를 보냈다.

신랑 신부 서약식은 두 사람이 함께 서약 내용을 읽는 것이었다. 기억에 남는 내용은 “신랑은 설거지의 달인이 될 것이며 가정 일에 최선을 다 할 것을 다짐한다” 였다. 허공에 대고 최선을 다하며 행복하게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하나 서약의 내용으로 담겨져 있었다. 구구절절 현실적인 내용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결혼식장은 무도회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둘씩 손을 잡고 신나는 음악에 춤을 추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했다. 어느 영화에서 본 장면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그런 느낌. 신랑 신부가 너무도 경쾌하게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 아름답기 만했다. 마을 결혼에 온 마을 사람들은 밤늦도록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간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혼식을 지켜보았다. 이런 결혼식 참 좋다.

이 결혼식의 주인공 문화연대 안성민 활동가는 세 번의 결혼을 했다. 그것도 한 달 사이에.

안성민과 그의 신부 김혜원은 모두 시골에서 살았다. 그리고 부모님은 여전히 시골에 계신다. 그래서 어르신들을 위해 신랑의 아버지가 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한 번, 양가 부모님과 일가 친척들을 모시고 또 한 번,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다들 세 번 결혼했다고 하면 재혼, 삼혼을 생각하겠지만…. 이번은 아니다. 한 달 동안 성민은 주말마다 결혼식을 하느라 지방과 서울을 바쁘게 오고갔다. 문화연대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기에 일을 시작하면서 힘들기도 했을법한데 일정 하나 빠뜨리지 않았고, 스스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힘든 내색한 번 하지 않고 멋지게 문화연대와 새롭게 시작한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새로운 가정에도 축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신부가 진심 예뻤다.

  • 신유아 _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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