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착취로 만든 드라마, 언제까지 봐야 하나

2018년 2월 4일culturalaction

이종임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문화연대 집행위원

 

TV 드라마의 마지막회는 그동안 제작에 참여했던 스태프와 배우가 함께 촬영한 현장 사진 한 장이 엔딩을 장식하곤 한다.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를, 여름에는 까맣게 그을린 피부를 볼 수 있는데, 수많은 제작진의 열정과 노고로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된다는 것을 그 사진 한 장을 통해 전한다. 졸고 있는 막내 스태프의 모습이나 배우 연기를 숨죽인 채 바라보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몇 초간 화면 속에 등장할 때면, 뭔가 울컥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드라마 제작 현실은 달랐다. 스태프들은 휴식시간과 수면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게다가 일할 사람들은 많다며 노동의 대가와 계약사항을 지킬 것에 대한 요구는 내 자리가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는 것으로 답이 돌아왔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몇 년 동안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알려졌다.

안전점검이 부재한 제작 현장에서 일을 하던 드라마 스태프가 3m 높이에서 떨어져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 드라마 PD는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부여,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미술 스태프는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사했다. 그리고 프리랜서 카메라 감독은 상품권으로 월급을 지급받는 세상이다.

경향신문, 201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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